저자가 정리한 한국인의 4대 미의식은 신명ㆍ해학ㆍ소박ㆍ평온이다. 한국인에게 신명은 영혼을 깨우는 생명의 힘이고, 해학은 사회 부조리를 희롱하고 낙천적 삶을 긍정하는 자세이다. 소박은 인위적 기교를 줄이고 자연에 순응하려 한 태도이고, 평온은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난 본성에 집중하는 명상적 상태로써 그 도달을 예술적 이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1권에서는 신명이 미술에서 어떻게 양식화되었는지 조명한다. 저자는 신명예술이 내적 감정을 분출시키는 표현주의와 통한다고 보았다. 고대 무속신앙으로 시작해서 문화적 전통과 작용원리를 고찰하고, 고구려 고분벽화ㆍ공예ㆍ진경산수화에 이어 이응노ㆍ백남준 등 작가들이 표현한 현대적인 조형 언어까지 살폈다.
책소개
미술로 조명하는 한국의 4대 미의식, 그 첫 번째 이야기 “신명”
고구려 벽화에서 백남준까지 이어지는 신명의 불꽃
한국인의 혼을 깨우고, 세계를 춤추게 하다.
창조적인 문화와 행복을 위한 우리의 미의식
저자는 요즘처럼 문화가 중시되는 시대에 우리다운 문화를 창조적으로 꽃피우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4대 미의식인 ‘신명’, ‘해학’, ‘소박’, ‘평온’의 정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명은 영혼을 깨우는 생명의 힘으로 삶의 역경을 이겨내는 흥겨운 정서이고, 해학은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한 권력을 희롱하고 낙천적으로 삶을 긍정하는 달관의 지혜다. 소박은 꾸밈없는 대교약졸의 자연미이고, 평온은 세속적 집착에서 벗어난 본성의 고요한 울림이다.
경제발전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온 근대화의 물결 속에 한국은 고유한 미의식을 잃어버려 알게 모르게 문화적 식민지를 초래했고, 행복을 잃었다. 이에 저자는 잃어버린 4대 미의식을 복원하여 진정한 ‘문화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세계를 춤추게 할 한국인의 신명
이 책의 주제인 신명은 고대부터 이어진 한국인의 가장 뿌리 깊은 미의식이다. 한국인에게 무속신앙은 종교 이전에 천지인 사상에 입각한 삶의 문화였고, 노래와 춤이 수반되는 제천의식이나 굿은 삶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고 신명나는 삶을 위한 정치행위였다. 풍류를 좋아하고 흥이 많은 한국인들은 신명을 통해 하늘과 소통하고 현실의 역경들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신명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는 위기에 강한 민족이다. 그래서 수천 년간 수많은 외침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고, 전쟁 직후의 폐허에서 놀라운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관광버스가 흔들릴 정도로 노는 것을 좋아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노래방이 있는 나라, 신바람이 나면 월드컵 4강도 가능한 나라, 점잖은 외래 종교도 한국에만 들어오면 신명의 종교로 탈바꿈된다.
오늘날 근본 없는 주입식 교육과 천민자본주의에 신명이 억눌려 있지만, 신명을 되살린다면 한국인은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무서운 저력을 지닌 민족이다. 저자는 예술에서 세계 미술계를 뒤흔든 백남준과 K팝 열풍도 한국인의 신명이 국제적 문화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본다. 한국은 세계를 신명나게 할 문화적 사명을 지닌 민족이라는 것이다.
외국미술과의 비교를 통해 한국미술의 미학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다
이 책은 저자의 『한국의 미학,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2015)에 이은 후속 연구로 한국인의 4대 미의식 중 하나인 ‘신명’이 어떻게 조형언어로 양식화되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미술에서 신명이 담긴 작품들을 동서고금의 작품들과 비교하며 미학적 관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피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한국미술의 미학적 가치를 새롭게 눈뜨게 하고, 외국인들이 한국미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의 1장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춤과 음악으로 풍류를 즐긴 한국 고대인들의 신명 문화가 회화적으로 표현된 사례들을 다루었고, 2장에서는 회화에서 율동적 선율로 표현된 신명의 정서가 문양으로 나타난 공예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3장은 자연을 직접 접하고 그 감각적 흥취를 표현한 진경산수화를 서양의 인상주의나 입체주의와 비교하여 그 현대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4장에서는 신명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꽃피운 현대작가들을 다루었다. 문인화 전통을 신명나는 붓질로 계승한 이응노, 무속신앙의 신명을 현대적 감각으로 조형화한 박생광, 소를 통해 한민족의 힘찬 기백과 신명을 표현한 이중섭, 자신의 고독과 한을 신명으로 승화시킨 천경자, 민중의 애환을 신명나는 춤으로 풀어낸 오윤, 굿의 원리로 비디오 아트를 창조한 백남준 등을 통해 자신의 역경을 신명을 통해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 | 최광진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현대미술비평에 있어서 자율성과 재현의 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리움) 큐레이터로 활동하면서 《한국의 미, 그 현대적 변용전》, 《천경자전》, 《청전 이상범전》, 《소정 변관식전》 등을 기획하였고,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2004년부터 理美知연구소를 열어 기호학, 생태학, 포스트모더니즘, 비교미학, 비교신화학, 창작론 등을 통해 인문학과 예술을 접목하는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천경자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2016), 『한국의 미학, 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2015), 『부드러운 욕망』(2004), 『현대미술의 전략』(2004) 등이 있다.
목차
서장: 신명이란 무엇인가
1장 고구려 벽화로 표현된 신명의 정서
사신도 - 유려하고 역동적인 선율로 창조한 신령한 동물
신선도 - 율동적인 선율로 하늘을 나는 천인들
풍속도 - 일상에서 생활화된 신명의 문화
2장 공예품에 새겨진 신명의 문양
금동장식 - 불꽃처럼 타오르는 신명의 문양
금동대향로 - 신선사상 구현된 접화군생의 이상세계
범종 - 마음을 울리는 신명의 파동
3장 진경산수화에 담긴 신명의 흥취
진경산수와 인상주의 - 자연과 인간의 감각적 교류
진경산수와 입체주의 - 자유로운 시점의 유희
정선과 세잔 - 시각 너머의 구조적 본질을 탐하다
정선과 고갱 - 몸으로 체화된 자연의 심상 표현
정선과 고흐 - 선으로 표현된 역동적인 생명력
변관식 - 골산에서 찾은 한국산수의 전형
이상범 - 토산에서 찾은 한국산수의 전형
4장 신명을 불사른 현대작가들
이응노 - 원초적 자유를 갈망하는 신명의 붓질
박생광 - 무속신앙에서 찾은 신명의 불꽃
이중섭 - 소로 구현된 한민족의 기백과 신명
천경자 - 신명으로 승화된 여인의 한과 고독
오윤 - 민초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신명의 춤
백남준 - 비디오로 굿을 하는 국제적 전자 무당
맺음말: 신명나는 문화독립운동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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