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관람객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 ‘도슨트’인 저자가 우리나라 근ㆍ현대미술을 미술관의 8개 전시관처럼 구성하고 엮었다. 그래서 저자는 서문 마무리를 도슨트의 인사로 시작한다. 3명씩 24명의 한국 작가의 작품ㆍ작품세계를 세밀하게 설명하는 글에는 이미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감동ㆍ공감하는 한국인의 삶이 드러난다.
책소개
도슨트가 소개하는 한국 현대미술을 빛낸 위대한 작가들
이 책의 저자는 도슨트다. 도슨트는 미술관에서 작품과 감상자 ‘사이’에 서서 작품을 설명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도슨트가 되었다. 저자는 초반에는 외국 작품에 대한 전시 설명을 주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 같은 외국 작품보다 자신과 닮은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빠져들어 진하게 감동하고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 미술을 가까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대에 따라 변하는 흐름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나라 근•현대미술 100년의 계보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배경이다. 물론 저자가 작가와 작품을 바라보는 지점이 미술평론가나 미술사학자들과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관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현대사와 궤를 같이 한 한국 현대미술의 발자취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동력은 우리 삶이 현대 미술작품에 녹아 있다는 믿음에 있었다. 이 책은 서양 미술이 막 들어온 일제강점기 무렵에 태어나 지금은 작고한 선구 작가들에서 시작해 현재까지도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대 작가들로 마무리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도슨트와 함께 전시실을 둘러보는 형식으로 여덟 가지 시선으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작품 안에 녹아 있는 작가들의 지독한 열정과 작품 밖에 있는 작가들의 하릴없이 어려운 삶을 공감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매몰되지 않고 살아내는 삶의 지혜를 꼼꼼하게 지적해 반면교사를 제공하고 있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 않고 시대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의 자식같은 작품들은 그 시대를 많이 닮아 있다. 저자는 거리를 둔 시선으로, 작품이 제작되었던 시대의 문화를 살펴보며 작품이 탄생한 상황과 그것이 현재의 문화와 사슬처럼 연결된 폭넓은 글을 쓰고자 했다. 하지만 때때로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미술작품이 결코 우리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님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미술 대표작가 24인으로 이루어진 작은 미술관으로의 초대
이 책의 각 전시실에 걸려 있는 선구 작가들은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미술가들이다. 또한 그 뒤를 잇는 작가들도 명실상부하게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이 책은 총 스물네 명의 현대미술 작가들로 이루어진 작은 ‘미술관’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을 굳이 가지 않아도, 아무것도 모르고 미술관을 방문한 것처럼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것과 같이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세밀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과 감회를 이렇게 설명한다.
“작품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면 작품이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때로는 마치 마음이 맞는 벗과 마주 앉아 ‘그랬구나!’ 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안온한 기운이 감돈다.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일침을 가하며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이켜 보게 한다. 나는 미술을 통해 겪은 경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을 잡은 독자가 작품과 만나 가슴 떨리는 순간을 접하고 그 순간을 매개로 비밀의 문이 열려 다채롭고 재미있는 세상을 만나길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기대한다.”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는 미술 작품을 향유하는 데 익숙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 시대와 가장 근접한 현대 미술 작가와 작품은 이해하기 용이할 뿐만 아니라 흥미를 가지고 다가가기에도 좋을 것이다.
지은이 | 김재희
덕성여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미술학을 전공했다. 국내에 도슨트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 스스로 미술관을 찾아가 백남준 1주기 추모전인 <부퍼탈의 추억>전에서 영어 도슨트로 활동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다양한 주제로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대중에게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애썼고, 그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특히 외국 관람객들에게 해설을 하면서 우리 작품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국내 작가들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다. ‘자식은 부모를 닮지 않고 시대를 닮는다’는 말처럼 예술가의 자식과도 같은 작품이 그 시대를 닮았다는 것을 깨닫고 당대의 문화를 살펴보며 작품의 탄생 배경과 연결된 지점을 찾아내는 데 관심이 많다. 앞으로도 관객으로서 미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집필을 이어갈 계획이다.
목차
• 여는 말: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한국의 미술 작품
1 전시실 / 대중매체를 소재나 주제로 한
안석주(1901~1950): 시대 변화의 패러다임을 담아낸 만문만화가
이동기(1967~):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겠다는 역발상의 예술가
정연두(1969~): 협업과 소통에 기반한 아이디어 창조자
2 전시실 / 마음 깊은 곳에 담겨 있는 미를 추구한
김환기(1913~1974): 인생과 예술에서 주인이 된 정체성의 화신
이우환(1936~): 여백의 미학을 살린 공간 구성의 천재
오병욱(1959~): 절망 속에서 싹을 틔운 희망의 색채
3 전시실 / 보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거기에 있는 민족분단과 관련된
이쾌대(1913~1965): 극한의 고난 속에서도 미술 세계를 지속한 거장
조양규(1928~?): 노동 현실을 담은 깊은 울림의 소리
노순택(1971~): 한반도의 분단과 불안의 근원을 쫓는 추적자
4 전시실 / 도시의 소외된 사람에 시선을 둔
박수근(1914~1965): 작품으로 시대를 조용히 이긴 사람
서용선(1951~): 현실의 트라우마와 문제의식의 재구성
최호철(1965~): 일상을 그림으로 풀어낸 우리 시대의 풍경
5 전시실 / 현실과 꿈이 치밀하게 직조된
이중섭(1916~1956): 정직한 화공을 꿈꾸었던 한국의 국민화가
최욱경(1940~1985): 고독을 강렬하게 표현한 색채의 추상성
박현기(1942~2000): 실제와 가상이 구분되지 않는 시뮬라크르의 세계
6 전시실 / 리얼리티, 극사실로 오히려 판타지를 보여주는
손응성(1916~1978): 독자적 화풍을 확립한 한국 사실주의의 선구자
한운성(1946~): 사실적 묘사로 나타낸 동시대의 리얼리즘
이광호(1967~): 내가 나를 보는 방식으로 세상이 나를 보는 시선
7 전시실 / 한국적 특징, 전통적인 것들을 되돌아보게 하는
장욱진(1917~1990): 특징적 스타일을 만들어낸 단순한 표현
박이소(1957~2004): 불협화음으로 가득 찬 세상을 향한 썰렁한 농담
손동현(1980~): 문화를 끊임없이 이어지는 변형의 사슬로 본 통찰력
8 전시실 / 비디오, 설치, 미디어 작품들로 아방가르드한
백남준(1932~2006): 재미와 예술의 결합, 그 끝없는 추구
최정화(1961~): 잡것과 날것들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뮤지엄
이불(1964~): 직설보다 강력한 아이러니의 힘
• 책 속의 책
1. 도슨트란?
2. 도슨트 되기
3. 활동 도슨트 되기
• 닫는 말과 감사 글
•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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