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과 자본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미술을 가장 세속적 수단인 ‘돈’으로 대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상업주의의 결과로 미술이 상품화한 것이 아니라, 미술이 상업주의를 포함한 근대 역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미술을 생산과 소비 관계의 선상에 있는 경제활동으로 해석하고, 미술에서 자본의 역할과 예술가의 밥벌이까지 읽어본다.
책소개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미술을
가장 세속적인 ‘돈’으로 풀어낸다!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알려주는 미술 투자의 세계
최근 2~3년 사이 한국 미술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2021년 거래액 9천억원을 돌파하면서 전년 대비 세배 가까이 성장했다. 미술시장 하면 높은 진입장벽과 천문학적인 금액을 떠올리게 되는데 디지털 아트, NFT 등 온라인에서도 미술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상류층들만의 특수한 소비나 취미활동으로 여겨지던 미술 투자가 MZ세대를 중심으로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미술 투자, 아트테크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일만은 아니게 되었지만 막상 이 세계에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그림값의 비밀』은 미술과 자본주의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미술 투자에 대한 변치 않는 진실을 알려준다.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 거듭나는 과정, 아트 딜러의 역할을 통해 그림값이 결정되는 과정, 고가의 그림이 탄생하는 과정, 그림값을 매기는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져온 과정 등을 포착한다. 미술을 둘러싼 세계가 아무리 급변한다고 해도 현명한 미술 투자를 위해서는 결국 ‘작품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이 미술계나 대중에게 인정을 받고 가치가 오를 수 있을지 예견하는 일종의 감각이 필요한 것이다.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과거와 현재, 서구와 한국을 넘나들면서 펼치는 설명을 통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술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요동치는 미술시장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자본은 미술 창작의 물질적 기반이다
미술을 바라보는 가장 세속적인 시각, 돈!
사람들은 흔히 미술이라고 하면 고상하고 형이상학적인 세계에 속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 양정무는 사람들의 이러한 고정관념을 대담하게 꺾고 미술을 가장 세속적인 수단인 ‘돈’으로 풀어낸다. 요즘 미술 투자 붐이 일면서 미술작품을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투기 자산의 일부로 바라보는 양상이 부상했지만 이것이 단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선 요즘 사람들만의 일일까? 저자는 미술사학자의 시선으로 미술이 자본주의 시장의 무기가 된 과정을 역사적 맥락에서 촘촘하게 살펴본다. 미술을 고상하고 신비한 영역에 가두는 대신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경제활동의 일환으로 적극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미술이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내용이나 의미에서 찾지만 양정무는 자본에서 찾는다. 미술에서 자본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말해 미술 창작의 물질적 기반이 어떠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한 시대의 미술을 탐사하는 데 요긴한 문제임을 역설한다. 미술이 주문되고 거래되는 방식을 살펴보지 않고 작품의 의미나 양식을 말하는 것은 자칫 공허한, ‘해석을 위한 해석’으로 귀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얀 반 에이크로 대표되는 17세기 플랑드르 화파, 조토와 마사초에서 시작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파를 비롯해 오늘날 미술시장의 블루칩으로 인정받는 인상주의 화파, 그리고 현대의 앤디 워홀과 데이미언 허스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아는 미술형식이 어떻게 등장했으며 시장과의 길항관계 속에서 어떻게 전개해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얼핏 돈이 미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단순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미술과 돈의 관계는 시대․지역마다 다양한 접점을 갖고 다채롭게 변화했다. 특히 요즘은 미술이 자본을 좇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초에는 미술이 앞서나가고 자본이 미술을 좇았다는 분석이 흥미로운데, 상업주의의 결과로 미술이 상품화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미술이 상업주의를 포함한 근대 역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1장 예술의 자본화 혹은 자본의 예술화). 저자가 미술과 시장을 오가며 중세 이후의 서양미술사를 탐사하는 과정은 ‘미술은 시장의 산물’이라는 말로 단순화할 수 없는 복잡한 미로에 가까우나 그의 친절하고 사려 깊은 설명을 따라가다보면 미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눈뜰 수 있을 것이다.
‘밥벌이의 지겨움’에 시달린 화가들
제2의 창작자인 후원자와 아트 딜러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익히 아는 화가인 뒤러, 다빈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루벤스 등이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타나는데, 천재 예술가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밥벌이의 지겨움’을 날마다 감당해야 했던 생활인으로서의 민낯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이들이 당대의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 사회적 요구와 예술적 성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이들의 갈등이 입체적으로 조명된다.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는 젊은 시절 화가로서 크게 성공했지만, 그의 화풍이 부르주아의 고전 취향에서 벗어나는 순간 시장에서 가차 없이 버림당했고, ‘영끌’해서 구매한 주택의 잔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경제적 몰락과 가족의 불행을 겪고 난 생의 말년에 고객을 만족시키기를 포기한 듯한 회화적 실험을 감행한 그의 작품은 오늘날 렘브란트의 대표적인 명작으로 인정받는다. 삶과 예술의 이러한 가혹한 아이러니를 담은 ‘8장 돈과 예술가의 삶’은 저자가 가장 애착이 가는 부분으로 꼽은 장이기도 하다.
흔히 미술사에서 작품과 화가에 가려져 있던 수요자와 판매자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 이 책의 주요한 특징이다. 저자는 이제껏 미술을 이해할 때 우리가 간과해왔던 이들, 그림을 주문하고 소유한 후원자들과 그림을 판매하는 아트 딜러의 세계를 공들여 소개한다(3장 미술은 누가 거래하는가: 딜러의 세계). 르네상스 미술을 열어젖힌 것으로 평가받는 ‘아레나 예배당’은 화가 조토의 ‘성전’으로 일컬어지지만 사실상 이 예배당을 기획하고 건축과 미술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이는 주문자인 스크로베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작품을 구매하고 향유하는 것을 넘어 미술 생산에 개입하고 회화적 혁신을 이끄는 이로서 주문자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4장 죽음 앞에서 미술을 거래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미술 후원자의 역할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는데, 프릭 컬렉션, 게티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기업인이 미술관 설립에 주요한 역할을 맡아온 사례는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 경영으로 쌓은 막대한 부를 미술 후원이라는 방식을 통해 사회에 환원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천문학적인 돈으로 사들인 명작들을 자신과 함께 화장해달라는 망언을 쏟아낸 기업인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미술 후원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넌지시 언급하고 있다(6장 미술은 어떻게 소유하는가: 후원자의 세계).
그림값의 비밀이 궁금한 일반인을 위해
미술 투자를 시작하고 싶은 초보자를 위해
일반인이 미술에 대해 가장 품고 있는 가장 큰 질문은 ‘그림값은 왜 그렇게 비싼가?’일 것이다. 천문학적인 경매가를 기록하는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미술시장은 일반인이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세계와는 다른 논리로 움직일 거라는 생각이 들고, 일반인은 접근하기 힘든 영역일 것만 같아 무관심과 냉소로 대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자는 미술시장도 엄연히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계산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을 찾아 변동하게 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얼핏 예측이 불가능한 도깨비 시장처럼 보여도 각종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미술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미술시장도 여느 투자시장과 다르지 않음을 이해하고 주식 투자를 위해 공부를 하듯이 합리적인 미술 투자를 위한 공부가 필요함을 권한다. 미술 투자에 대한 궁금증과 투자를 시작하기 위한 요령 등에 대해서는 ‘10장 미술 투자를 위한 Q&A’에 정리되어 있다.
한국 미술시장은 4천억원을 넘지 않는 규모로 계속 유지되어왔는데 최근 한해 사이에 두배 가까이 성장해 2021년에는 9,223억원의 규모를 기록했다. 저자는 이러한 급격한 성장의 주요한 원인으로 젊은 구매층의 미술시장 유입, 온라인 미술품 거래시장의 성장을 꼽는다. 또한 NFT 작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현상에 대해 신중하게 분석하면서 미술과 기술의 관계에 대해 거시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볼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지금 미술시장에 일어나는 변화와 발전을 지켜본다면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미술 투자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이 걷히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
어린 시절, 다락방에서 발견한 백과사전의 삽화에 마음을 빼앗긴 후 미술을 운명이라 믿게 됐다. 유학 시절 도서관보다 박물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미술관, 박물관 가이드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학생으로 유명세를 탔다. 다양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사를 풀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어서 지금도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강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 인기 강사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이다. 한국예술연구소 소장과 19대 한국미술사교육학회 회장, 한국미술경영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하고 존스홉킨스 대학교와 메릴랜드 미술대학에서 방문교수로 미술사를 연구하는 등 학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양미술의 발전을 상업주의와 연결시킨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문학의 꽃’으로 불리는 미술사를 우리 사회에 알리는 데 관심이 많다. 국립중앙박물관 강의를 비롯해 『차이나는 클라스』, 『예썰의 전당』, 『책 읽어주는 나의 서재』, 『신기한 미술나라』등 다양한 방송과 대중강연, 학술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중앙일보, 네이버, 매경이코노미 등 여러 매체에 관련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1~7권, 『시간이 정지된 박물관 피렌체』, 『상인과 미술』, 『그림값의 비밀』, 『벌거벗은 미술관』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신미술사학』, 『조토에서 세잔까지―서양회화사』, 『그리스 미술』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그림은 두번 태어난다
1장 예술의 자본화 혹은 자본의 예술화
2장 미술은 어떻게 거래되고 어디서 거래되는가
3장 미술은 누가 거래하는가: 딜러의 세계
4장 죽음 앞에서 미술을 거래하다
5장 돈이 꽃피는 곳에서 미술도 꽃핀다: 미의 제국 피렌체
6장 미술은 어떻게 소유하는가: 후원자의 세계
7장 그림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8장 돈과 예술가의 삶
기업가형 예술가, 뒤러
방황하는 천재, 다빈치
몰락한 집안의 가장, 미켈란젤로
빚 많던 빛의 화가, 렘브란트
셀프 마케팅의 귀재, 루벤스
9장 미술시장의 블루칩, 인상주의
장기 투자의 신화, 모네
죽은 뒤에야 유명해진 고흐
10장 미술 투자를 위한 Q&A
참고문헌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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