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와 적용된 서양화법의 원리•목적을 개괄하고, 현존하는 작품 중 특히 이형록의 책가도 8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조선회화의 서양화법 수용사의 한 부분으로도 읽히는 책은, 실제같이 핍진하게 표현하는 것이 주요 요소였던 책가도가 다수의 소실점과 특정 광원을 의식하지 않은 표현에도 사실적으로 보인 이유를 자세히 밝혔다.
책소개
서양화법의 수용과 함께 등장한 책가도
책가도는 18세기 후반 정조가 신하에게 조선의 정치 이념인 유학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어필하고 훈계하기 위해 제작을 지시한 그림으로 “어찌 경은 진짜 책 이라고 생각하는가? 책이 아니라 단지 그림일 뿐이다”라고 얘기하였듯이 그 표현에 있어서 실재하는 책장처럼 보이도록 ‘핍진하게’ 그리는 것이 아주 중요한 요소였음을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책가도는 여러 개의 소실점을 가지며 특정 광원을 의식하지 않은 명암 표현으로 완전한 서양화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가도가 왜 사실적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저자는 책가도 중에서도 궁중화가이며 그 표현이 가장 핍진하다고 평가받은 이형록의 책가도를 중심으로 투시원근법과 음영법을 분석하였다.
서양화법과 조선의 전통화법은 어떻게 다른가?
서양화법은 물체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의 삼차원성을 이차원의 화면에 일루전 즉 이차원의 화면이 눈앞에 재현되어 펼쳐지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눈앞의 풍경을 보고 그린 화가의 지점地点(일점一点) 및 시점時点(순간)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시점視点의 표현이 전제한다. 반면 조선의 전통화법은 대상이 어느 위치에 어떠한 형태로 존재하는지 등의 대상의 본질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화가의 시점이 전제하지 않으며 표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두 화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서양화법은 대상의 일루전을 ‘지각시키기(감각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한 화법이며, 동양의 전통적인 화법은 대상의 본질을 ‘이해시키기’ 위한 화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화법의 원리를 가장 잘 이해한 조선회화, 책가도
18세기의 본격적인 서양화법의 영향으로 인해 초상화, 산수화, 궁중 행사도, 동물화에서 이전의 표현과는 다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초상화에서는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으로 점진적으로 변화를 주어 채색함으로써 얼굴과 의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명암법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산수화에서는 가까운 것은 크고 선명하게, 먼 것은 작고 흐릿하게 그림으로써 원근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하였다. 궁중 행사도에서는 투시선을 표현함으로서 공간의 깊이감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의식에 참가한 인물의 표정과 움직임, 그리고 복장 등을 다채롭게 표현함으로써 의식 장면을 사실적이며 현장감 있게 묘사하였으며 동물화에서는 대상의 정확한 묘사력과 명암의 차이를 표현함으로써 입체감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책가도는 이들 회화 장르와 달리 서양화법의 사용이 좀 더 본격적이다. 즉 여러 개의 소실점을 형성하지만 그 소실점들이 일정한 높이를 유지하는 ‘소실선’과 중앙에 위치하는 ‘소실축’을 형성하여 화가(감상자)의 눈 높이와 위치를 상정하여 기물들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하나의 특정 광원은 아니지만 병풍 중앙을 기준으로 좌우에 설정된 광원의 방향에 따라 기물들의 밝은 부분을 표현하였다. 이를 통해 책가도는 화가의 시점을 나타내는 서양화법의 원리에 가장 가깝게 표현한 회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책가도는 다른 회화 장르와 달리 19세기 중반까지 높은 수준의 서양화법을 사용하였다.
그 배경에는 정조의 업적을 계승하고자 하는 19세기 왕들이 존재한다.
18세기에 서양화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초상화, 산수화, 궁중 행사도, 동물화가 19세기가 되면 남종화의 유행 등의 배경으로 인해 탈 서양화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19세기 중후반까지도 활동한 궁중화가 이형록의 책가도를 분석하면 그가 활동한 기간내내 높은 수준의 서양화법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책가도는 다른 회화 장르와는 달리 19세기에도 서양화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왜 책가도만이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되었을까?
책가도로 명성을 얻은 일가답게 높은 수준의 기술이 부친 대부터 이형록에게 이어졌을 가능성과 19세기에 새로운 그림본의 유입 가능성 등 미술사적으로 그 배경을 추측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책가도의 등장 배경을 고려하면 정치적인 배경과도 관련지어 고찰해 볼 수 있다. 책가도는 정조가 조선의 정치 이념인 유교에 대한 신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된 정치적인 성격이 강한 그림이다. 그리고 19세기 왕들은 현명한 왕이자 모범이 되는 이상적인 왕이었던 정조를 계승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 두 가지를 고려하면 19세기 왕들에게 책가도는 자신의 정통성을 어필하는 데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효과적인 그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정조가 신하들에게 실재하는 책장처럼 보이도록 ‘핍진하게’그릴 것을 강조한 점은 높은 수준의 서양화법으로 그려진 책가도가 19세기까지도 지속적으로 계승되게 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지은이 | 박주현
2020년에 일본 도시샤(同志社)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나라박물관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도시샤 대학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책가화의 연원에 관하여 : 음영법을 단서로」(2014) (한국어), 「조선의 ‘서양화’ 수용 : 책가화의 채색법」(2015) (일본어), 「이형록 필〈책가도〉의 서양화법의 수용 : 원근법과 음영법을 중심으로」(2018) (일본어), 「나라국립박물관 작품해설의 한국어 번역에 관하여 : 가나의 한글 표기·라벨 번역의 규칙·학예사와의 소통」(2021) (일본어)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책가도와의 인연
서언 책가도에 관한 선행연구
제1장 책가도의 정의와 서양화법의 원리와 목적
1. 책가도란
2. 동서양의 화법
제2장 조선의 서양화법 수용
1. 문헌상의 서양화 경험
2. 초상화
3. 산수화
4. 기록화
5. 동물화
제3장 책가도의 일반적인 특징
1. 책가도의 제작시기와 제작목적
2. 현존하는 책가도 28점
제4장 이형록의 책가도 8점
1. 이형록 작품의 제작시기 구분
2. 기저재ㆍ기법, 형식, 크기, 모티브
3. 원근법
4. 음영법
5. 책가도의 설치 장소와 서양화법의 역할
결언 이형록의 책가도가 서양화법을 수용한 배경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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