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와 ‘한국민중미술’은 같은 시기에 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전 ‘5월 광주’ 시각으로 민중미술 작가 30인을 분석했던 『오월의 미학(2012)』에서 확장한 이 저술은, 먼저 선정한 1979년 이후 한국 현대사를 그려낸 대표적 민중미술가 30인이 담긴 1권에 이어, 당시 다루지 못했던 23인을 한 명 한 명 찾아 인터뷰하며 예술세계를 직접 들여다보고 젊은 작가의 시선까지 살펴 정리했다. 80년대 광주의 현장을 기억하는 저자는, 민중미술에 관해 연구해오며 전시를 기획하고 글을 썼다. 이 책에서 그는 지방 도시의 미술운동이 주축이 되어 기여한 부분을 추가로 강조하며, 5월 정신의 확장된 시각에서 ‘평화와 생명 미학’을 중요하게 바라보고 이를 한국민중미술의 과제라 본다. 더불어 민중미술에 관해 친숙하지 않을 일반인까지 쉽게 다가가도록 안내한다.
책소개
전 광주시립미술관 큐레이터가 말하는,
뒤틀리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영혼의 자유를 찾아 시대와 온몸으로 부딪쳤던
우리 시대 대표적 민중미술가 30인 이야기
1979년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뜨거운 순간들을 그려낸 대표적 민중미술가 30인, 이들의 예술 세계와 작품을 정리한 『오월의 미학 1: 뜨거운 가슴이 여는 새벽』(장경화 지음)이 초판 이후 10년 만에 표지와 본문을 새로 단장해 출간되었다.
전 광주시립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조선대학교 초빙교수인 저자는 80년대 저항 운동이 뜨거웠던 그 순간부터 지난 30년 동안 민중미술에 대해 연구하고 직접 전시를 기획했다. 이 책은 지금도 어둡고 습기 찬 작업실을 고통스럽게 지키면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만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예술적 삶을 걸고 붓을 잡고 있는 이 땅의 모든 민중미술가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작가의 뜨거운 애정의 결과물이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감정, 신에 대한 신실한 마음,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열정,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 화가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한 편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그들에게 그림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충실한 도구이다. 동시에 이렇게 탄생한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저마다의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된다. 관객들은 한 편의 그림 앞에서 울고 웃고 용기를 내고 위로를 받는다.
하지만 그림이 역사 속에서 단순히 표현과 감상의 대상이 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정의롭지 않은 사회를 조롱하고 풍자하는 그림,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비난하는 그림, 다수에 의한 폭압을 고발하는 그림……. 그림은 때론 해학과 풍자의 방법으로, 때론 사회와 권력에 대한 극단적인 감정을 표출하며 사람들을 일깨우고 선동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이후 독재에 대한 반작용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예술 운동이 일어났다. 이렇게 탄생한 ‘민중미술’은 광주민주화운동과 6ㆍ10민주항쟁 등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민중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위로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 뜨거웠던 순간의 기록,
그리고 꺼지지 않은 촛불로 남은 오월의 미학
한국 민중미술은 시대적 상황과 더불어 자생적으로 발생한, 진정성 있는 한국 현대미술의 한 장르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30인의 작가들은 형식 미학의 모더니즘과 자연주의 미술 등 서구 미학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당시의 미술계를 비판하고, 유신 독재와 광주 학살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부당함에 대한 저항을 표현한 진보적 미술인들이다. 이 책에서는 대중에게 오랫동안 거칠고 투쟁적으로만 비춰졌던 민중미술이 시대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왔고, 미술사적으로 어떻게 정리되었으며, 이후 자본주의와 환경, 생태, 인권문제에 어떠한 입장을 취하며 진화해왔는지, 그리고 현재 어떠한 자취를 남기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인간의 존엄성에 강한 생명력을 부여했던 오윤, 남도의 향토적 서정과 풍광에서 진실을 발견한 강연균, 국가 폭력과 자본주의에 맞선 독자적 사진 콜라주를 창조한 박불똥, 괴기한 일상에서 역사의 보편성을 그린 안창홍, 저항을 넘어 창조의 메시지를 던진 홍성담, 모더니즘에서 출발해 역사와 현실에 대한 지평을 넓혀온 신학철, 검은 막장에서 끌어올린 생명의 메시지를 던진 황재형, 직접 5월 광주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2ㆍ3세대 민중미술가 정정엽, 이원석, 손봉채 등 한국 민중미술사에서 큰 활약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또한 부록에서는 한국 민중미술사 연보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민중미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국의 민중미술은 지난 30년 동안 사회, 정치는 물론 생명과 환경, 인권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와 관계의 문제를 예술에 이입해왔다. 사람들은 흔히 민중미술을 무서운 그림, 왠지 거북하고 어려운 작품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중미술은 시대의 아픔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한, 너무나 현실적이고 지극히 자유로운 예술의 한 장르이다. 세상이 주는 삶의 무게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온몸으로 표현한 대표적 민중미술가 30명의 삶과 예술작품을 통해 현재 내가 서 있는 곳이 아무리 힘들고 아프고 어려울지라도 그곳에서 희망과 사랑과 온기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는 여유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장경화
1958년 광주출생으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1992년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로 임용되어 제1회(1995), 제2회(1997) 광주비엔날레에서 근무했다. 이후 2000년 뉴욕 파견근무를 했고 록펠로우재단(A·C·C)의 연구기금을 수상했으며, 2001년 귀국하여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으로 전시과장, 학예연구실장, 분관장 등을 역임하고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을 정년퇴임했다. 이후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전시기획으로는 중국현대미술전-붉은대륙 중화(2002, 광주시립미술관), East Wind(2003, 뉴욕퀸스미술관) 등 50여 회가 있었으며, 뉴욕 파슨스스쿨의 특강과 전북대학교, 전남대학교, 조선대학교, 호남대학교, 경기대학교, 동신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에 출강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평론분과), 한국큐레이터협회, 아시아미술문화학회, 한국문화예술포럼 대동문화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저자 서문_ 5월의 미학으로 보는 민중미술
1장 메마른 대지에 바람과 비
무거운 주제를 ‘수필적 기법’으로 풀다 • 노원희
수묵으로 펼쳐지는 사람의 숲, ‘먹빛 불꽃’ • 홍성민
민중미술의 지평을 열고 바람이 된 자유인 • 오윤
괴기한 일상에서 역사의 보편성 형상화 • 안창홍
도시를 해부하던 ‘붓’, 우리 산천을 해명하다 • 민정기
자본으로 위장된 공포와 불안 • 이원석
‘모진 역사’를 딛고 살아남은 얼굴들 • 이종구
2장 물빛이 하늘빛을 품다
향토적 서정주의의 경지와 예술가적 책무 • 강연균
불안한 시대의 ‘집시의 미학’ • 임옥상
남도적 서정주의에 뿌리를 둔 민중미술 • 손장섭
어머니의 얼굴에서 읽는 우리의 자화상 • 윤석남
성실성으로 현장을 지배하는 목수화가 • 최병수
리얼리즘 미술은 민중과 함께한다 • 곽영화
어두운 현실에서 빚어낸 ‘생명의 빛’ • 심정수
80년대, 부채의식이 품은 희망과 절망 • 박은태
3장 어둠 끝에서 올린 생명
모더니즘에서 출발한 역사와 현실의 지평 • 신학철
땅과 하늘이 만나 신화가 되는 ‘신명미술’ • 김봉준
검은 막장에서 5월 광주를 보는 민중화가 • 황재형
민중수묵의 창조를 위한 눈물겨운 고통 • 허달용
성실성으로 벼린 5월의 칼날 • 홍선웅
독자적 사진 콜라주로 ‘자본주의 비판’ • 박불똥
‘땅과 흙’에서 역사를 읽는 리얼리즘 • 김정헌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은 민중판화가 • 이철수
4장 붉은 가슴이 새벽을 열다
저항을 넘어 창조의 메시지를 던지다 • 홍성담
생활화로 일구는 역사, 민중에게 바치는 서정시 • 김호석
역사 속에서 들리는 빛의 소리 • 강요배
체인으로 엮인 보이지 않는 세상 • 손봉채
씨앗에서 5월의 화엄華嚴을 꽃 피우다 • 정정엽
소시민 삶의 처절한 행진곡 • 구본주
민족적 형식으로 민중의 삶을 그리는가? • 박영균
부록_민중미술 연보 • 1979~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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