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을 전공한 지 40년을 맞이하며, 그동안 논의해온 현대미술 속 평범함의 전략에 관한 연구를 한 권으로 정리했다. 현대미술 작품에 지속해서 등장하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주제•재료와 기술적 복제성의 미술사적 의미에 관해 얘기하는 기존의 논문들을 수정•보완했다. 자신이 속한 사회와 일상으로 눈을 돌리고 평범한 것들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은 다다•팝아트•누보 레알리즘 등을 대상으로 거론하며,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계승되어 온 평범함의 미술사가 장르 간/재료 간/작가와 관람자 간 위계에 대한 도전의 역사였음을 전한다. 이들이 형식주의 모더니즘 미학과 더불어 현대미술사를 이끄는 또 하나의 역동적인 추진력이었던 사실을 풀어주며, 저자가 관심을 가져온 여성에 관한 연구와 정보사회 속의 미술사나 연관된 비평 등도 함께 엮었다.
책소개
미술이란 시각적인 조형요소를 사용하며 기존의 사물과 구별되는 새로운 미적 산물을 만들어내는 창조적 행위로 여겨진다.
한 인간인 미술가가 마치 신의 능력을 지닌 것처럼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를 지닌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고 보는 믿음이 오래전부터 미술의 역사 속에 연연히 전해져온 것이다. 그러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유일성과 독창성에 근거를 둔 이러한 미술의 창조개념은 심각한 도전을 받게 되었다. 미술작품의 주제나 사용된 재료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특별하거나 유일한 것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일상적이며 복제 가능한 특성이 주요 요소로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의 현대미술 작품을 접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과연 이 상황에서도 우리는 창조적 예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라는 것, 그리고 그 평범함의 미술사적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현대미술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오면서 나는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고자 노력해왔다. (중략)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 계승되어 온 평범함의 미술사는, 예술 장르 간에, 전통적인 미술 재료와, 일반적인 물질 사이에, 그리고 미술가와 관람자 사이에 존재하는 위계에 대한 도전의 역사였다. 미술 창조에 있어 인간의 풍부한 상상력과 불굴의 도전정신만 있다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했던 평범함의 전략은 형식주의 모더니즘 미학과 함께 현대미술사를 이끄는 역동적인 추진력이었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기를 바란다.
-저자 서문 발췌
지은이 | 오진경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프랑스 파리 1대학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미술사학회 회장,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미술사교육학회 회장을 비롯하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한국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위원,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하였다.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미술, 팝아트, 누보 레알리즘 그리고 페미니즘 미술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수십 편의 연구논문을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다다와 초현실주의』, 『페미니즘 미술사』, 『1960년 이후의 현대미술』 등의 번역서와 공저 Understanding Korean Art: from the Prehistoric through the Modern Day 등이 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 평범함의 도전
팝아트를 중심으로 본 복제의 미학
1950-60년대 뉴 리얼리즘 계열 미술동향 명칭에 관한 고찰
페르낭 레제의 기계미학 : 반(反)위계주의에 의한 객관적 조형성의 추구
쿠르트 슈비터스의 메르츠 콜라주에 나타난 대량 인쇄물의 조형적 의미
앤디 워홀의 회화 속에 나타난 이미지의 반복
2부 일상에서 찾는 새로운 현실
다다와 초현실주의 미술에 나타난 평범함의 정치학
미술비평가로서의 앙드레 브르통과 현대미술
막스 에른스트의 작품세계에서 프로타주가 지니는 의미
아르망의 '축적'을 중심으로 본 누보 레알리즘의 조형적 태도
3부 여성, 중심에 서다
1980년대 한국 '여성미술'에 대한 여성주의적 성찰
한국 현대미술에 나타난 모성도상의 의미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몸의 정치학
4부 정보사회 속의 미술사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통한 현대미술의 경험
유럽 대학의 사례를 통해 본 정보화시대의 미술사 교육
5부 단문과 전시비평
피에르 프랑카스텔 : 사회학적 접근을 통한 미술의 역사 연구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 실존적 숙고의 작가
《대화 Dialogue》 : 역사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장
엄정선 : 선(line)을 통해 일상의 흔적을 더듬는 작가
팝아트 : 소비사회의 내재적 질서에 부응하는 미술
장 미셀 바스키아 : 제도적 편입을 한 흑인 낙서 화가의 신화
앤디 워홀 작품의 조형적 가치와 사회적 의미
르네 마그리트 : 논리적 사고를 흔드는 회화
《20세기의 미술전 : 암스테르담 스테델릭미술관 소장품전》 역사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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