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편의 그림과 짧은 단상 모음이다. 사물에 관한 사유를 ‘식물의 시간’으로, 말과 언어에 관한 생각을 ‘스무 개의 단어’로 묶었다. ‘예술가들에게 은혜를’은 미술과 글 쓰는 일에 관해서, ‘마당 있는 집’은 삶이 체험이 담긴 에피소드로 인생을 들여다봤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는 이번 책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저자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소개
『사물의 뒷모습』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조각가, 예술가라는 장르를 뛰어넘어 사물과 형상, 나아가 자신의 삶의 태도와 사유를 소박하고 순수하게 표현한 안규철의 에세이집이다. 그는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이란 제목으로 월간 《현대문학》에서 2010년부터 11년 간 연재해오고 있다. 그 첫 번째 책으로 2013년 출간된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의 후속작인 『사물의 뒷모습』은 2014년 1월호부터 연재한 글과 그림 67편을 엮은 것이다.
사물의 뒤편에는 짐작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세계가 있다
물에 대한 사유를 담은 ‘식물의 시간’, 말과 언어에 관한 생각을 묶은 ‘스무 개의 단어’, 미술과 글쓰기라는 일에 대한 방식의 모색 등을 모은 ‘예술가들에게 은혜를’, 삶의 체험이 담긴 에피소드로 인생을 들여다본 ‘마당 있는 집’까지 총 네 개 장으로 구성된다. 이번 책은 필자가 생의 보너스처럼 얻은 시간과 사유로 이끌어낸 공간의 여유로움 속에서 잠시 멈춰 서 새롭게 발견하게 된 세계를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으로 보여준다.
전작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이 예술과 예술가적 삶에 깊이 있는 사색을 담았다면, 『사물의 뒷모습』은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이야기 쪽으로 무게가 실려 있다. 특히 제목 속 ‘뒷모습’은 중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이제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자신의 뒷모습과, 사물 혹은 현상에서 보이는 것 이면의 뒷모습을 들여다본다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무심히 지나쳐왔던 풀과 벌레와 나무들을 만나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물의 뒷모습”을 보려는 노력이 따뜻한 시선과 만나 또 다른 세상을 펼쳐 보인다.
「겉과 속」에서 그는 사물의 속이 궁금하지만 “힘들여 기계를 뜯어봐도 암호처럼 복잡한 회로판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한다(48쪽)”며 사물을 인식하는 관점을 인간세계로 넓힌다. 「직각의 문제」에서는 “직각을 못 맞추는 목수 때문에 낭패를 본 이야기”를 통해, 일에 결벽성을 가지지 못한 세태를 탄식하면서도 이제는 “소심한 원칙주의자” 같은 모습을 버리고 그런 식으로 인생을 다 허비할 수 없다며 그가 고수해온 삶의 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도 한다.
「머그컵」에서는 한평생 예술가로 살아온, 그 삶이 고독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나아가 오직 인간만이 순응하지 못하는 자연의 법칙에 대한 비유들은 우리가 되새겨볼 만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끝나게 되어 있는 실타래를 가지고 나는 결국 미완성으로 끝날 이 일을 매 순간 계속할 뿐(174쪽)”이라는 「씨줄과 날줄」의 고백은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예술가 정신과 죽는 순간까지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모든 것을 바치려는 필자의 지극함과 그 애절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그 이야기가 주역이 되는 또 다른 형식의 작품이다. 그저 짐작만으로 도달하려 했던 한 작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망과 머뭇거림, 희망과 탄식을 공유하면서, 우리의 짐작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사유의 세계를 발견한다.”
_안소연(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
지은이 | 안규철
서울대학교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7년 동안 중앙일보 《계간미술》 에서 기자로 일했다.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고, 재학 중이던 1992년에 첫 개인전을 열면서 미술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아홉 차례의 개인전과 여러 기획 전시회를 통해 일상적 사물과 공간 속에 내재된 삶의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를 역임했다. 서구 현대미술의 체험을 기록한 『그림 없는 미술관』, 사물에 관한 이야기 『그 남자의 가방』, 테이블에 관한 드로잉과 생각을 묶은 『43 tables』을 비롯해 안규철의 내 이야기로 그린 그림, 첫 번째 이야기 『아홉 마리 금붕어와 먼 곳의 물』,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안규철 : 당신만을 위한 말』을 펴냈다. 역서로는 빌렘 플루서의 『몸짓들』, 히토 슈타이얼의 『진실의 색』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1 식물의 시간
형태와 형태 아닌 것 · 공 · 그릇들 · 바람이 되는법 · 인공누액 · 무뎌진톱 · 녹 · 물건들 · 눈물 전기 · 겉과 속 · 유리잔 · 나사못 · 관성 · 균형의 문제 · 꽃나무의 소묘 · 신호들 · 소리들 · 나무에게 배워야 할 것 · 살아지다 · 씨앗 · 식물의 시간
2 스무 개의 단어
주어가 없는 세상 · 이름에 대하여 · 소음에 대하여 · 말들의 폐허에서 · A와 B의 문제 · 가假주어 · 귀뚜라미는 울지 않는다 · 잡초 · 간발의 차이 · 스무 개의 단어 · 말의 유효기간 · 직각直角의 문제
3 예술가들에게 은혜를
예술가가 사라지는 법 · 두 개의 벽 · 머그컵 · 완성되지 않는 원圓 · 박새의 날개 · 이명耳鳴 · 씨줄과 날줄 · 스케치북에 쓰는 글 · 연필과 지우개 · 실패하지 않는 법 · 보이저 2호 · 피라미드 · 100세 시대 · 예술가들에게 은혜를 · 모든 것이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 ·
4 마당 있는 집
중력 · 목요일까지 · 미세먼지 · 우리가 배우지 않은 것 · 좋은 목수 · 마당 있는 집 · 작업실 · 외딴집에서 · 어제 내린 비 · 안부 · 아버지보다 늙은 아들 · 옛날 사진 · 머물지 않는 것들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 아빠는 우리와 같이 살지 않아요 · 메시지 · 시간과의 경주 · 집 ·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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