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며 엄마이고 예술가인, 11인 이야기다. 세 가지를 모두 유지하는 것은 예술계에도 드물다. 결혼•출산•일 사이에 뭔가 포기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성•엄마•예술계라는 같은 선에 선 저자들이 젠더나 성역할이 예술 활동에 어떻게 연관하는지 깊게 들여다보는 가운데, 솔직한 경험담-세상을 보는 관점-세대를 아우르는 연대가 요점이 된다. 작가들의 오래된 기억을 추적하고, 개인의 경험을 현재에 맞춰 의미 있게 해석하고 풀어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엄마라는 사실이나 개인의 고난을 밝히는 데는, 작품의 왜곡 해석 등 현실적 문제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자신을 잃지 않고-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키며-균형 잡기. 그 어려움을 자간 사이에서 공감하며 부모나 선배 혹은 친구와 포옹을 나눈 듯 힘과 지지를 얻고, 또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의 힘은, 용기를 낸 작가들 덕이다.
책소개
“결혼과 엄마의 역할은 작가의 생존과 번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여성, 엄마, 예술가. 서로 다른 세 가지 정체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11명의 이야기
- 여성 미술의 담론 외에도 여성의 자아, 연대, 그리고 역사까지 들여다보는 책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비엔날레에 가면 떠올려 봐요. 이 중에 여성 작가는 몇이고, 몇 명이나 아이를 낳았는지. 육아와 창작을 함께한다는 건 목에 칼이 들어오는 듯한 힘든 경험이니까요.” 육아와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어느 여성 작가의 말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육아하면서 회사를 다닌다는 건’, ‘육아하면서 공부를 한다는 건’….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는 여성이면서 엄마이고, 동시에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열한 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독자들은 여성의 경력 단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결혼’과 ‘엄마’의 역할이 어떻게 작가들의 활동과 연관되는지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여기 실린 생생하고 솔직한 경험담,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연대는 우리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반증하는 위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 세대를 아우르는 생생한 경험담
『누가 선택을 강요하는가?』에는 여성이면서 엄마이고, 그리고 현직 예술가로 활동 중인 열한 명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성, 엄마, 예술가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동시에 가진 이들은 드물다. 일을 위해 결혼을 늦추거나(비혼이거나) 아이를 갖지 않거나 혹은 아이나 가정 때문에 활동을 중단한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비단 예술가만이 아니다. 현재도 대다수의 여성들이 육아로 휴직이나 퇴직을 하는 게 씁쓸한 현실이다. 그래서 ‘결혼’과 ‘엄마’의 역할이 여성의 일에 미치는 영향을 단도직입적으로 파고드는 이 책의 파급력은 크다.
열한 명의 작가들은 ‘한국 여성 미술’의 상징과 같은 70-80대 작가들부터 대학에서 여성학을 배우고 여성 미술의 태동을 목격했으며 민중 미술에도 가담했던 50대 작가들, 마지막으로 현재 한참 육아와 작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40대 작가들까지 다양하다. 저마다 예술을 하게 된 계기, 지향하는 바,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공통점도 많다. 솔직한 경험담과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펼쳐 나간 예술 세계는 독자들로 하여금 바로 나의 이야기라고 느끼게 만들기 충분하다. 또한 어머니, 선배, 친구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듯한 힘을 준다.
● 이슈 ON: 부부 작가, 여성의 몸, 연대, 성차별
열한 명의 인터뷰 참여자들과 마찬가지로 여성, 엄마이자 한국 예술계에서 오래 활동해 온 두 명의 저자는 지금 미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들을 가감 없이 다루었다. 왜 부부 작가의 작품이 남자(남편)의 이름으로 발표되는가부터 대한민국 사회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던 미투 논란과 그 이후까지 빠짐없이 훑었다.
먼저 부부 작가를 이야기했다. 부부 작가가 서로가 배우자인 사실을 밝히지 않는 이유, 일과 가정 내 역할 분담,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경쟁자가 되어야 하는 고충 등을 살펴본다. 두 번째는 여성 작가의 ‘몸’이다. 몸은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오랜 세월 많은 여성 작가들이 몸을 다루어 왔다. 책에서는 작가의 신체 기관으로써의 몸과 예술적 탐구 대상으로써의 몸을 함께 들여다본다. 세 번째는 여성 작가의 연대다. 과거와 달리 SNS 등 온라인 소통 창구가 다양한 요즘에는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저자들은 이것이 꼭 장점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고찰도 논의에 포함시킨다. 마지막으로 미술계 성차별이다. 미투 열풍이 지나갔다고 하지만 고질적으로 존재하던 문제들은 그대로다. 진솔하고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참여 작가들은 현실에 좌절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는 이유를 밝혔다.
● 세 가지 정체성을 지켜 내는 생존 전략
저자들은 참여 작가들의 오래된 기억을 역추적하는 일, 그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현재 시점에 맞추어서 유의미한 일로 해석하고 다시금 이야기로 풀어내는 인터뷰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한다. 여성, 엄마, 예술가라는 세 가지 정체성을 모두 지키고 균형을 찾아 가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자칫 작가의 엄마로서의 경험이 강조되어 작품이 왜곡되어서 해석될 수도 있다.
여성으로 태어나 직업과 모성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필연적으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역사를 살아온 그녀들은 곧 우리 자신이다. 따라서 자신을 그대로 보여 주는 한편으로 각각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 나가는 이들의 생존 전략에 귀를 기울일 만하다. 여기 실린 작가들뿐 아니라 모든 여성, 인간이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서로 다른 정체성을 지키고 균형을 찾는 데도 이 책은 필요하다.
지은이 | 고동연
국내외 아트 레지던시의 멘토, 운영위원, 비평가로 활동 중이며, 2014년부터 국내 미술인의 인터뷰 책을 출간해 왔다. 2017년과 2018년 고양 야외조각축제의 커미셔너를 역임했다. 『응답하라 작가들: 우리 시대 미술가들은 어떻게 사는가?』(2015), 『Staying Alive: 우리 시대 큐레이터들의 생존기』(신현진 공저, 2016), 『소프트파워에서 굿즈까지: 1990년대 이후 동아시아 현대미술과 예술대중화 전략』(2018), 『The Korean War and the Postmemory Generation(한국 전쟁과 후기억 세대: 동시대 미술과 영화)』(Routledge, 2021) 등을 썼다.
지은이 | 고윤정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퍼포먼스 아트를 중심으로 한 《프롬나드런》(2019), 세종문화회관의 《행복이 나를 찾는다》(2020), 《하나의 당김, 네 개의 눈》(2021) 등을 기획했다. 2018년 『퍼포먼스 아티스트 레코딩』으로 한국의 퍼포먼스 아트, 공동체 기반의 예술을 실천하는 젊은 작가들에 대한 작은 비평서를 썼다. 끊임없이 생동하는 동시대 미술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예술가, 큐레이터, 비평가, 전시 공간 등 독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술계 일원이 자생하는 생태계에 주목한다.
목차
감사의 말
들어가는 말: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 엄마, 예술가의 생존기
1장 언니들은 아직도 달린다
1.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윤석남(1939) 설치, 회화
2. 〈미친년 프로젝트〉와 한국 예술사진계: 박영숙(1941) 사진
3. 작업실과 전시장 너머에서: 홍이현숙(1958) 설치, 퍼포먼스
2장 여성의 연대가 시작되다
4. 모든 여성의 삶은 기록되어야 한다: 정정엽(1962) 회화, 다매체
5. 경력 단절 여성 작가들이 쏘아 올린 공: ‘공간:일리’와 ‘사공토크’-황수경(1970), 김수진(1972), 김성미(1970) 설치, 기획
6. 듀오, 가족 공동체 속의 여성: 진달래(1973) 디자인, 퍼포먼스
7. 슈퍼우먼 콤플렉스: 김시하(1974) 설치, 기획
3장 ‘동등하다’는 환상: 말과 행동의 이중성
8. 성평등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해 가는 것: 정직성(1976) 회화
9. 강강술래, 무기력함을 털어 내고: 김도희(1979) 설치, 퍼포먼스
10. 엄마 세대와 우리 세대, 진짜 달라졌을까요?: 조영주(1978) 영상, 퍼포먼스
11. 태아 드로잉으로 ‘엄마’인 나의 내면을 되돌아보기: 국동완(1979) 회화, 드로잉, 아트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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