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본질에 관한 산문집이다. ‘거닐고 머무름, 빛의 감각, 기억과 시간’이란 소주제로 사람과 세상 사이에서 사색하며 일상공간•건축공간•의식공간을 담았다. 일상의 집, 미술 작품, 현대 건축, 도시 골목, 들판과 호수 등 다양한 공간들이다. 12년 전 나온 책의 개정판이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이나 불필요한 인용문•사진을 덜고 형식•내용을 바꿨다.
책소개
“삶이 공간의 중심이 될 때
진정한 경험이 일어난다.”
내면과 무의식으로부터 끌어올린
건축과 미술, 자연에 관한 이야기
화려함과 욕망을 넘어 소비만 부추기는 우리 주변의 공간들. 삶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공간은 어디서,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깊고 아름다운 빛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꿈꾸는 건축가 김종진. 차분하고 따스한 문장으로 공간에 대한 진실한 감정을 전달해 온 그가 ‘공간의 본질’에 관해 사색한다.
우선은 ‘거닐고 머무름’.
저자는 첫 장에서 말한다. 때로 사람이 공간에 거닐고 머무르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時)가 된다고. 그는 멕시코의 ‘길라르디 주택’이 바로 적절한 예라고 콕 집는다.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은 자연 조건을 존중했다. 대지 중앙의 큰 나무를 그대로 두고, 집 안에는 명상공간을 두었다. 1층의 좁은 현관을 지나 노란빛으로 가득 찬 복도를 지나면 어느새 바깥일은 잊힌다. 삶이 머무는 일상공간에서 오롯이 사색에 잠기며 마음의 평화가 깃들게 된다. 저자는 이를 공간이 선사하는 ‘영혼의 쉼’이라고 표현한다.
다음은 ‘빛과 감각’.
공간의 감각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빛은 어떠한가. 저자는 렘브란트 반 레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 주목한다. 세 작가는 일상공간을 소재로 저마다의 빛에 착안했다. 저자는 이들의 작품에서 ‘시선의 변주’를 포착한다. 화가로서, 감상자로서 혹은 작품 속 인물로서 그림 속 세계를 바라본다. 그리고 새로움을 찾는다.
결국, 시선을 달리하면 똑같은 빛과 공간도 다르게 경험할 수 있으며 우리가 하는 경험이란 하나의 층위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억과 시간’.
여기서는 익숙한 예가 나온다. 선유도공원이다. 조선 시대에 겸재 정선도 즐겨 그린, ‘신선이 노니는 곳’이라 불린 선유봉은 일제강점기에는 암반 채취장이, 1970년대에는 정수장이 되었다. 굴곡의 모진 세월을 겪고 마침내 2000년대에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때 건축가는 선유봉으로의 회귀를 택하지 않았다. 파괴의 역사와 질곡의 흔적을 묵묵히 끌어안았다. 결국, 공간의 기억을 잇거나 새롭게 만들어 가는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간의 진정성’에 관한 사색을 마치면 머릿속에 아래 문장이 맴돌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환경, 사람과 세상의 부드러운 조화와 통합.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가.”
‘공간은 어떠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
내면의 울림과 감응을 주는
모든 ‘공간’에 대한 소박한 단상
사람과 긴 세월 조화롭게 함께하는 공간은 아름답다. 넓은 대지에 지은 멋진 건물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오밀조밀한 공동주택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공간에도 해당한다. 오히려 소박한 일상 세계가 우리 삶에는 더 중요하다. 아무리 허름하고 남루할지라도 노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앉고 눕고 쉴 수 있는 자신만의 아늑한 은신처는 얼마나 소중한가.
세상 모든 장소와 공간에는 그곳만의 맛과 향기와 모양과 소리와 감촉이 있다. 이를 풍부하게 감각하는 일은 우리 존재의 층위를 깊게 만든다. 감각은 표면적인 자극을 뜻하지 않는다. 마음으로 들어가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는 감각은 부질없이 명멸하는 이미지와 말초 자극과 다르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의 체험이 우리를 내면의 오솔길로 이끈다.
건축과 공간이 깊이 있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할 때 우리의 삶도 풍부해진다. 겉모습만 화려한 건축, 끝없이 소비만 부추기는 공간은 이러한 경험을 보장하지 못한다. ‘공간이 어떠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가’는 건축의 크기와 형식을 초월한다. 그것은 외형이 아닌 공간의 질적 특성에 의해 좌우된다. 평범한 건물, 일상 공간에서도 깊이 있는 경험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공간과 사람의 교감이 중요하다. 공간은 어떠한 현상 체험을 유도해야 한다. 의도된 설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빛과 음영의 변화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이를 포착하고 내면의 울림으로 감응한다.
- 서문 ‘깊은 공간으로의 여정’, 본문 ’경험의 지층’에서
지은이 | 김종진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 교수.
공간설계, 공간미학을 가르치며 연구와 디자인을 병행한다.
지은 책으로 『미지의 문』 『그림자의 위로』가 있다.
목차
깊은 경험으로의 여정 4
01 거닐고 머무름
‘최초의 집’과 ‘동굴 놀이’ 12
나만의 공간 만들기 16
보이지 않는 벽 19
어느 철학자의 유언 23
삶을 담은 그림 28
경험의 지층 37
걷기와 머물기의 즐거움 41
몸과 마음이 함께 오르내리다 48
모이는 공간, 흩어지는 공간 55
‘공간의 안무’ 62
네 단계의 거리 68
건축, 미술, 자연 속에서 산책하기 73
02 빛과 감각
안개 82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88
빛이 만드는 인식의 틀 93
렘브란트, 페르메이르, 호퍼 100
어떤 빛이 좋은 빛인가 108
한 줄기 작은 빛이라도 114
여행은 우리를 해체한다 121
후각 미로, 후각 기억 125
공간의 울림, 소리 133
몸과 사물과 공간의 만남, 촉감 140
깊은 감각은 기억이 되어 144
지금 여기, 사라진 월든 149
03 기억과 시간
장소의 추억 156
무의식과 기억 161
삶이 모여 장소가 되다 167
템스강에 스며든 오래된 발전소 172
매일 새로 태어나는 집 180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186
변화하고 흐르는 193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다 197
공간의 템포 202
오래된 공간 되살리기 210
서로를 놓아줄 때 218
사람과 공간, 하나의 숨결 226
주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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