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수근과 작가 장욱진의 장녀들이 저자로써, 작가인 아버지를 글로 엮었다. 『내 아버지 박수근』은 박수근의 유년기부터 가족을 이뤘다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를 둘러싼 사람들 이야기와 작품•사진을 함께 담았다. 특히 작가의 사후, 그의 작품을 알리고 기억하는 일에 몰두한 가족의 여정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내 아버지 장욱진』은 장욱진의 삶•그림에 대한 태도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작품•사진을 더해 풀었다. 까치와 나무, 해와 새를 많이 그렸던 그에게 가족 역시 주요 화제였다. 고단했던 화가 아내와 막내아들의 일화 등 내밀한 이야기를 통해 한 권으로 다 말할 수 없는 가족애를 읽어본다.
책소개
화가가 건네는 오래 된 추억 한 권
화가 박수근의 장녀로 태어나 20년 간 그의 삶 속에 머물러 있었던 박인숙 선생이 아버지를 추억하며 하나 둘 끄집어낸 그 시절의 이야기가 300쪽에 걸친 화가 박수근의 가족사이자 회고록으로 탄생했다. 딸 박인숙 선생은 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이루고 부양하며 생을 마감했던 순간을 비롯해 가족, 이웃, 친구,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인연의 이야기들을 아버지의 그림, 그 시절의 사진과 함께 진솔한 고백으로 완성했다. 한편 미처 대중에 드러나지 않았던 화가 박수근 사후, 아버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며 기억하는 일에 몰두한 가족들의 여정도 드러나 있어 작품을 향유하는 우리가 맞이해야할 미술의 미래가 어떤 방향이어야 할지를 유족들과 함께 고민해 볼 기회를 주고 있다.
인간의 진실과 선함을 그려낸 화가, 박수근
박수근은 한국 화단의 근현대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방점을 찍은 화가로,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삶과 작품이 시대의 풍경과 걸음을 나란히 하는 ‘사실 그대로의 진실’을 담담히 그려냈던 화가이다. 독학으로 시작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으나 생전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사후에서야 뒤늦게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세계시장에서 높은 경매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한다. 시간의 어긋남에 의해 당대에 미처 인정받지 못했던, 한편으로 슬픈 운명의 화가였다.
작품 활동이 왕성했던 5~60년대 당시의 박수근의 그림들은 어떤 시대와도 차별화된 우리의 아픈 역사와 밀접하게 닿아 있어 그 가치가 유난히 높다. 비록 비운의 시대를 대표했던 화가라고는 하나, 그의 그림이 한국을 넘어 각국의 사람들에게 아스라한 공감과 동질감을 건넬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그의 작품 속에 결코 이념이나 사상, 국가나 민족 등의 극단적 방향성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오직 그 시대가 품은 사람과 삶에 대한 성실함만을 추구했다. 그가 오래전 남긴 인터뷰는 이것을 함축적으로 시사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이미지를 가장 즐겨 그립니다. 나는 진실하게 살기 위해 애썼고, 내 고난의 길에서 인내력을 길렀습니다.”
우리의 화가, 그리운 모두의 아버지
박수근의 그림을 감상하며 가난과 민중, 전쟁과 민족 같은 단어들이 여지없이 묵직한 의미들로 피어나는 걸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펼쳤다면 모든 이성적 논리회로를 거두고 그가 늘 강조하던 삶의 정겨움과 진솔함만을 즐겨보자.
우리는 박인숙 선생을 ‘유명인의 딸’로 쉽게 인지하곤 하지만, 사실 화가 박수근의 일생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자녀가 아버지 살아생전 단 한 번도 유명인의 가족이라는 지위를 누려본 적이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 우리가 책을 읽어내면서 발견하는 것들은, 특정인의 삶이 아니라 평범하고 소박했던 독자 자신의 어린 시절일 것이다.
박인숙 선생도 생전 아버지가 늘 갖고 계셨던 ‘평범한 견해‘를 고스란히 책속에 반영했다. 거기엔 거창한 목적이나 근사한 사건들이 없다. 오직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시대와 이웃들이 그들 가족에게 주려했던 것들을 묵묵히 받아들였으며, 그렇게 쌓아온 매일 매일을 오래 묵혀둔 일기를 꺼내 읽듯이 따뜻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때문에 책장을 넘기며 진행되는 격변의 역사와 배경은 사실 이들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비하면 부차적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오히려 그들 가족이 그 특별한 환경 속에서 선택하고, 걸어갔고, 또 견뎌냈던 소박하고 단순하며 자잘한 기억들이 오래오래 뇌리에 남아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화가 박수근이 딸의 기억을 빌어 우리에게 선사하는, 또 하나의 마지막 소탈한 풍경일지도 모른다. 소녀와 여인, 유동과 노인, 낮은 기와와 높은 나목, 우리가 마치 그의 그림 앞을 천천히 지날 때처럼, 그렇게 따스한 첫 장을 넘겨보길 권한다.
지은이 | 박인숙
1944년 화가 박수근과 김복순 여사의 장녀로 평양에서 태어났다. 현재의 세종대학교인 수도사범대학교에 들어가 미술을 전공하고 중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했으며 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교감과 교장직을 역임하며 교직을 은퇴했다. 현재 시니어 모델로서 성공적인 인생이모작을 즐기고 있다.
목차
1장 # 아버지와 어머니
2장 # 가족의 탄생
3장 # 생이별
4장 # 창신동
5장 # 전농동
6장 # 낯선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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