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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그림, 단순한 사람 장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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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기호653.11/정64ㄷ;2023
  • 저자명정영목 지음
  • 출판사소요서가
  • 출판년도2023년 11월
  • ISBN9791197883927
  • 가격28,000원

상세정보

삶과 예술이 하나였던 한국적 모더니스트 장욱진을 보여주는 저술이다. 저자가 그간 미술사가이며 평론가로서 발표해 온 작가 장욱진에 관한 글을 모아 그림과 엮었다. 장욱진에 관한 평론은 그의 기이한 삶과 불교적•도가적 사상을 중심으로 한 작가론이 다수지만,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그림은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견지에서, 형식주의자의 태도로 작품에서부터 그의 연구를 접근한다. 또한, 기존에 거처를 기준으로 장소 변화의 영향을 반영해 구분해 왔던 방식이 아닌, 내적인 심상의 변화에 주목하여 구분했다. 자전적 향토세계, 자전적 이상세계, 종합적 이상세계의 3단계가 그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작은 화폭에 반복적으로 표현되는 요소들을 다시 보고, ‘압축’ ‘정직’ ‘반복’으로 축약되는 작가의 조형 의식을 다시 마주하고 근본부터 달리 해석한다. 그에 깃든 한국적 장인정신을, 거기서 확장하는 그의 세계를 읽어나간다.

책소개

한국적 모더니스트 장욱진,

한국적인 것이 독창적인 게 아니라 독창적인 것이 한국적이다.

형식주의 방법론으로 다시 쓰는 한국근현대미술사


장욱진의 삶과 그림

장욱진의 작품세계는 흔히 그의 거처를 기준으로 덕소/수안보/용인 시절로 구분되어왔다. 그러나 장소의 변화보다는 오히려 심상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자전적이며 이상적인 성격의 작품들은 삶을 바탕으로 한 주제와 조형적 독자성이 그 근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저자는 새로운 시기 구분을 제시한다. 장욱진의 작품세계를 ‘자전적 향토세계’, ‘자전적 이상세계’, ‘종합적 이상세계’의 3단계로 구분해서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조형방법과 세계관이라는 형식과 내용상의 변화를 새롭게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작은 그림, 큰 주제

장욱진의 그림은 작다. 그림은 프레임으로 잘라낸 제한된 공간 안에 화가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인데, 장욱진의 그림은 이러한 물리적 조건이 최소화되어 있다. 그러나 프레임의 공간은 화가의 상상력에 따라 거대한 우주가 될 수도 있다. 화가가 의도한 공간의 구조와 내용에 따라 이미지들은 시공간을 초월해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따라서 그림은 규모만으로 그 가치의 질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장욱진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장욱진의 그림들은 엽서만 한 작은 크기지만, 물리적인 프레임과 스케일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장욱진의 자화상들

장욱진의 작품에는 한정된 소재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나무, 집, 가족, 까치, 해와 달, 산과 아이 등이 대표적이다. 자전적 성격의 작품을 많이 남긴 화가인 만큼 이런 소재들은 그의 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비록 자신을 닮은 인물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화가의 분신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소재들은 동시대인들에게 익숙한, 보편적인 것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가의 개성은 공동언어와 같은 보편성을 통해 표현된 셈이다. 이처럼 독창성을 추구하는 장욱진은 서구 모더니즘에 뿌리를 두면서도 전통의 질서 위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그에게는 한국적인 것이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독창적인 것이 한국적이다.


먹그림

장욱진의 유화작품들은 동양화와 서양화의 구분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많다. 그의 작품은 우리 화단의 일반적인 장르 개념 바깥에 있다. 장욱진은 오히려 동/서의 강박관념을 없애고,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접목할 수 있는 조형적 가능성을 회화로 구현한 작가에 가깝다. 미술사적 맥락에서 그의 작품은 원시미술이나 민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먹그림과 불도로서 그린 그림들 역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장욱진의 먹그림은 미완의 습작이나 밑그림 정도가 아니라, 화가 고유의 조형 세계가 이룩한 성과로 우리의 현대미술사에 기록되어야 한다.


불교와 모더니즘 너머

장욱진의 작품 중에서 불교와 직접 관련된 것들은 지극히 적다. 그리고 그는 불교미술의 관점으로 불화를 그리거나 불교적 신념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장욱진의 작품세계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위상은 작지 않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불교와 연이 깊었고,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는 것’이란 신념은 불교의 세계관과 분명 닿아있다. 비록 그의 작품들에서 노장사상의 흔적이 엿보이긴 하나, 불교는 화가로서의 장욱진의 태도와 예술 개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에게서 생략과 압축의 미적 형식은 단순히 모더니즘의 영향에 국한되지 않고, 예술을 도구 삼아 ‘참된 나’를 찾는 과정의 일환이다.


장욱진의 자리

장욱진은 어떤 의도를 전제한 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스스로 밝히길,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고 반복해서 몸을 움직일 때 문득 그림과 내가 구분되지 않는 일체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이 지점에서 장욱진의 그림은 미학적 모더니즘의 한계를 벗어난다. 순간의 무의식적인 행위들과 그 순간의 ‘지금들’이 현재진행형으로 모여들어 저절로 그림이 되는 것과 같다. 우리가 그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형식들은 이러한 시간들의 흔적이다. 자연이 공간의 일이라면 그림은 시간의 일이다. 장욱진의 작은 그림은 단순하게 반복되면서도 일정한 조화를 변주하는 새로운 시간을 따라 우리 앞에 큰 세계를 펼쳐 놓는다.


지은이 | 정영목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명예교수. 미국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교수, 서울대학교미술관장,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소장, 서양미술사학회 회장, 한국미술이론학회 회장을 지냈다. 평론 활동과 함께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전인 〈Zeitgeist, 시대정신〉, 고려대학교 박물관의 〈한국전쟁 정전 60주년 특별전: 기억의 재현, 서용선과 6.25〉, 2010년 〈노란선을 넘어서〉(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전)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다. 지은 책으로는 《화가 김병기, 현대회화의 달인》, 《시선의 정치: 서용선의 작품세계》, 《Postmodern Art in Korea》, 《조선을 찾은 서양의 세 여인》, 《장욱진 Catalogue Raisonne: 유화》 등이 있으며, “한국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석과 수용에 관한 문제”, “한국 현대회화의 추상성, 1950~1970: 전위의 미명 아래”, “한국 현대 역사화: 그 성격과 위상”, “피카소와 한국전쟁: ‘한국에서의 학살’을 중심으로”, “유영국의 초기 추상, 1937~1949”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목차

머리글 장욱진의 초상


1 장욱진의 삶과 그림

초기_ 자전적 향토세계

중기_ 자전적 이상세계

후기_ 종합적 이상세계


2 장욱진이 쓴 새로운 미술사

새로운 미술사 방법론의 필요성

한국적 모더니스트

추상성의 계보와 자생적 독창성

조형적 일관성과 인간적 진정성


3 작은 그림, 큰 주제

프레임과 스케일의 치밀한 운용

조형방식의 형식주의적 해석


4 장욱진의 오브제

여인

아이

가족

나무


5 장욱진의 자화상들


6 먹그림이라는 장르에 관한 시론

동양화/서양화의 경계

완성/미완성의 관례

밑그림의 역설

작가 고유의 조형세계가 이룬 성과


7 불교와 모더니즘 너머

불교와의 인연

불교적 작품

종교와 회화


8 포은과 장욱진의 만남


9 자연과 전통 사이

강가의 아틀리에

변주되는 독창성


10 장욱진의 자리


수록 원고 출처

참고 문헌

그림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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