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미술 사전’ 30년 모은 보물 풀어놓다
미술연구가 김달진씨 자료 열람실 오픈… 수집자료 공개
글·사진=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입력 : 2007.03.23 00:11
미술 연구가 김달진(52)씨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60평 규모의 미술 자료 열람실을 열었다. 박수근·이중섭·김환기 화백 등 한국 현대미술 작가 6000여 명의 도록(圖錄)과 전시회 팸플릿, 해방 전후부터 최근까지 발간된 미술잡지, 학회지, 미술 관련 단행본이 1.8~2m 높이 6단 책장 117개를 꽉 채운 공간이다. 1938년에 나온 고(故) 오지호·김주경 화백의 2인 화집, 1950년대에 나온 미술 잡지 ‘신미술’ 등 희귀한 자료가 넘친다.
김씨는 미술계에서 ‘인간 114’로 불린다. 작가와 평론가의 전화번호는 물론, 누가 언제 어떤 전시에 참여했는지, 언론과 평단의 반응이 어땠는지, 그에게 물으면 전부 10초 안에 답이 나온다. “이중섭 드로잉 전시회가 미도파화랑에서 열린 게 언제죠?”라고 묻자 “1979년이오”라는 대답이 곧바로 돌아온다. “그럼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한 건요?” “2005년이죠.”
김씨의 이 같은 ‘내공’은 미술 전문 월간지의 사환 겸 수습기자로 입사한 1978년부터 30년째 꾸준히 미술 자료를 수집한 데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는 한때 ‘금요일의 사나이’라고도 불렸다. 매주 금요일 오후면, 검은 가방을 메고 인사동에 출몰해 화랑가를 돌며 가방이 불룩해지도록 팸플릿, 도록, 포스터를 걷어 갔기 때문이다.
▲서울 통의동에 문연 김달진 미술연구소에서‘자료들의 숲’에 파묻혀 있는 미술 연구가 김달진씨.
그렇게 모은 자료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날 뻔한 적도 있다.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진 직후 ‘건물 붕괴’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진 시절, 그는 단독주택 2층에 살았다. 집 주인은 그에게 “엄청난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꽂혀 있는 당신 책장 때문에 집이 무너질까 두려우니, 방을 빼든지 책을 빼든지 택일하라”고 했다. 그는 눈물을 머금고 5? 화물차 1대분의 자료를 고향집 광에 옮겨다 놓았다.
김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가나아트센터 자료실에 차례로 근무한 뒤, 2001년 서울 평창동에 자기 이름을 딴 ‘김달진 미술연구소’(www.daljin.com)를 내고 그동안 모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21평짜리 반지하 빌라에 살면서도, 자료를 정리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에는 매년 개인 돈 5000만원 이상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다.
김씨는 지난달 통의동으로 연구소를 옮기고, 그동안 모은 자료를 일반인이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다음달까지는 작가, 평론가, 언론인에게만 열람실을 개방하며, 5월부터 일반에 개방한다. (02)730-6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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