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도 모노크롬 작업을 닮은 책은, 모노크롬의 탄생부터 수용 과정•전성기•역할 등을 풀어준다. 등장하자마자 충격을 주고 예술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모노크롬을 이해해 볼 수 있도록`, 모노크롬을 그리는 미술가이기도 한 저자가 안내한다. 원제목인 '단순한 진리'는, 인류 발생 후 가장 복잡한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책소개
예술가들은 왜 캔버스에 한 가지 색만 칠했는가
현대 미술의 ‘단순한 진리’ 모노크롬에 대하여
“이미지는 없고 물감만 가득 칠한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현실의 부정이나 새로운 종류의 사실주의로 해석할 수도 있다. 모노크롬은 가장 보편적인 요소인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가장 난해한 의미를 담기 일쑤다. 모노크롬은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지만, 가장 지적으로 탐구하고 도전하는 예술가들의 영역이기도 하다.”
모노크롬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는 모든 것의 상징’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장 순수하고 절대적이며 본질적인 예술이다. 『모노크롬: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는, 혹은 명백하게 단순한』의 저자 사이먼 몰리는 그 자신이 모노크롬을 그리는 미술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모노크롬이 탄생한 배경부터 수용되는 과정, 그 전성기, 그리고 오늘날 모노크롬의 역할을 풀어낸다. 서론과 결론을 제한 17장은 모노크롬에 있어 주요한 테마로 각자 묶였지만, 책 속의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고 테마는 모노크롬의 연대기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식이다.
등장하는 작품은 모노크롬과 ‘이상적인 모노크롬에서 벗어난 연속체’인 모노크로매틱과 덜 본질적인 모노크롬의 예도 포함하며, 회화뿐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 영화, 사진, 레디메이드까지 확장된다. 저자는 모노크롬의 ‘세계적’ 역사를 담고자 했으나 서양에 치우친 점을 인정하면서도, 남미와 동아시아의 모노크롬에 관한 논의로 이런 편향을 상쇄하고자 노력했다. 특기할 만한 건 한국의 모노크롬 회화 작품인 ‘단색화’에 온전히 한 장을 할애했다는 점이다. “내가 서양의 회화 장르라고 여겼던 모노크롬이 사실 전 세계적인 현상이거나, 적어도 머나먼 한국까지 확대된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 또한 저자가 한국에 살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편집자의 글
‘하하, 이게 무엇을 나타내는 거지?’ 이제 그림이 대답할 차례다. ‘넌 무엇을 나타내는 거지?’
인물도 풍경도 아무런 형상도 없이 측면까지 단 하나의 색으로 빼곡한 캔버스, 또는 텅 빈 것처럼 보이는 면에 그저 커다란 단색의 점 한두 개가 찍힌 그림. 아마도 대다수는 뭘 그렸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이런 그림들을 보며 ‘역시 현대 미술은 난해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한층 강화하고 ‘외부자들’을 자처할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내부자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받고 경매에서 수천만 원, 심지어 수억 원을 호가하며 연일 거래액을 갱신한다. 현대 예술 작품인 모노크롬을 향한 반응은 이렇듯 극명하게 갈린다. 그럼 ‘내부자들’은 처음부터 모노크롬의 가치를 알아보았을까?
미술계가 처음부터 모노크롬을 수용한 것은 아니다. 최초의 모노크롬 작품인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과 [흰색 위의 흰색]이 등장했을 때 “대중과 마찬가지로 평론가들도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온데간데없다. 눈앞에 있는 것은 흰색 프레임 안의 검은 사각형’이라고 비난했”으며, 이브 클랭이 당시의 진보적인 전람회에 출품한 무광의 주황색 대형 모노크롬 작품은 “단 하나의 균일한 색이라니, 있을 수 없다. 정말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술계의 ‘최첨단’에게도 모노크롬은 지나치게 충격적이고 공격적이고 도저히 예술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예술가들은 왜 캔버스에 한 가지 색만 칠하게 되었는가?
비평가들은 모노크롬 작품을 어떻게 해석해왔는가? 또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어쩌면 예술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소양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미적 관념”이라는 것은 약간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얼마든지 갖출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사이먼 몰리의 이 명료한 글을 읽어보는 정도의 노력 말이다. 더욱이 “시각적인 단순함에 매진하는 예술의 광범위한 ‘치유적’ 잠재력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이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 우리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단순한 진리(The Simple Truth)’라는 것 또한 깨달을 수 있다.
‘단순한 진리’는 이 책 원서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의 만듦새 또한 간결하고 담백해야 했다. 책의 표면은 원서의 덧싸개와 같은, 즉 이브 클랭이 애용한 ‘인터내셔널 클랭 블루’와 흡사한 파란색이다. 표지 종이의 경우 멀리서는 매끈하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빼곡한 질감이 있는 색지다. 표지뿐 아니라 책머리, 책배, 책발까지 삼방 배면 인쇄를 통해 파란색으로 완전히 뒤덮었다. 뒷표지는 소개문도 추천사도 없이 비워두었다. 이로써 클랭의 ‹파란색 모노크롬›, 또는 도널드 저드의 ‘특수한 사물들’과 같은 하나의 모노크롬 작품처럼 보이도록 의도했다.
비록 지금은 “모노크롬 회화에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주거나 도전을 제기할 힘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 있”더라도, 모노크롬에는 여전히 유효한 힘이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그림들이 보기에 ‘단순하다’는 것이다. “모노크롬은 미리 확정된 것이 아니라 관조(contemplation)라는 행위를 통해서 실천된다.” 예술에서 단순함만이 유일 가치가 아닐지언정, “복잡함과 무질서 속을 헤매고” “엄청난 주의 간섭, 주의 산만, 조작이 점점 더 일반화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분명히 값진 것이다.
지은이 | 사이먼 몰리 (Simon Morley)
미술가이자 작가다. 지은 책으로는 『불길한 징조: 현대 미술 속 언어와 이미지(Writing on the Wall: Word and Image in Modern Art)』(2001), 『세븐키: 일곱 가지 시선으로 바라본 현대미술』(안그라픽스, 2019), 『다른 이름으로: 장미의 문화사(By Any Other Name: A Cultural History of the Rose)』(2021) 등이 있으며 2023년 『현대 회화: 간결한 역사(Modern Painting: A Concise History)』를 출간할 예정이다. 『숭고미: 현대 미술의 기록(The Sublime: Documents in Contemporary Art)』 편집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년에 걸쳐 영국의 여러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강의와 투어 가이드를 했으며, 신문과 잡지에도 정기적으로 기고한다. 2010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단국대학교 미술대학의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또한 모노크롬을 그린다.
옮긴이 | 황희경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디자인 전략혁신 과정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의류 대기업 및 컨설팅 회사에서 패션정보기획, 트렌드 분석 리서처로 근무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한 서비스 디자인 특강』 『드레스코드』〔근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감수 | 정연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 교수. 미국 뉴욕대학교의 인스티튜트 오브 파인 아트(IFA, Institute of Fine Arts)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뉴욕주립대학교(FIT,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조교수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개최된 '백남준 회고전'의 리서처를 역임했다. 2018-2019 미국 뉴욕대학교 풀브라이트 펠로우(Fulbright Fellow)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에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Imagined Borders'의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지은 책으로《현대공간과 설치미술》이 있으며,《Collision, Innovation and Interaction: Korean Art from 1953》《비평가, 이일 앤솔로지》《Lee Bul Dissident Bodies》등을 공저(편)했다.
감수 | 손부경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뉴미디어아트의 공간체험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뉴욕주립대학교(State University of New York at Binghamton) 미술사학과 박사과정에서 미디어 이론, 사이버네틱스, 문화적 기술, 한국 아방가르드미술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제프리 쇼의 뉴미디어 설치미술」, 「잡음: 매개된 현실에 균열내기」 등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 『미디어 비평용어 21』 등의 번역에 참여하였다. 비디오 게임, 현대전과 기술, 혼합현실과 같은 현상들을 미학적 재매개의 맥락에서 주목하며, 한국 실험미술의 전개양상을 문화적 기술과의 관계 속에서 살펴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에 부쳐
서론
1 배경
2 수용
3 색
4 바탕
5 정신적인 것
6 형언할 수 없는 것
7 무
8 경험
9 선
10 물질
11 형식
12 기호
13 개념
14 알레고리
15 뉴미디어
16 단색화
17 컨템포러리
결론
미주
참고 문헌
도판 출처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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