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전을 비롯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등을 담당했던 저자는, 전시 디자이너다. 미술•건축•디자인•사진 등 여러 분야를 탐구해온 그는 늘 외부인의 위치에 있었다.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여전히 외부인이길 자처하는 그가, 지난 10년간 예기치 못한 우연과 사고에 의해 닿았던 미술관•갤러리의 일상과 생각을 예술 공간과 엮어 들려준다.
책소개
“나에게 세계는 예술이었으며 예술은 곧 세계를 의미했다.”
화이트 큐브 뒤에 숨겨져 있던 전시 디자이너의
삶과 예술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전시를 구성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 관람객들은 가장 먼저 작가, 큐레이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작품이 진열되는 화이트 큐브를 꾸미고, 관람객들이 전시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완성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전시 디자이너다.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비롯해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등 해외 유명 걸작전을 담당해온 전시 디자이너 이세영은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큐레이팅 인턴으로 예술계에 입문해 큐레이터를 거쳐 전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을 공간에 얽힌 이야기들과 함께 담아낸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들은 다양하다. 일상에 지쳐 떠난 곳에서 마주한 장소에서부터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준 공간까지, 지금까지의 여정을 그 안에 고스란히 녹여낸다. ‘왜 이 일을 시작했을까?’,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는 할까?’, ‘계속 고통받으며 일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라는,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이 책은 일상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따뜻하고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내가 정말 미술관을 그만두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을 다녀오고 또 한번 예술에 대한 애정과 목표가 생긴다면 자연스레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행에서 진정으로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가 꼭 미술관 큐레이터여야만 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깨달았다.”_「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중에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와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전시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
미술관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 전시를 만들어온 지 햇수로 10년이 되는 저자는 지금도 여전히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위로와 휴식이 되어준 공간을 떠올리며 예술에 대해 생각한다. 좋은 전시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어떤 작품도 소외되지 않고 디자인이 작품을 압도하지 않는, 아티스트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는 전시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도 그렇게 해서 완성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이 전시는 지난해 가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렸고 오픈과 동시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자신이 담당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전시를 관람한 저자는 이후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며 최대한 힘을 빼고 휘트니 미술관에서 본 전시를 그대로 살리려 노력한다.
“나는 디자인을 하는 내내 무엇보다 호퍼의 작품이 한국의 서울, 지금 우리 현실 속에서 관람객들을 만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들과 호퍼의 그림들, 그가 평생을 지낸 뉴욕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거리의 장면을 함께 떠올렸다.”_「현실과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중에서
저자는 호퍼의 그림을 실제로 봐야 하는 이유가 너무도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색감이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호퍼의 작품을 대부분 어둡고 무채색이 지배하는 우울한 그림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실제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림자와 대조를 이루는 빛 아래의 풍부하고 아름다운 원색이 작품을 지배하고 있어 전시장에서 직접 마주할 때야 비로소 그 특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에 담긴, 전시 디자이너가 전시를 관람하고 기록하는 방식과 전시를 통해 전달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해석해내는 과정은 우리가 지금까지 본,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전시에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반복되는 일상 속
나만의 길을 찾으리라는 믿음에 대하여
저드 재단,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서울시립미술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쾨니히 갤러리 등 이 책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익숙하기도,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그곳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어쩐지 그녀와 우리의 삶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 쳇바퀴 같은 일상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실망하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는 순간들. 그럼에도 그녀는 매 순간 놓이는 선택의 기로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신만의 길과 방향을 찾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와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이자, 눈을 사로잡는 전시 뒤에 감춰진 전시 디자이너의 기록이며,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을 예술로 가득 채운 인물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전시를 위해서는 예술가 혼자서 전체를 조율할 수 없다. 전시야말로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의 작업은 나에게 전시란 모든 작품이 소외되지 않고 완벽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너무 당연해서 모두가 쉽게 잊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나는 아티스트를 위한 전시를 만든다._「우리 모두가 아티스트를 위해 일한다」 중에서
지은이 | 이세영
198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선화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실내 건축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파리에서 사진을 공부했고 덴마크, 런던, 밀라노 등지에서 다양한 디자인 작업과 워크숍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는 대학에서 서양 건축사 및 건축과 문화, 색채학, 디자인 전략 등을 강의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의 전당, KT&G 상상마당 등에서 전시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특강을 진행했다.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 사진부서에서 큐레이터 사라 마이스터(Sarah Meister)의 큐레이팅 인턴으로 예술계에 입문한 이후, 광주비엔날레 국제 큐레이터 코스를 거쳐 대림 미술관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5년 전시 디자인 스튜디오 ‘논스탠다드(nonstandard)’를 설립하고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식물원, 예술경영지원센터, 삼성문화재단 리움 미술관 등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2017년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의 전시 디자인을 총괄했고,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 서울시립미술관과 휘트니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등 해외 유명 걸작전의 전시 디자인을 담당했다. 현재 전시 디자인 프로젝트와 함께 관련 학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건축과 예술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여러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목차
우연과 사고의 반복
CHAPTER 1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에
그 길의 끝에 다시 예술이 있다
저드 재단(Judd Foundation, Marfa)
인생의 대부분을 미술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뉴욕 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우리 모두가 아티스트를 위해 일한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Paris)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마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eght, Saint Paul de Vence)
신뢰와 믿음, 그리고 우리의 진심
서울시립미술관(Seoul Museum of Art, Seoul)
우리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CHAPTER 2 전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당신이 찾는 진짜 낭만은 미술관에
루브르 박물관(Louvre Museum, Paris)
나의 전시 디자인 교과서
주드폼 국립미술관(Jeu de Paume, Paris)
모두가 하나가 될 때
아모레퍼시픽 미술관(Amore Pacific Museum of Art, Seoul)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언제나 늘 변함없이 그 자리에
테이트 모던(Tate Modern, London)
CHAPTER 3 일상의 행복과 즐거움을 찾아
나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어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 Milan)
상상도 못 한 대륙의 스케일
상하이 당대예술박물관(Power Station of Art, Shanghai)
우리가 매주 갤러리에 가야 하는 이유
쾨니히 갤러리(König Galerie, Berlin)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지는 순간
마리안 굿맨 갤러리(Marian Goodman Gallery, Paris)
아티스트의 특별한 작업실
아우펑 예술촌(Cattle Depot Artist Village, Hong Kong)
미술관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
뮤지엄 산(Museum SAN, Wonju)
CHAPTER 4 오늘도 나는 예술과 함께
현실과 판타지 사이 어딘가에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사랑을 두려워하지 않는 우리
리움 미술관(Leeum, Seoul)
우리의 미래는 예술과 함께
더 셰드(The Shed, New York)
사진 속 공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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