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삶•사회를 사료와 자료, 도판을 통해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짧지만 매우 역동적•실험적•전위적인 예술문화를 선보인 예술 운동이었다. 회화에서 시작해 거의 모든 예술 분야로 확대됐으며, 각 분야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은 그 경계가 중첩•해체되어 새로운 예술로 탄생했다. 세계 예술사에 미친 지대한 영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소개된 학술서적은 많지 않았다. 이 책은 약 23년 동안 발표된 저자의 저술 중, 관련된 13편을 골라 엮은 학술연구 논문집이다. 특히 ‘절대주의’ 예술의 주창자로 알려진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작품•활동•삶•이론•철학 등을 중심으로 다뤘다. 칸딘스키, 샤갈부터 라리오노프, 포포바 등 당대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선도했던 젊은 예술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책소개
예술가들의 철학과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말레비치 관련 논문 모음집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이론과 실제: 카지미르 말레비치와 그의 학파』가 지하출판소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말레비치의 예술 철학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구축주의와의 상호 및 갈등관계를 서술함으로써 절대주의와 구축주의 각각의 개념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돕는다. 이에 더불어 말레비치가 주축이 된 그룹 우노비스의 사회적 활동들, 그리고 제자들의 예술 세계와 삶의 단면들까지 충실히 다룬다. “손과 발이 자라난 정사각형이 이미 온 세상을 뛰어다니고 있다.”는 말레비치의 표현처럼 광범위하게 발생한 예술 현상인 절대주의, 그리고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역동성은 그동안 분단된 한반도를 살아온 우리에게는 아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념적 대립을 떠나, 인류의 거대한 실험 가운데 생생하게 펼쳐졌던 예술가들의 철학과 삶의 면면들을 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관련 분야 서적의 부족함을 느끼던 독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귀한 텍스트를 독자들에게 더욱 명확하고 편리하게 전달하기 위해 책의 구성에 정성을 담았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190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인명 해설에 정리해 두었다. 본문에 등장하는 여러 이름들이 생소하게 느낄 독자들을 위해 원서에는 없던 인명 해설을 번역서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20세기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의 삶과 사회의 역동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도판들은 본문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은 썸네일 이미지로 삽입했다. 대신 크게 확대된 원색 도판들을 도판 모음에 정리해 두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본문의 도판 지시문과 썸네일 이미지로 시각 정보를 빠르고 쉽게 파악하고, 도판 모음의 확대된 이미지가 주는 감흥도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도판 모음의 쪽번호는 해당 도판이 위치한 본문의 쪽번호로 표기했다. 이러한 구성은 이 책을 일독한 뒤, 나중에 불현듯 떠오른 그림을 도판 모음에서 찾아 관련된 본문과 함께 곱씹는 독법도 용이하게 한다.
독서의 여러 갈래들을 섬세하게 구성한 이 책의 디자인은 독일 북아트 재단과 라이프치히 국제 도서전이 주최한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공모전에서 최고상 ‘골든 레터’를 수상한 디자이너 신신이 인현진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한 결과다.
본문의 지시어와 각주 번호, 그리고 쪽번호를 구성하는 검은 사각형들은 모두 뒷표지로 소환되어 마치 절대주의가 변용 되고 확장하는 듯한 장면을 이룬다. 이러한 디자인으로 증폭된 책 ‘보기’의 즐거움까지도 독자들께서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역자서문(부분)
이 책은 러시아 모스크바 트레티야코프미술관의 학술연구원인 타티야나 고랴체바(Татьяна Горячева)가 약 23년 동안(1996–2019년) 발표한 논문과 글들 가운데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관한 글을 선별하여 모은 학술연구 논문집이다. 13편의 논문들은 시기적인 차이는 있지만,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 가운데 특별히 ‘절대주의’(Супрематизм) 예술의 주창자로 알려진 카지미르 말레비치(Казимир Малевич)의 예술작품과 활동, 그의 삶, 이론, 철학 등이 중심을 이룬다는 특징을 띤다. 저자는 말레비치를 단순히 러시아 아방가르드 화가의 한 명으로서만이 아니라 절대주의 예술사조의 주창자이자 그 프로그램적 성격의 작품인 「검은 정사각형」의 작가로서, 또 “비(非)대상성으로서의 세계”(Миркак беспредметность)의 사회미학적 유토피아를 설계하는 이론가로서 조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이 책은 자연스럽게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 특히 절대주의 이론과 작품, 그 실천적 현장에 대한 미학적, 사회학적, 역사적 접근과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20세기 초의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이 세계예술사에서 끼친 영향이 매우 지대하지만 국내에는 관련된 학술서적의 종류와 수가 매우 빈약하다는 평소의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결정적이고 직접적인 동인은 이 책이 말레비치의 창작과 예술세계, 철학 등을 조명하되,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전후로 격동하던 러시아 사회 속에서 그가 겪었던 구체적인 예술활동과 사건들을 당대의 예술가들과의 관계를 통해 실증적으로 조명함으로써 매우 복잡다단한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운동의 현장을 생동감 넘치게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말레비치뿐 아니라 우리에게 친숙한 칸딘스키, 샤갈은 물론이거니와, 당대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선도했던 라리오노프, 포포바, 리시츠키, 로드첸코, 그리고 말레비치의 제자라고 평가되는 우노비스(УНОВИС) 그룹의 차시니크, 수예틴, 헤데켈, 코간 등의 젊은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작품 활동과 삶의 지형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이 책은 말레비치가 추구한 절대주의와 그 확산이 그와 그의 제자 그룹에서 전개되는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한 과정과 절대주의 학파의 창작품들을 수많은 삽화 도판들과 함께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흥미로운 점은 독자들에 따라서 이 책에서 말레비치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절대주의 예술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타틀린, 알렉세이 간 등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구축주의(Конструктивизм)에 관한 직접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저자는 자신의 20년 넘는 연구의 결과물인 본 논문집을 통해서 말레비치의 예술세계와 그 운명에 관한 소개와 평가를 넘어,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예술 전체의 진행 과정을 많은 사료와 자료, 도판들을 통해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독자들은 이를 토대로 이제까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20세기 초의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내부의 상황을 매우 면밀하게 살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은이 | 타티야나 바디모프나 고랴체바 (Татьяна Вадимовна Горячева)
로모노소프 모스크바주립대학교 역사학과에서 예술이론을 전공했으며 1977년부터 현재까지 러시아 국립트레티야코프미술관의 20세기 그래픽부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논문 「유토피아로서의 초현실주의: K. 말레비치의 예술적 개념에서 이론과 실천 사이의 관계」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카지미르 말레비치, 엘 리시츠키, 우노비스 그룹을 전문으로 연구한다. 트레티야코프미술관에서 「우리는 세 명이 될 것이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니콜라이 수예틴, 일리야 차시니크」(2012) 「 말레비치의 기호 밑에서」(2017) 「엘 리시츠키」(2017) 외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옮긴이 | 박종소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 어문학부에서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시: 미학적·도덕적 이상의 문제」(199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러시아 문학의 종말론적 신화 양상」(1–3편, 2004–7) 「러시아 속의 세계문학」(2014) 「도스토예프스키와 러시아 혁명」(2017) 등이 있다. 『한국 근대문학의 러시아문학 수용』(공저, 2016)를 썼고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 미하일 바흐친의 『말의 미학』(공역, 2006),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의 『악에 관한 세 편의 대화』(2009),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우리 짜르의 사람들』(2014)이 있다.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를 러시아어로 옮겼으며(공역, 2020)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展」(2007–8, 예술의전당) 개최에 참여하였다.
목차
일러두기 6
역자서문 7
[1] 절대주의 유토피아
‘검은 사각형’에 관한 거의 모든 것 13
“자동차와 부인. 4차원의 다채로운 입체물”: 기호의 탄생 45
“완전함의 단일한 형상”: 말레비치 철학의 절대주의 오더 55
“‘우리’가 탄생한 우리 시대에”: 알려지지 않은 말레비치의 글 한 편에 관하여 76
[2] 절대주의와 구축주의
상호관계의 역사: 교차하는 평행선 89
1922년 여름의 카지미르 말레비치, 알렉세이 간, 그리고 우노비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105
[3] 우노비스: 단체, 이념, 연감
“우리는 불이 되어 새로움의 힘을 부여할 것이다”: 공동체의 유토피아 121
우노비스당 135
연감 우노비스: “공간과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몸처럼 책을 구성하라” 140
“우리 셋은 새 기반이다” 말레비치, 차시니크, 수예틴: 스승과 제자 144
니콜라이 수예틴: “나는 화가가 인간적인 힘을 가지길 원한다” 164
일리야 차시니크: “인간 존재의 핵심은 비대상적 근원이다”
라자르 헤데켈: 절대주의 장의 평면 연구 203
니나 코간: 여성 화가의 운명 224
“바쿠니나라는 별명을 가진, 지칠 줄 모르는 니나 오시포브나 코간”: 코간, 미투리치,
말레비치, 흘레브니코프 244
인명 해설 259
도판 모음 305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