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 풍속이나 말을 타고 강을 건너고, 길쌈이나 실을 잣는 등, 18-9세기의 조선과 유럽의 풍속화를 비교한다. 물론 주인공은 소시민이다. 조선의 풍속화를 중심에 두고 주변 풍경은 사료를 바탕으로 묘사해 비교하며, 제목이나 화면이 닮았거나, 담긴 이야기가 비슷한 그림을 모았다. 우물가의 남녀 정황을 그려내면서도 조선은 〈우물가〉라는 제목에 상상을 맡긴 반면, 〈추파〉처럼 행동 자체를 묘사하는 서양과의 그림 차이가 흥미롭게 배치되는 식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오늘의 눈으로 분석하는 당시의 문화적 차이는, 독특한 조화•갈등•이해의 순간을, 서로 다른 시대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의 교차로에서 체험하게 한다. 손주에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로 전해지길 바란다는 저자는, 각 부분의 끝에 유럽의 풍경을 전한 작가와 낯선 말 풀이를 두어 독자를 배려한다.
책소개
동시대의 조선(동양)과 서양에서는 어떤 유사한 사회상, 시대상의 그림이 있었을까? 이 책은 제목이 설정한 대로 넓게는 18~19세기의 동서양, 좁게는 조선 후기와 유럽 간 일반 대중의 풍속을 비교하였다. 이 책에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물론이려니와 농사와 관련된 풍속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위 중심부에서 비켜난 소시민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외에도 말을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 대장간, 바느질, 축제, 우물가, 활 쏘는 장면 등 다채로운 문화를 대조해 가며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그림 속에 들어있는 세세한 장면들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 재질이나 소재의 문화사적 배경까지 설명하고 있어 단순한 두 세계 그림의 대비를 넘어서고 있다. 같지만 다른 생활상을 보면서 우리는 공감과 여백의 미를 함께 나눌 수 있다.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은 단순한 풍속화를 넘어 문화의 교차점을 담았다. 서로를 빛내고 새로운 창조가 이루어지는 문화의 교차점에서 삶은 풍요로워진다. 책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조화와 갈등, 이해의 순간들을 풍부한 설명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에 ‘조선과 유럽의 만남’에 담긴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고리 속에서 읽는 그림의 이야기
잊힌 옛이야기들, 한국전쟁 후까지도 남아 있던 우리 삶의 모습들을 소환했습니다. 눈으로 본 사람이 전하지 않으면 그 모습이 파묻힐 것 같은 안타까움이 큽니다. 물론 저는 조선 시대에는 살지 않았지요. 다만 조선의 풍습이 남아 있던 시대에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할아버지가 나뭇개비를 황이 담긴 그릇에 콕콕 찍어내며 성냥을 만드실 때 옆에 앉아 황 냄새를 맡았습니다. 다섯 살 무렵에 할머니는 저 시집갈 때 가져가라고 길쌈한 실꾸리와 천을 남겨주셨습니다. 어릴 적 남자아이들은 소에게 꼴을 먹이려 소 끌고 풀밭을 옮겨 다녔습니다. 여자 친구들은 바구니 들고 나물 캐러 다녔습니다. 조선 풍속화의 여러 장면이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마치 나의 옛 사진처럼 다가왔습니다.
서양의 옛 풍속에는 깜깜합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뭐 그리 다를까?’ 하는 생각으로 서양인들의 풍속화를 찾아봤습니다. 조선과 비슷한 그림이 많아서 ‘그렇지,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는 거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아니,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하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를 살펴보는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유년의 기억을 징검다리 삼아 조선 시대로 건너가 봤습니다. 보폭을 넓혀 그 시대의 서양까지 돌아봤습니다. 과거는 과거 시대의 현재였고, 현재는 과거의 미래였습니다. 현재는 미래의 과거가 될 것입니다. 미래는 미래 시대의 현재가 될 것입니다. 그러한 연결고리 속에서 서로 다른 시대에 대한 낯섦과 익숙함을 살펴봤습니다
- 〈머리글〉 중에서
지은이 | 장혜숙
충청남도 정산에서 한국 전쟁의 포성과 함께 첫 울음을 울다. 계룡산 숲에서 유년시절을 나무와 함께 보내다. 공주에서 강과 산과 들과 책 속의 길을 헤매며 청소년기를 보내다. 깊은 바다 속에 침잠하며, 먼 땅 끝으로 질주하며, 우주를 비행하며 청년기를 보내다. 그 후, 옆지기와 세 아이들과 더불어 전업주부로서 제2의 성장기를 보내다. 이들과 인생길을 함께 걸으며 읽고 듣고 보면서 인식의 지평을 넓히다. 유럽 미술관 순례를 할 수 있는 복을 타고나 많은 그림들을 만났다. 그림이 좋아 미술관에서 지난 15년간 관람객들에게 그림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 디지털 대학교(현 고려 사이버대학) 문화예술학과 졸업했고, 홍익대학교 미술디자인 교육원 북아트 교육지도자 전문과정 수료(2006)했다. 런던 Galleria Mia Leijonstedt 북바인딩 코스 수강했으며, 영국 West Dean College Summer School의 Kathy Abbott의 북바인딩과 북케이스 과정 수강(2007) 했다. 일산 백석고등학교, 대전 교동초등학교 북아트 강의, 북아트 교실 운영했고, 리움미술관 도슨트 활동(2007-2022년 4월, 고미술, 현대미술, 기획전) 했다.
저서로는 『독일에서 온 편지 그리고 사랑』(을지서적, 1999), 『행복해지는 약』(글을읽다, 2012), 『삶의 미술관』(J&jj, 2022) 등이 있다. 전시에는 '행복해지는 약-사랑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세상, 그리고 나'(경인미술관 2012), '풀다'(대전 예술가의 집, 2018) 등이 있다.
목차
머리 글
Part 1│회사繪事에 속하는 일이면 모두 홍도에게
김홍도 [길쌈], 빈센트 반 고흐 [실 잣는 사람]
김홍도 [우물가], 유진 드 블라스 [연애/추파]
김홍도 [행상], 아드리안 반 드 벤느 [두 행상]
김홍도 [활쏘기], 프레더릭 레이턴 경 [명중]
한국의 풍속화 - 우리 역사의 사진첩
Part 2│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김홍도 [논갈이], 레옹 오귀스탱 레르미트 [쟁기질]
김홍도 [벼타작], 랄프 헤들리 [타작마당]
강희언 [석공공석도], 존 브렛 [돌 깨는 사람]
작가 알기 - 강희언, 김홍도
장르와 장르 회화
Part 3│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사람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윤두서 [채애도], 카미유 피사로 [허브 줍기]
윤덕희 [공기놀이], 장시메옹 샤르댕 [너클본 게임]
윤덕희 [독서하는 여인],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윤용 [협롱채춘], 쥘 브르통 [종달새의 노래]
작가 알기 - 윤두서, 윤덕희, 윤용
Part 4│나 자신을 관조觀照하는 집
조영석 [말 징 박기], 테오도르 제리코 [플랑드르 장제사]
조영석 [바느질], 아돌프 아츠 [코트베익 고아원에서]
조영석 [이 잡는 노승], 바톨로메 무리요 [거지 소년]
조영석 [우유 짜기], 제라드 터 보르히 [헛간에서 우유 짜는 소녀]
작가 알기 - 조영석, 김득신
Part 5│5대에 걸쳐 20여 명의 화가를 배출한 개성김씨
김득신 [귀시도], 구스타프 쿠르베 [플라기의 농민들]
김득신 [대장간], 프란시스코 고야 [대장간]
김득신 [밀희투전], 폴 세잔 [카드게임 하는 사람들]
신한평 [자모육아], 장바티스트 그뢰즈 [조용!]
작가 알기 - 신한평, 신윤복
Part 6│광통교를 배회하던 방랑아
신윤복 [쌍검대무], 장레옹 제롬 [전무戰舞]
신윤복 [월하정인], 앙리 루소 [카니발 저녁]
신윤복 [유곽쟁웅], 얀 스테인 [와인은 조롱거리다]
신윤복 [청금상련], 제임스 티쏘 [파티 카레]
신윤복 [월야밀회], 윌리엄 헨리 피스크 [비밀]
풍속화 인용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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