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
- 청구기호659.9925/크292ㅋ;2004
- 저자명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 이순례, 최영진 [공]옮김
- 출판사실천문학
- 원서명Kathe Kollwitz
- 출판년도2004년
- ISBN8939204913
- 가격12000원
케테 콜비츠. 20세기 전반의 격동기를 뜨겁게 살다 간 독일의 여류 화가. 판화의 세계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린 판화가. 혹은 프롤레타리아 미술의 선구자. 그리고 미술의 기능과 역할을 사회 속으로 제고시킨 작가. 20세기 현대미술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세계적인 판화가 콜비츠의 평전이 1991년 초판이 발행된 지 13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출간되었다.
그 명성에 비해 콜비츠에 대한 제대로 된 작품집이나 서적이 전무하던 때,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케테 콜비츠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 책은, 쇄를 거듭할수록 수많은 독자들에게 그녀와 그녀의 작품세계를 알리며 사랑을 받아왔다.
아쉽게도 당시의 조악한 도판, 편집 상태 등으로 끊임없이 재출간의 요구를 받아왔던 이 책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도판의 질을 최대한 높이는 한편 초판에서의 미숙한 오류를 바로잡고 빠져 있었던 주까지 완전히 보완해 혁명적인 그녀의 예술세계를 드러내는 데 손색이 없는 책으로 다시 선을 보인다.
독일이 낳은 천재 여류판화가의 사랑과 분노의 자화상
20세기 초반부터 그녀의 작품이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이래 그녀에 대한 논평은 아직도 멈춰지지 않고 있다. ‘콜비츠야말로 위대한 판화가다’, ‘여성으로서는 유일한 신예술 판화가다’, ‘사회민주주의 선전가다’, ‘비탄과 고난을 형상화한 화가다’, ‘종교적 예술가의 한 사람이다’ 등 모두 제 나름대로 취향과 감각과 지성을 동원하여 그녀를 논평하고 있으나, 누구나 공통적으로 공감하는 것은 ‘사람들은 그녀의 작품을 잊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예술세계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간에 단 한 번이라도 콜비츠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그녀의 그림을 다시 보는 것처럼 눈앞에 생생히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재형으로 살아 있는 그 감동의 이유를, 우리는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작품의 중심인 예술의 위력
1867년, 독일의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자유주의적 기질을 지닌 가문의 딸로 태어나 26세에 첫 판화 연작 〈직조공 봉기〉를 발표한 이래, 콜비츠의 작품에는 언제나 ‘인간’이 중심이었다. 그녀는 ‘예술을 위한 예술’에는 철저히 반대했다. 가난한 노동자, 농민, 빈민, 핍박받고 수탈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함께 느끼며, 함께 싸우면서 그들과 공감상태에 되어서야만, 그녀는 작업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자칫 건조하고 평범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는 이러한 ‘현실예술’의 분야를, 그녀는 자기 내부로부터 우러나오는 결연한 움직임과 강인한 힘의 집결로써 개척하였으며, 그 예술의 극치는 ‘통일된 힘’으로써 우리에게 강렬히 육박해온다.
훗날 그 자신도 ‘의외였다’고 말한 바 있는 그녀의 성공은, 자기 내부로부터 무언가를 끌어내야 할 필연성을 느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녀는 수없이 반복하여 자신의 작품을 검토하였는데, 그 이유는 작품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작품이 반드시 지녀야 하는 필연성을 고심했기 때문이었다.
묘사된 대상에 자기를 동일화시키려는 노력, 해체되지 않은 인간의 형상을 보존해 예술적 감정과 인간적 감정이 일치되도록 하려는 이러한 노력이 치열한 성실성으로부터 비롯된 예술의 위력을 한껏 발휘한다.
케테 콜비츠의 삶과 예술세계
그녀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직조공 봉기〉 연작부터 초기작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농민전쟁〉 연작에서, 우리는 생동감 있게 묘사된 민중의 삶과 그 속에 녹아든 뛰어난 상상력, 섬세한 필치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민중계급에의 복무를 목표로 치열하게 활동했던 작가에는 하인리히 만, 안나 제거스, 아르놀트 츠바이크 등을 비롯해 여러 명을 꼽을 수 있지만, 케테 콜비츠만큼 노동계급 내의 민중성을 포괄하였던 사람은 없었다.
1914년 제1차세계대전에 종군한 아들 페터의 죽음은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으로 작용하여, 저 유명한 목판화 시리즈 〈전쟁〉 연작을 탄생시킨다. 격정적인 몸짓, 상징적으로 과장된 파토스가 깜박거리는 양각으로 처리된 이 시리즈에는,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전쟁에 대한 공포와 불합리한 현실에 수긍할 수 없는 단호한 의지가 표현되어 있다. 더불어 공포에 마비되었던 힘과 충동이 새로이 솟아나고 있다.
콜비츠는 살아생전 숱한 반전 평화운동 작품을 제작하였다. 전쟁은 늘상 구체적으로 그의 삶에 고통으로 다가왔는데, 베를린 폭격으로 피난 생활을 감수해야 했으며, 50년 살던 집이 파괴되고, 숱한 작품이 파괴되는 피해도 피할 도리가 없었다. “하늘이여,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소서. 이 땅 위에 또다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라는 유명한 문구가 실린 작품 〈전쟁은 이제 그만!〉은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반전 포스터이다.
이후 〈프롤레타리아트〉 연작부터 노년에 이르러 완성한〈죽음〉연작까지, 그녀의 예술에서 현실참여의 정신은 일관되게 지속되었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 무엇인가 박탈당하고 억울한 사람들, 전쟁과 가난 같은 사회적인 문제로부터 평등세상을 염원하는 이상세계까지, 그녀의 조형적 발언의 폭과 깊이는 단연 독보적이다. 그녀는 자기 시대에 가장 깊숙이 뿌리박고 작품을 통해 이를 발언했으나, 나중에는 그녀를 통해 역사가 말을 했다.
특히, 우리가 주목할 점은 그녀의 예술이 매우 감각적이라는 사실인데, 그녀는 흰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하는 판화에서 딱딱한 선의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고 광선에 의한 명암의 대비만으로 완벽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콜비츠의 판화는 비할 바 없이 풍부하고 투명한 내면의 빛으로 비추어져 있고, 어떤 색채 그림보다 다채롭다.
그녀의 작품은 주로 노동자 빈민층의 현실묘사라든가 혁명이나 전쟁과 같은 소재가 많았으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특히 1백 점도 넘는 자화상을 통해 콜비츠는 자신의 얼굴 모습을 빗대어 내면풍경을 형상화했는데, 이 자화상들은 그 시대에 대한 답변이자 증언으로써, 그녀가 살았던 시대를 드러내는 기둥으로 우뚝 서 있다.
지구상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판화
그녀가 개척한 ‘현실예술’ 양식은 중국에서 신흥목판화운동을 불러일으켰으며 1980년대 한국의 민중판화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도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녀는 삶과 작품이 분리되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여성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즉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전통과 특정한 사회적 출신을 지닌 인간으로서 겪었던 것들을 형상화했다는 의미에서 자전적이며, 거기에는 예술과 삶이 서로 결합되어 있다.
이 세계에 가장 탁월하고 아름다운 판화를 남겨놓은 케테 콜비츠의 삶은, 지구상에 새겨진 가장 아름다운 판화이다.
지은이 카테리네 크라머는 그녀가 남긴 일기, 서한집, 작품집, 그밖에 카탈로그에 실려 있는 논평들과 논문들까지 모두 집대성하여 가장 훌륭한 케테 콜비츠의 평전을 완성했다.
이 책에는 그녀의 육성을 비롯해 작품의 동기가 되었던 내면풍경과 세계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자세가 밀도 높게 녹아들어 있으며, 〈직조공 봉기〉, 〈농민전쟁〉, 〈전쟁〉, 〈프롤레타리아트〉, 〈죽음〉에 이르는 연작 시리즈의 주요 작품을 비롯한 그녀의 대표작 70여 점이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