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노트=Nara note
- 청구기호650.9913/나292ㄴ
- 저자명나라 요시토모 지음 ; 신희경 옮김
- 출판사시지락
- 출판년도2005년
- ISBN8990806097
- 가격15000원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인 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가 자신의 공식 사이트 에 게재해 온 일기를 앙증맞은 그의 그림들과 함께 엮어낸 단행본이다. 1999년 8월부터 2000년 11월까지 독일의 아틀리에에서 쓴 일기와 60여 점의 미발표 드로잉을 수록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나라 요시토모가 40대 중반의 '소년'으로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왔는지 엿볼 수 있으며, 유머와 우울, 순수와 악마성이 공존하는 그만의 캐릭터들이 어떤 고민 끝에 나오게 되었는지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악동 캐릭터들은 눈을 치켜뜨고 입을 비쭉거리기 일쑤다. 그런 그의 작품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한없이 순진무구한 어린 꼬마의 얼굴을 통해 우리의 이면에 감춰진 두려움, 고독, 반항, 폭력성 등을 낯설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쓰기 형식은 일상의 기록이었다가 시(詩)가 되기도 하고, 낙서로 그려지거나 기행문 혹은 반성문이 되기도 한다. 그 일기 속에는 전투라도 벌이는 듯한 치열한 자의식과 예술에 대한 애정이 배어 있다. 그 자의식이란 성공에 대한 욕망 따위가 아니라 부족함에 대한 자책이다. 대개 그 자책은 지적인 허기, 작업의 완성도에 대한 불만, 일상인으로서의 반성 등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이내 끊임없는 자기 다짐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의 일기는 성공한 아티스트의 삶이 마냥 자유롭고 행복할 거라는 대중들의 선입견에 대한 반증이다. 한편 예술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하다. 자아 속에 함몰해 있다가도 불쑥 떠오르는 주변인에 대한 고마움으로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세계에 대한 큰 꿈까지 이야기하는 나라 요시토모. 그처럼 언제나 삶에서 길어 올린 리얼리티에 근거를 두고 있기에 그의 그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나라의 일기와 그림이 지닌 정서를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는 북 디자인 또한 신선하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책 자체가 소장가치를 지닌 하나의 오브제로서 다가오는 까닭은, 별다른 장식 없이 콘텐츠의 맛을 잘 살려낸 일본인 디자이너 야마모토의 공이다.
외롭고 낯선 독일 땅, 혼자만의 아틀리에에서 펑크록을 들으며 작업에 몰두했던 나라, 자신에게 작품은 모든 것이라고 말하는 나라. [나라 노트]의 행간에서 그의 심경이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