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명화를 보고,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온 화가들과 그림 속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림에서 공간은 꿈•현실•욕망을 드러내며 인물을 해설한다. 여러 공간 속 여성들의 삶과 오늘의 삶을 비교하며, 집안•거리•일터 등 공간과 영역을 살피고, 공평하지 않았던 공간의 확보를 위한 노력과 분투의 여정을 그림과 함께 포착해 전해준다.
책소개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온 그들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만난다
미술평론가 이윤희가 공간을 통해 들려주는,
여성의 꿈과 현실, 그리고 삶의 진실들
그림 속 ‘공간’을 통해 보는 여성의 삶
미술평론가 이윤희가 ‘공간’이라는 관점으로 명화들을 살펴보고,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온 화가들과 그림 속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림 속에서 공간은 배경으로 물러나 인물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공간, 즉 인물이 머물러 있는 장소는 그의 꿈과 현실, 욕망 같은 삶의 진실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공간은 그가 어디에 속해 있고 그가 누구인지 말해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안온한 집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아가고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며 꿈을 실현해간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런 성장 과정을 지나지만, 과거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림 속의 여성들은 말한다. 공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공간을 확보하고 확장하기 위한 노력과 분투, 이는 역사 속의 여성들이 걸어온 길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자기만의 방’을 만들고자 했던 그들의 힘겨운 노정의 한 단면을 포착해 보여준다.
과거 여성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와 무엇이 같고 다를까
그림 속의 여성들은 언제나 어딘가의 공간에 있다. 식당, 침실, 교실, 카페, 술집, 공장, 바다 등 그들은 다양한 장소에 머물며 저마다 주어진 일을 한다. 과거 여성들의 삶은 오늘날 우리의 삶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저자는 화가들이 변화되는 삶의 모습을 주로 공간으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시대가 달라지며 여성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공간의 형태는 점차 바뀌어 갔다. 가령 전통적으로 부엌은 여성이 하찮은 일을 하는 곳이라 여겨져 집의 바깥쪽에 있었지만, 오늘날은 위생적인 설비를 갖추어 집 안으로 들어왔고 그 명칭도 ‘주방’으로 변화되었다. 물론 부엌의 형태는 달라졌어도 여전히 음식을 만들고 치우는 일은 주로 여성의 일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처럼 공간이란 그곳에 있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기에, 우리는 집과 일터 등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사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별, 계급, 경제력과 공간의 관계
이 책은 그림 속의 공간을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본다. 먼저 공간의 구조다. 거리, 넓이, 위치에 따라 공간에는 구조가 생긴다. 그리고 한 사람의 경제력과 신분, 성별에 따라 공간은 그 사용 범위가 달라진다. 가령 17세기에 가내수공업을 하던 가난한 평민들은 일터와 거실, 부엌이 구분되지 않은 비좁은 집에서 살았고, 귀족들은 부엌과 식당, 거실이 따로 나뉜 저택을 거닐며 식사 후에 별실에서 휴식을 즐겼다. 다음으로 공간의 ‘영역’을 살펴본다. 자신이 속한 공간을 넓힘으로써 인간은 다양한 정체성을 지니게 된다. 여성들은 집을 벗어나 거리로 나와 일터를 찾으며 사회적 자아를 확립해갔다. 이 책에서 우리는 중세에 자신만의 서재를 갖기 위해 결혼 대신 수녀의 삶을 선택한 소르 후아나와 1, 2차 세계대전 당시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기차 보일러실을 청소하던 여성 노동자들을 만나게 된다.
집, 거리, 일터, 그리고 현실 너머 세상으로
저자는 여성들이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거리·일터 등의 사회적 공간으로 나아가며 어떻게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갔는지 차례로 서술한다. 1부에서는 역사 이래 여성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온 집을 살펴본다. 부엌, 침실, 서재, 정원 등이 있는 그림을 감상하며 집 안에 묶여야 했던 여성의 삶을 성찰해본다. 2부는 거리에 나온 여성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거리에서 어떤 유혹을 받고 거래를 했으며 위험에 맞서 싸웠는지 살펴본다. 3부는 시장, 공장, 화랑, 병원 등 일터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4부는 현실 너머의 세상 이야기다. 일상을 벗어나 더 큰 세상과 이상향을 추구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이 내 삶의 질문으로 다가오는 시간
과거에는 여성 화가들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기에 이 책에는 남성 화가가 그린 여성의 모습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들 중에는 여성을 대상화한 이들도 있고, 고흐처럼 여성을 친구나 동반자로 묘사한 화가도 있었다. 그림 속에서 성별 간에 이루어지는 대립 혹은 대화의 장면들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는 공간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장소들이다. 그림 속 여성들이 집을 나와 일터를 찾고 더 넓은 세계를 향해 가는 노정은 바로 우리의 성장 과정이기도 하다. 프리다 칼로의 욕실, 베르트 모리조의 정원, 나혜석의 부엌, 고흐의 카페, 라저슈타인의 아틀리에, 모네의 기차역, 르누아르의 배, 아르놀트 뵈클린의 섬, 정정엽의 바다… 책의 그림들 위에 지금 자신의 공간을 겹쳐보며, 우리는 예술이 내 삶의 질문으로 다가오는 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은이 | 이윤희
미술평론가, 전시 기획자. 예술을 통해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기며, 작품에 담긴 삶의 의미와 비밀을 재해석해내는 글을 쓰고 전시를 기획해왔다. 특히, 여성의 삶을 조명하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이 많다. 이화여자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미술의 역사, 미술의 언어를 공부했다. 월간지 『공간』 미술기자를 거쳐 대전시립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청주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학예실장을 지냈다. 고려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고 현재 수원대학교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서양미술사, 한국미술의 이해, 전시기획론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 『불편한 시선』, 번역서 『그림자의 짧은 역사』 『포토몽타주』 『바디스케이프』가 있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집이라는 세계
부엌: 밥을 지으며 시를 짓다
식당: 먹는 사람 따로, 차리는 사람 따로
요람: 자장가와 한숨
침실: 나를 살아 있게 해준 아름다운 장소
목욕탕: 물이 나에게 주는 시간
거실: 다시 없을 살롱의 시대
서재: 자기만의 방을 가질 때까지
정원: 오늘도 나는 낙원을 가꾼다
2부. 위험한 거리
카페: 지누 부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술집: 여성이 유혹하지 않았다
공연장: 시선도 권력이다
점집: 황제와 사기꾼
매음굴: 내몰린 여성들의 마지막 선택지
법정: 잡담하는 판사들과 고개 숙인 여인
3부. 일터의 삶
시장: 장사를 방해하지 마시오
공장: 하루 일당은 빵 하나
병원: 목숨을 걸고 출산하다
화랑: 이름은 없지만 화가입니다
교실: 여학생은 없었다
아틀리에: 가장 고독하고 행복한 방
4부. 현실 너머의 세상
기차: 여기보다 어딘가에
전쟁터: 어머니라는 피난처
배: 모두 친구가 되었던 선상 파티
섬: 타히티의 여인과 제주 해녀
바다: 세상 끝에서 발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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