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는 압도된 순간의 경험을 예술로 표현해 왔다. 불가능에서 오는 좌절감, 그에 따른 흥분과 오기. 이런 이중적 충동에 두 발 디딘 학문을 미학이라 말한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예술을 미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예술과 미학의 끊임없는 대화와 연결을 포착해 전한다. 이로써 미학이 얼마나 우리 가까이 있는지 알린다.
책소개
“미학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그 사실을 말해 보고자 합니다.”
예술과 철학, 문화, 사회, 정치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글쓰기-세계로의 초대
당신을 사로잡았던 어느 한 순간을 떠올려보라. 어느 날 고개 돌려 본 석양, 어느 여름 밤 발을 담갔던 바닷물의 차가움, 이별을 말하고 돌아오던 길거리의 휘황찬란한 불빛들, 풀밭에 누워서 듣던 노래, 어느 뒷골목에 쭈그리고 앉아서 보았던 가로등, 그 아래 벌레들의 어지러운 군무, 그 얇은 날개에서 부서지던 빛의 조각들, 미술관에서 나도 모르게 30분 내내 그 앞에 서 있었던 어떤 그림, 저항할 수 없이 눈물을 줄줄 흘렸던 영화, 그 영화에 겹쳐 대 보았던 나의 지난 시간들, 그 시간마다에 녹아 들어간 소리, 냄새, 빛깔과 촉감들…….
어떤 사람을 압도했던 순간은 저마다 다 다를 것이지만, 이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우리는 그것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형용사를 붙이고 최상급 강조 부사를 붙인다 해도 우리 머릿속과 마음속에 선연히 떠오르는 그 순간을 “차마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까지 고백한다. “그 장면 앞에 서 있던 저와 그의 침묵을, 언어를 압도하고 짓누르는 그 숨 막히는 감각의 세계를, 절대로 언어로 다 말할 수가 없다는 것을 저는 확신합니다.”(9쪽) 하지만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간절해지는 것이 있다. 우리는 그 간절함을 시로, 노래로, 춤으로, 여타 수많은 예술 장르로 표현해 왔다. 좌절감, 그리고 그에 따른 묘한 흥분과 오기.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자는 미학을 정의 내린다. “미학은 바로 그 이중적인 충동에 두 발을 딛고 선 학문입니다.”(9쪽)
애초에 미학은 줄곧 진동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운지도 모른다. 아니, 어렵다고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학생활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미학이 얼마나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지를 강조한다. 그는 많은 이의 일상을 스쳐지나간 여러 예술 작품을 붙잡고 그것을 미학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해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자코메티의 조각이 될 수도, 노순택의 사진이 될 수도, 핑크 플로이드의 음반이 될 수도, 이창동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해석의 이론을 제시하는 사상가는 사르트르가 될 수도, 벤야민이 될 수도, 푸코가 될 수도, 데리다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경계하며, “미학이론과 예술 작품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자, 연결”(12쪽)을 포착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또한 딱딱한 개념과 낯선 이름들이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풀어 쓰고, 하나의 이론에 여러 예시를 들면서 독자가 걸어가는 사유의 방향을 같은 속도로 따라 걷고자 노력했다.
불완전한 조각,
그리하여 무궁한 가능성을 지닌 조각
당신의 조각은 무엇인가요
이 책은 동명의 제목으로 연재되던 메일링 구독 서비스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엮이면서 총 세 가지 조각, 즉 3부로 꼴을 갖추었다.
첫째 조각, ‘암호’는 인간이라는 문제적 존재의 존재 방식, 인간과 타인의 관계, 예술 작품의 본질 등 난해한 존재의 수수께끼에 대답하고자 하였던 예술 작품 및 이론 들을 얽은 결과물이다. 여기서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을 각각 아서 단토, 장폴 사르트르, 알랭 바디우와 함께 살펴본다.
둘째 조각, ‘단서’는 인간과 예술가, 그리고 예술 작품이 모두 위치해 있는 ‘사회’의 구조적 지평을 탐지하고 드러내는 탐침(探針)으로서의 예술 작품, 그리고 예술의 그러한 소명에 대해 말한 이론들을 모은 것이다. 여기에서 예술은 우리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폭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이자, 영원히 멀게 느껴지는 해방의 결정적인 단서로 해석된다. 여기서는 워쇼스키스의 〈매트릭스〉와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 노순택의 《얄읏한 공》을 각각 시뮬라크르, 미셸 푸코, 기 드보르와 발터 벤야민과 함께 살펴본다.
셋째 조각, ‘편지’는 ‘너’에게로 가는 무한한 길을 그린 작품, 그리고 그 길 위를 걸어야 하는 인간의 삶의 지침에 대한 이론을 겹쳐 본 글들입니다. 편지는 송신자와 수신자를 전제로 하는 글, 즉 ‘나’와 ‘너’를 전제로 하는 글이다. 그리고 너에게로 가는 길이 곧 ‘윤리’라면, ‘편지’는 예술과 윤리의 관계를 탐구하는 미학의 윤리학적 사유가 될 것이다. 여기서는 이창동의 〈밀양〉, 케네스 로너건의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다르덴 형제 〈로제타〉를 각각 자크 데리다, 롤랑 바르트, 한나 아렌트와 함께 살펴본다.
‘말할 수 없는 것’ 안으로 접속하는
작은 구멍이 되어줄 책
조각 하나하나는 미미(微微)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각‘들’이 합쳐져 하나의 세계를 이룰 때 우리는 아름다움[美]이 모양을 갖추는 과정을 목도하게 된다. 그 아름다움이 유쾌하고 편안한 감정만을 선사하는 건 아니다. 그 세계 안엔 비극도, 고통도, 추함도, 흠집도 있다. 이 책은 그런 조각들을 함부로 표백하지 않고 그러모아 하나의 미학적 세계를 가꾼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예술이 그리는 굴곡과 그 변곡점들을 돌아보는 것. 그래서 이 책은 저자의 말마따나 “비평집도, 이론서도, 입문서도, 수필집도 아닌, 애매한 그 무엇”(11쪽)이 되어버렸지만, 어쩌면 그리하여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6쪽)는 미학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의 모든 글을 저는 문을 내겠다는 야심이 아니라 구멍을 뚫겠다는 반역심으로 썼습니다. 그러니 그 구멍으로 몰래 빠져나가시기를. ‘말할 수 없는 바로 그것을 말하고 싶다’라는 덧없는 열망을 품고, ‘아름답다’라는 패배의 단말마를 뱉으시기를. 기나긴 실패의 여정을 시작하시기를.”(15쪽)
예술과 철학, 문화, 사회, 정치를 자유롭게 횡단하는 편린의 글쓰기-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지은이 | 편린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국문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미학을 공부한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을 비롯한 20세기 독일어권 사상가들의 미학 이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의 이론을 출발점으로 하여 근현대 미학의 계보를 위아래로 추적하고, 그것이 동시대에 대해 갖는 역사적, 정치적 함의를 규명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단상을 짧게 메모한 촌평들을 오리고 붙이고 꿰매서 글을 쓰는 일에서 삶의 의미를 구한다. '조각조각 미학 일기'라는 이름의 미학 에세이를 이메일로 연재하고 있다. 라디오헤드, 김수영, 올드 라스푸틴, 리버풀 FC, 카프카를 좋아한다.
목차
들어가는 글
1. 첫 번째 조각 ‘암호’
(1) 예술, 깨어 있는 꿈 (앤디 워홀, 〈브릴로 박스〉 × 아서 단토)
(2) 불안하다, 그러나 걷는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걷는 사람〉 × 장폴 사르트르)
(3) 완전히 붕괴되는 시간 (박찬욱, 〈헤어질 결심〉 × 알랭 바디우)
2. 두 번째 조각 ‘단서’
(1) 토끼 굴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주마 (워쇼스키스, 〈매트릭스〉 × ‘시뮬라크르’)
(2) 벽을 넘어 벽으로 (핑크 플로이드, 《The Wall》 × 미셸 푸코)
(3) 예술가, 자본주의의 게릴라들 (노순택, 《얄읏한 공》 × 발터 벤야민)
3. 세 번째 조각 ‘편지’
(1) 신은 용서할 수 있을까 (이창동, 〈밀양〉 × 자크 데리다)
(2) 왜 우리는 사진을 불태우나? (케네스 로너건,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롤랑 바르트)
(3) 너를 기록한다는 것 (다르덴 형제, 〈로제타〉 × 한나 아렌트)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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