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낮에 죽고 싶다 : 안필연 에세이
- 청구기호814.6/안898ㄴ
- 저자명안필연 지음
- 출판사디자인네트
- 출판년도2004년
- ISBN8995382635
- 가격15000원
일찍이 언론을 통해 가위여자로 알려진 안필연, 그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표현해 온 세상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이번에는 책으로 엮어 내놓았다. 조각 또는 설치작가로서는 드물게 행위예술로까지 활동범위를 넓혀, 작가 초기 시기부터 15년 여의 세월 동안 넋, 여성성 등의 주제를 가위, 유리, 나무, 흙 등의 소재에 담아 표현해온 그이기에, 이 책은 그에게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또 하나의 소재이다. 그만큼 폭풍우와도 같은 험난한 예술의 길을 성큼성큼 걸어서 온 지난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나는 낮에 죽고 싶다
가위의 여자, 바람의 여자, 넋의 여자…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이처럼 이 땅의 한이 어린 여성성이나 주술성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그가 풀어내는 생명력의 원천은 기본적으로 그의 정신세계와 맞닿아 있다. 무당의 혼풀이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와, 재료의 깊은 물성을 빛과 컬러로 승화시키는 조형물, 그리고 이승과 결별한 듯, 환상의 공간을 창출해 내는 설치예술들은 꿈틀대는 생명력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아직도 꼭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 언제 죽을지 만은 알고 싶다. 왜냐하면 준비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남은 이들을 위하여 생각이 생생하고, 어둠이 걷혀 주위의 분간이 확실하고, 친구들이 곁에 있는, 나는, 낮에 죽고 싶다. 그것도 쨍쨍한 햇살이 마구 퍼붓는 대낮에!
-<나는 낮에 죽고 싶다> 중 ‘에필로그’
한 예술가의 고단한 자아의식과 삶의 기록
안필연의 책 <나는 낮에 죽고 싶다>는 한평생 예술가의 삶을 살면서 그가 만난 사람들, 재료들, 사건들, 생각들 등 수많은 인연들에 대한 [되울림 reverberation]을 들려준다. 여기에는 녹슨 고철마냥 한 편이 발갛게 무너져 있는 기억의 조각난 파편을 모아 찢어진 흑백사진을 맞추듯 더듬어낸 삶과 죽음, 예술에 대한 아련함이 한 글 가득 담겨 있다.
이어 [몸부림 performance]에서는 넋과 혼을 달래는 일종의 의식이 펼쳐진다. 이는 모든 불필요한 자존심, 애증, 위선을 털어버리고자 퍼포먼스를 시작했다는 작가 안필연의 껍질 벗기 의식이다. 동시에 세상에 덧씌워진 온갖 가식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다.
그렇게 속내를 비워내는 대신 세상의 한 켠에는 그가 창조해낸 조형물과 공간설치가 그의 [자화상 self-portrait]인양 시공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나무와 흙, 돌과 유리 등 소재에 대한 탐구, 형이상학적이고 기하학적인 꼴에 대한 탐구, 무엇보다 넋, 여성성, 공간성, 주술성 등 주제에 대한 탐구의 결과들이 화보와 함께 펼쳐진다.
툴툴 털어냈던 생로병사의 무게를,
혼풀이, 넋풀이, 살풀이로 날려보낸 바람을,
나무와, 돌과, 유리와, 가위와, 모든 생명있는 재료에 담아
꼴을 만들고 형을 붙였다.
오랫동안 미친 듯 찾아 헤매던 내가 거기 있었다.
-<나는 낮에 죽고 싶다> 중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