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지역의 미술 활동을 주체로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기록해온 저자의 17번째 미술평론집이다. 전작 『불의 우울』 이후 주로 부산에서 이루어지거나 관계된 전시•작가•미술 행사에 대한 비평문을 모아 5부로 묶었다. 먼저 1부에서 부산•경남의 미술관 전시 형태에 대한 비판을 주로 담았다. 2, 3부는 오종, 김종원, 양달석, 변월룡 등 작가들의 전시 비평이다. 4부는 전시 관련 비평 중에서도 특히 한국화에 관한 것들로, 삼원법과 서양화의 원근법을 비교해 무엇이 다른지 전통적 관점과 현대적 해석을 오가며 공간에 관해 의견을 정리했다. 5부는 부산미술에 대한 초기 담론으로 미술평론가 이시우와 김강석의 견해를 밝히고, 미술비평에서의 의의와 한계를 지적했다. 끝으로 서울과 지역미술에 관한 담론으로 마무리한다.
책소개
유행하는 것과 달라야 한다는 요청이란, 유행을 피할 수 없다면 그 유행에 대한 깊은 이해와 맥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더구나 흉내 낼 수조차 없이 빠르게 전개되는 디지털 시대에 현실을 지배하는 문화적 흐름에 수용과 저항이라는 이항 대립을 미술관에 요구하게 된다. 현시대의 유행과 힘, 권력과 시장 자본에서 수용과 저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미술관의 기획과 전시가 항상성과 일탈성을 속성으로 삼는 이유일 것이다. 현대미술관의 이런 속성은 문화 일반이 갖는 의식과 무의식의 양가성으로 우리의 의식에 “외관상 망각의 능력과 대립되는 새로운 능력, 즉 기억을 부여한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 되는 기억은 흔적들의 기억이 아니다. 그 원초적 기억은 더 이상 과거의 기능이 아니라, 미래의 기능이다. 그것은 감성의 기억이 아니라, 의지의 기억이다. 그것은 흔적들의 기억이 아니라, 발언들(약속들)의 기억”이라는 것이다. 작품을 통해 질문하는 것은 단순한 현실 분석이나 통탄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숙한 곳에서 우리를 통제하려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저항의 형태와 다르지 않다.
지은이 | 강선학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수학했다. 부산시립미술관 에서 10여년 일했으며, 1985년 수묵화로 첫 전시 이후 13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1989년 『형상과 사유』를 시작으로 2020년 『저항의 피아니시모』까지 총 15권의 미술평론집을 출간했다.
목차
서문
1부
발명되는 감각들
말하지 못하는 말들의 연출 : 새로운 시의 시대
기계의 유희와 차이의 기시감 : 미술관이라는 마술적 장소
다시 계몽의 시대인가? : 예술과 비즈니스
유혹의 생산으로서 비엔날레
달콤한 인생, ‘첨단’의 ‘일상’ : 완벽한 기술
거울의 유토피아, 별유천지비인간 : 최정화
서울의 미술: 1950-70년대와 부산미술
아카이브 언어와 공존할 수 없는 : 형평의 거울
2부
벽으로 스며드는 터미널 : 오종의 설치
문자의 옷을 입고 벗고 : 김종원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 : 지하 사원의 비원
슬픔을 더듬는 레가토(legato) : 감성빈
인칭적 장소로부터 해방된 욕망 : 김성철
이미지로 사유하기-경계로서 ‘노동의 미학’ : 박주현
인용과 해체의 인왕제색도 : 이진경
사물에 닻을 내리는 : 조명아
3부
양달석의 말년의 양식, ‘파열된 풍경’에 대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리기 혹은 삶 : 변월룡
재현의 변성 지점에 대해 : 이상갑
생성하는 장소로서 그리기 : 이상순
분절 불가능한 몸의 감각들 : 강선보
침묵을 감싸는 분절 : 백순공
똥 싸는 개를 바라보는 일상 : 정철교
생기 운동, 그리기라는 자율성 : 김덕길
일인칭이라는 주체의 세계 : 강명순
몸의 언어로서 폐쇄와 개방의 층위 : 김인하
재현을 부정하는 매혹 : 신성호
몸과 선들의 문턱에서 : 윤종주
실존의 퍼텐셜(potential) : 정수옥
자기 충족의 단자로서 세계 : 조연승
침묵을 움직이는 덫 : 박기준
가벼움의 공속성 : 최민국
다른 것들 사이에서 보게 하는 : 고금화
추상과 구상의 미분화 지점에서 : 황이화
4부
어떤 ‘있는 것’의 통찰 : 남수정
포르노에서 예술로-춘화라는 기호 : 박근표
삼원법-재현이 아닌 세상 속 공간
5부
김강석. 이시우의 글쓰기 혹은 미술평론
빈정거리는 배려와 텅빈 질문-지역미술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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