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통해 죽음을 들여다봤다. 임종을 맞은 이, 그를 향한 애도 그리고 죽음에서 돌아온 이까지 관련 생각들과 이를 다양하게 표현한 서양화 작품을 살폈다. 죽음에 관한 모습들을 가능한 한 여러 갈래로 나누어 따지는 글에는, 저자의 속 시원한 질문과 명쾌한 설명에 의외의 웃음 장치까지 있다.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사에 관한 생각은, 우리가 묻어둔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책소개
예술의 뒷모습을 파고드는 작가, 이연식의 죽음 담론
이미지로 들여다본 죽음의 진짜 모습
“죽음이 인간의 숙명이라면 한번은 제대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 미술사가가 보여 주는 죽음의 여러 얼굴과 비로소 드러나는 모순들
- 인생의 다양한 모습 이상으로 다채로운 죽음에 관한 이야기
- 죽음을 피하기보다는 바라볼 수 있게, 두려워하기보다는 마주하는 힘을 주는 책
현대는 죽음을 잊고 사는 시대다. 사람들은 우울, 불안, 외로움 같은 죽음이 관장하는 감정들을 껴안고 살아가면서도 사후 세계는 믿지 않는다. 죽고 싶다, 죽을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막상 죽음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어린아이가 노인이 되듯 시간의 섭리에 따른 일일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지만 인간사는 예상치 못한 무수한 죽음과 죽음의 여러 양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동안 죽음을 다룬 책들은 삶에 있어 죽음이 갖는 의미를 모색하거나, 죽음에만 깊은 무게를 두거나, 죽음이 주는 메시지에만 집중했다. 켜켜이 쌓기만 한 죽음의 무게와 위압에서 우리들은 자연히 그것을 마주하기보다는 회피하는 쪽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죽음을 그리다』는 예술에 나타난 죽음의 온갖 양상과 모습을 다룬다. 죽음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파헤치다 보니 죽음의 민낯과 지금껏 논의되지 못한 모순들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무겁고 진지하지만은 않게, 군데군데 유머와 풍부한 논의를 통해 모두가 막연히 의심했지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던 죽음에 얽힌 궁금증을 열어 본다. 죽음을 언제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면, 인간의 숙명이라면, 죽음을 버려두는 대신 삶만큼 소중히 대해 주고 싶다면 이 책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인생이 1천 가지 모습이라면 죽음도 1천 가지 얼굴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하는 책이다.
◎ 이미지를 통해 들여다본 죽음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도, 또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죽음을 증명하고 밝히려 애써 왔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지’를 빌려 전승되었는데, 이미지는 죽어 사라지는 것 혹은 죽어 없어져 보이지 않게 되는 존재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직 이미지 속에서 죽음은 물질적이고 구체적일 수 있다.
『죽음을 그리다』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죽음에 다가선다. 임종을 맞은 이들, 숨이 끊어진 이들을 향한 애도, 그리고 마침내 죽음에서 돌아온 이를 묘사한 작품들을 차례로 살펴본다. 평온하게 숨을 거두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인간사는 늘 복잡하고 숨겨진 사연으로 가득하다. 이밖에도 죽음의 안팎,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넘나드는 시선 속에 놓인 유령의 존재도 함께 다루었다. 작가의 말처럼 “거창하게는 인류의 숙명을 의식하며 소박하게는 죽음을 견디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 비로소 드러나는 죽음의 모순들
죽음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도드라지는 건 죽음의 모순이다. 우리는 칼로 잰 듯 빈틈없는 죽음의 절차, 아무도 증명할 수 없는 죽음의 진실 앞에서 너무 오래 침묵해 왔다. 죽음을 금기시하는 사이 진실은 저 멀리 달아나 버렸고, 겹겹이 죽음의 공포가 그 사이를 메웠다. 이제까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대개 죽음을 두루뭉수리하게 다루려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에 이 책은 죽음의 과정을 가능한 한 여러 국면으로 나누어 따져 본다. 그 끝에는 죽음의 복잡함과 모순이 자리하고 있다. 쉬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이라도 정확히 바라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다루는 죽음에 관련된 의혹들은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인식하지는 못했지만 모두가 의심하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다. 죽음을 다룬 책이니 무겁거나 진지하기만 할 것 같다는 선입견은 몇 장만 넘겨도 금방 깨진다. 속 시원한 질문과 명쾌한 설명, 긴장을 풀어 주는 웃음 장치는 독자를 죽음으로의 사유로 자연스럽게 안내한다. 실은 이것이 죽음의 진짜 모습이다.
◎ 왜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가
죽음은 생명의 탄생과 동시에 그 곁에서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구멍과 같다. 평생 그 거대한 공백을 끼고 지내면서도 오늘 일을 생각하고 내일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자체가 삶의 놀라운 면이기도 하다. 『죽음을 그리다』는 죽음에 관련된 여러 사유와 그것을 담은 다양한 예술 작품, 그리고 거기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꺼내고 끄집어 와서 죽음의 향연을 올렸다. 결론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산 사람들은 죽음 뒤에 남겨진 것, 한때 살아 곁에 있던 존재의 흔적을 붙들 뿐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삶을 영혼이 잠시 머물러 가는 곳이라 여겼다. 중세인들은 삶과 죽음이 한 끗 차이라 생각했다. 현대인들은 어떨까? 웬만한 병은 고칠 수 있고, 죽음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오늘날을 죽음이 사라진 시대라고 칭할 수 있을까? 역설적이게도 죽음이 흔해진 시대라 할 수 있다.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죽음을 마주하고 들여다보고 이해해야 한다. 생명이 귀한 만큼 죽음도 귀중하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그리다』는 모든 생명에게 바치는 헌사다.
지은이 | 이연식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과정에서 미술이론을 공부했다. 현재 미술사를 다각도로 살펴보며 예술의 정형성과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다양한 저술, 번역,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연식의 서양 미술사 산책』,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멜랑콜리』, 『뒷모습』, 『드가』 등을 썼고, 『무서운 그림』, 『예술가는 왜 책을 사랑하는가?』, 『컬러 오브 아트』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목차
들어가며_조용한 들판을 달린다면 _8
1장 죽음을 맞이하다 _12
천재의 임종 ○ 아르스 모리엔디 ○ 장군의 죽음 ○ 마지막 명령 ○ 말을 바꾸는 노인, 풀을 묶는 노인 ○ 네로의 마지막 소원
2장 순교자와 암살자 _48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 가장 좋은 순간이 가장 위태로운 순간 ○ 절정 속에 죽을 것인가 ○ 작은 죽음과 큰 죽음 ○ 순교자와 암살자 ○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3장 죽음은 검정 _82
상복은 검은색 ○ 어둠의 화가들 ○ 검은 광채 ○ 검은색 더하기 검은색 ○ 검은 돛 ○ 흑기사 vs. 검은 천사
4장 나를 죽이다 _122
내리찍는 칼날 ○ 위를 향해 세운 칼날 ○ 꼿꼿한 죽음 ○ 나가 죽은 자 ○ 화가의 유언 ○ 이야기가 없는 죽음
5장 죽어 가는 사람을 그린 화가 _166
카미유를 그린 모네 ○ 아내를 담은 연작 ○ 가셰가 그린 빈센트 ○ 클림트를 그린 실레 ○ 익사한 사람의 사진
6장 애도와 매장 _200
서 있는 예수 ○ 폭발하는 비탄 ○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과 오르낭의 매장 ○ 청색 시대의 죽음 ○ 나는 아발론으로 간다
7장 유령 _236
바닥을 딛지 못하는 자 ○ 흐릿한 존재 ○ 크리스마스 캐럴 ○ 불려 나온 유령들 ○ 그들은 보고 있을까 ○ 내게 나타난 유령
8장 돌아온 망자 _266
죽은 이가 돌아온다면 ○ 되살아난 라자로 ○ 나를 만지지 마라
나오며_언제나 다른 누군가가 죽는다 _296
대담_죽음 후에 남은 것들 _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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