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바조와 그의 작품을, 16-7세기 이탈리아의 사회•정치•종교적 배경과 최근 10년 내 연구 성과까지 엮어 들려주는 두껍고도 큰 책이 발간되었다. 한 위대한 예술가에 관한 연구서이며, 한 연구자가 평생을 바친 열정이고, 이탈리아까지 직접 발품을 팔고 자료 조사하여 완성한 역작이다. 맨발의 가난한 서민과 찢어진 옷을 입은 성인을 그린 카라바조의 작품들은 16세기 초•중반부터 1세기 이상 지속된 가톨릭교회의 개혁 정신을 시각화했다. 정물조차 신의 창조물로써 인간을 투영하고 바라봤던 그의 예술철학과 작품세계를, 초기작부터 선배•동시대 작가의 원작을 독창적으로 변형하여 작업한 모방법과 그의 사망 기록까지 순서대로 풀어준다. 또, 그를 후원했던 주요 성직자 가문과의 관계를 정리했으며, 카라바조에 관한 오해도 바로잡는다.
책소개
카라바조의 특별한 생애와
바로크 회화를 탄생시킨 새로운 그림 양식
“그림은 장식이 아닙니다. 그림은 진실입니다!”
꾸밈도 장식도 없이 평범한 사람의 진실만을 그리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는 카라바조가 살았던 16~17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적·종교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작품 이야기를 세밀하게 엮어서 들려준다. 맨발의 가난한 서민들이 등장하고,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성인을 표현한 카라바조의 작품은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개혁 정신을 시각화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당시의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십 년 후인 17세기 후반 카라바조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16세기 초·중반부터 1세기 이상 지속된 가톨릭교회의 개혁 정신은 사회가 다시 안정을 되찾게 되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의 먹고 마시고 즐겼던 시절로 되돌아간 것이다. 미술양식도 카라바조의 있는 그대로의 자연주의가 아니라 미화하고 장식하는 고전주의로 복귀했다. 고종희 교수는 고위 성직자들의 식탁 위에 있는 메뉴도 달라졌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짚어낸다.
현실의 화려함을 즐기는 교황 바오로 5세가 선출되면서 카라바조는 설치한 지 한 달도 안 된 「뱀의 마돈나」를 철거당하는 등 큰 영향을 받는다. 더 이상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기에 개혁 정신을 대변한 카라바조의 작품에 동감하지 않았으며 주름지고 때에 전 하층민이 등장하는 성화를 원치 않았다. 카라바조의 생애를 살펴보면 개혁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대한 작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저자 고종희는 위대한 화가는 재능만으로 탄생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카라바조는 선배나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참고하여 자기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저자는 3부의 「그림을 훔치다」에서 카라바조의 독창적인 모방법을 설명한다. 같은 주제라도 3D 프로그램을 다루듯 원작을 회전시키거나, 복잡한 풍경을 없애고 인물에게 집중시키는 것이다. 특히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경당 천장화」 속 남자가 카라바조의 「세례자 요한」 「승리자 큐피드」가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또한 위대한 예술가는 누구를 후원자로 만나는지가 중요하다. 카라바조에겐 일찍부터 로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귀족과 고위 성직자들이 있었다. 콜론나 가문, 보로메오 가문, 만토바의 곤자가 가문과 메디치 가문도 카라바조의 후원자였다. 이들 가문에서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구입해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게 함은 물론이고, 카라바조가 살인을 저지른 후에 안전하게 도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주었고 사면받을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다.
고종희 교수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카라바조를 후원한 가문들과의 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했다. 카라바조는 어린 시절을 보낸 카라바조 마을의 영주 빈첸초 주스티아니를 통해 밀라노 대주교 페데리코 보로메오를 알게 된다. 그를 통해 델 몬테 추기경과 메디치 가문 사람들을 비롯한 최고 권력자, 최고위층 성직자들과 인맥을 확대해간다.
카라바조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물심양면으로 불운한 화가를 돕고 보호한 가문은 콜론나였다. 그래서 저자는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콜론나 가문의 중요한 인물들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기억될 만한 전쟁인 레판토 해전을 승리로 이끈 마르칸토니오 2세 콜론나와 미켈란젤로의 소울메이트로 알려진 비토리아 콜론나도 이 가문 사람이다. 이들 가문의 도움으로 도피 생활 중에도 카라바조는 주옥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이 책은 바로 카라바조뿐 아니라 그의 후원자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카라바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는 그동안 알려진 카라바조에 대한 중대한 오해를 풀어낸다. 카라바조의 이름은 ‘카라바조 출신의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에서 비롯됐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고향은 카라바조로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2007년 한 미술 애호가에 의해 카라바조가 태어난 곳이 밀라노라는 사실이 밝혀져 미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이 책에서 자세히 밝힌다.
카라바조의 사망 역시 알려진 사실과 달랐다. 카라바조가 감옥에서 출소 후 로마로 가는 배를 타려고 선착장을 찾다가 에르콜레 해변가에서 고열로 사망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병원으로 이송되어 사망했고, 사인은 말라리아로 인한 고열 또는 살모넬라균에 감염된 식중독으로 현대 의사들은 진단한다. 고종희 교수는 최근 10여 년 이내에 밝혀진 새로운 정보와 연구 성과들을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에서 소개한다.
이 같은 결실은 고종희 교수가 미술사학자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현장에서 작품을 감상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탈리아 북부에서 남부까지, 출생에서 사망까지 카라바조가 거쳐간 멀고먼 길을 오랜 시간에 걸쳐 찾아다닌 발품 덕분이다. 그의 고향으로 알려졌던 카라바조, 도제 생활을 했던 밀라노, 전성기를 보낸 로마와 살인 후 피신처였던 팔리아노, 나폴리, 몰타, 시칠리아까지 모두 직접 방문했다. 카라바조가 테러를 당한 체릴리오 식당 앞 골목도 직접 확인하고, 지역 사람들을 취재하면서 자료를 모았다. 이 책은 40년 동안 카라바조에게 매료되어 미술사 공부를 한 고종희 교수가 발로 뛰고 가슴으로 쓴 기념비적인 책이다.
지은이 | 고종희
1983년 이탈리아 국립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했으며 1993년 동 대학 문과대학에서 르네상스 판화를 주제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한길사에서 펴낸 『명화로 읽는 성서』 『르네상스의 초상화 또는 인간의 빛과 그늘』 『미술사학자 고종희와 함께 이탈리아 오래된 도시로 미술여행을 떠나다』 『명화로 읽는 성인전』 『모든 것은 사랑이었다: 조각가 전뢰진의 삶과 예술』을 비롯하여 『고종희의 일러스트레이션 미술탐사』 『미켈란젤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가 있다.
공저로는 『인생교과서 미켈란젤로』 『서양미술사전』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줄리오 페라리의 『형태와 색채의 양식』(전 4권), 스테파노 추피의 『깊게 보는 세계 명화』가 있으며, 한길사에서 펴낸 조르조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전 6권)에 해설을 썼으며 르네상스 미술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5년 밀라노세계엑스포를 기념해 밀라노국립미술대학의 마리아 만치니(Maria Mancini) 교수와 ‘THE WOLF AND THE TIGER’를 밀라노 주립미술관에서 개최한 것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다.
목차
카라바조에 빠진 한 연구자의 결실 | 책을 펴내며
Ⅰ 화가를 꿈꾸다
1 고향과 가족
2 도제 시기
Ⅱ 로마인을 사로잡다
1 청년 카라바조의 로마 입성
2 인물화, 정물화, 풍속화
3 성화
Ⅲ 로마의 스타가 되다
1 공공미술
2 그림을 훔치다
3 테네브리즘의 기원을 찾아서
4 교황 바오로 5세와 불행의 시작
5 가난한 사람들을 그리다
6 가톨릭개혁 미술과 바로크 양식의 탄생
Ⅳ 하늘의 별이 되다
1 살인과 도주
2 나폴리
3 섬나라 몰타
4 시칠리아
5 다시 나폴리 그리고 사망
카라바조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책을 마치며
카라바조의 이동 경로
도판 목록
참고문헌
카라바조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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