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미술사학자 개인사로 찍힌 그의 발자국에, 세계 미술사의 굵직한 사건들과 기억할 만한 작품•주제를 더해 함께 엮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와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넘게 박물관에서 일하며 예술 가까이에서 겪은 경험과, 치밀한 시선으로 쓰고 발표한 연구 성과에 이어 그 과정까지 어렵지 않게 읽어 볼 수 있다.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는 그의 기록은 현장감이 넘친다. 미국 순회 전시 중이던 ‘한국미술 5000년전’의 관련 심포지엄에서 최연소로 발제했던 일이며, 그 일로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 과정으로 들어가 필생의 연구 주제인 석굴암을 만난 과정은 실로 극적이다. 흥미로운 생의 지난 장면에 이어 최근 매진하고 있는 연구와 팬데믹 상황에도 멈추지 않은 강의에 관한 기록까지 읽다 보면, 자서전이 아닌 ‘혁명일지’라는 제목이 안성맞춤으로 읽힌다.
책소개
세계미술사에 유례없는 발자취를 남기며
미술사를 사상사로 끌어올린
미술사학자 강우방의 거침없는 예술 이야기!
미술사학계의 촉각을 세우게 만든 한 남자가 있다. 그는 50년 넘게 조각, 회화, 공예, 자기, 건축 등 예술 영역의 모든 분야를 연구하며 독창적이고 새로운 논문을 발표해왔다. 학계, 정책, 문화 및 전시 등 예술의 영역에 때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 석 자에 ‘미술사학자’라는 수식어가 생겼고, 수식어는 이름과 등호가 됐다. 우리나라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이자 현역 미술사학자, 강우방이다.
『예술 혁명일지』는 삶의 진정성, 연구의 독창성, 학자의 양심이 미술사를 사상사로 끌어올린 강우방의 고백이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미술사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평생 예술을 읽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에 입문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5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15년, 그리고 2000년 경주박물관장에서 퇴임할 때까지 예술품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냈다.
저자는 치밀하게 작품들을 관찰하고 철학적 성격의 논문을 쓰면서 독학으로 미술사학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사 정각상에서 석굴암 본존불의 비례를 찾아 학계에 밝혔고, 왕궁리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기의 조성 시기를 고려시대에서 백제시대로 끌어올렸다.
특히 국외에서도 저자의 행보는 늘 주목받았다. <한국미술 5000년전> 미국 내 순회 전시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발제했고, 이는 하버드대학 대학원생으로 특별 입학하는 계기가 됐다. 2014년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리스 신전 건축의 개념 오류들을 지적했으며,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노트르담 사원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했다. 2019년엔 국립교토박물관 초청으로 일본의 국보 <코지마 만다라>를 발표하면서 일본 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듯 책은 1970년대부터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미술사의 굵직한 이슈들을 드러낸다. 미술사학자의 개인사가 미술사라는 큰 물결 속에서 세운 이정표들, 한국 특히 불교미술계에 끼친 영향, 그리고 이면에는 감춰진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30톤에 이르는 경주 황룡사 터의 거대한 심초석을 들어 올리는 현장, 일본의 국보 코지마 만다라가 한 개인에게 그 자태를 공개한 사건, 만나기 힘든 석굴암 부처님을 문화유산 사진 전문가 안장헌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15TB(1,572만 MB)에 달하는 예술품 사진 중 엄선한 사진과 이를 채색하며 분석한 도판들은 하나의 작품과 같다.
그래서 『예술 혁명일지』는 미술사와 예술, 혹은 미술사학에 관심 있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의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저자가 세계미술사에 남긴 유례없는 발자취와 동행하게 될 것이다.
교과서에 박제된 예술품은 잊어라,
어디서도 듣지 못한 진정한 예술 세계로의 초대!
“연애를 글로 배웠습니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전에 약할 때 쓰는 말이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교과서에서 배운, 나무위키와 블로그 등 인터넷, 관련 서적에서 접한 예술품의 이야기는 많다. 빛, 선, 색, 면, 질감, 예술품이 설치된 공간과 시간, 작가, 창작에 얽힌 이야기 등 감상의 기준도 여럿이다. 하지만 예술품의 진짜 아름다움이 따로 있다면? 교과서에서만 보던 예술품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읽는 혁명적인 인식 전환과 만날 수 있다면?
“우리가 알아보고 보이는 세계보다, 훨씬 더 넓은 알아보지 않는 세계를 알아차리고 보게 되면 우리는 이제야 눈을 뜨는, 즉 개안開眼하는 감격을 누린다. 부처님이 보주이고 보주에서 생겨나는 영기문이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된다. 그 무의식의 세계는, 보기 어려운 세계가 아니고 낯선 세계여서 알아보지 못할 뿐이다.”(『예술 혁명일지』 서문 중에서)
저자는 한 예술품을 몇 번이고 찾아가 사진을 촬영하고, 기록하며, 분석했다. 그렇게 15TB, 즉 1,572만 MB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축적했다. 과학자가 실험하며 논문 쓰듯 예술품에 숨겨진 진짜 아름다움을 찾았다. 작품을 읽는 ‘비밀 코드’인 ‘조형언어’를 찾아내고, 작품해석법인 ‘채색분석법’으로 예술품을 분석하면서, 모든 예술품에 ‘우주적인 만물 생성의 기운’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렇게 예술을 바라보는 학문적인 전환과 함께 인식의 전환까지 이뤘다. 그래서 시대가 따라가지 못했던 찰스 다윈의 진화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혁명적인 사건이라고 자평한다.
이제 저자는 미술사를 사상사로 끌어올리고 있다. 교과서 혹은 논문에 문자언어로 기술된 예술품의 가치 이면에 있는 아름다움을 좇는다. 그는 “예술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진짜 아름다움은 따로 있다”라며 평생에 걸쳐 증명하려 한다. 예술품을 해독하는 채색분석법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인류가 만든 모든 예술품을 채색분석해 인류의 마음이 하나라는 진리를 읽어내려 한다.
『예술 혁명일지』는 보이지 않는 세계, 즉 예술품의 진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이에게 건네는 미술사학자 강우방의 초대장이다.
지은이 | 강우방 (姜友邦)
1941년 중국 만주 안동에서 태어나, 1967년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미술사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과 국립경주박물관 관장을 역임하고 2000년 가을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로 초빙돼 후학을 가르치다 퇴임했다. 퇴임 후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을 열어 지금까지 20년째 연구에 몰두하며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원융과 조화』, 『한국 미술, 그 분출하는 생명력』, 『법공과 장엄』, 『인문학의 꽃 미술사학 그 추체험의 방법론』, 『한국미술의 탄생』, 『수월관음의 탄생』, 『민화』, 『미의 순례』, 『한국불교조각의 흐름』 등이 있다.
목차
서문_보이지 않는 세계로의 초대
Ⅰ. 프롤로그
1. 독각獨覺의 흐느낌
2. 나의 어린 시절
Ⅱ. 껍질을 깨다
3. 코지마 만다라
4. 인연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5. 천 년의 수도 경주에서 독학으로 개척한 미술사학
6. 불상 조각 연구의 기틀을 마련해 준 일본 연수
7. 학문의 기초를 다진 수많은 유적 발굴 현장 체험
8. 통일신라문화를 활짝 연 걸출한 예술가, 양지 스님과 만나다
9. 나라국립박물관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가
10. 당간지주, 용과의 첫 인연
11. 하버드대학 대학원의 박사 과정에 들다
12. 먼 미국에서 가슴 벅찬 석굴암 연구를 시작하다
Ⅲ. 문자 너머에서 찾은 ‘비밀 코드’
13. 불교미술 연구에 몰두, 첫 논문집 내다
14. 불교철학을 품은 불교미술 기획전들
15. 50년의 연구 성과를 선보인 전시회
16. 처음으로 고려청자를 강연하다
17. 이슬람미술 강연
18. 학문의 대전환, 귀면와鬼面瓦인가 용면와龍面瓦인가
19. 불상 광배의 비밀
20. 문자언어에서 조형언어로
21. 인간의 비극悲劇
Ⅳ. 세계미술사 정립을 위한 서장
22. 무본당務本堂 아카데미를 열다
23. 세계 최초로 연 ‘문양 국제심포지엄’
24. 그리스 첫 답사
25. 연구 대상인 조형예술품의 무한한 확장
26. 괘불, 세계에서 가장 크고 장엄한 회화
27. 백두산 천지에서 내 학문의 완성을 다짐하다
28. 하나의 예술품은 하나의 경전
29. 살아오면서 만난 고귀한 사람들
30. “옹 마니 파드메 훙”
Ⅴ. 에필로그
31. ‘영기화생론’과 ‘채색분석법’
32. 인류 조형언어학 개론 강의
33. ‘학문일기’로 맺은 인연들
34. 자연의 꽃 밀착관찰 12년째
35. 고려청자 연재는 회심의 기획
36. ‘온라인 화상 토론’, 그 아름다운 결실
후기_최선이 보여준 기적적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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