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자료 수집의 달인 “도서관 열었어요”… 김달진 소장
“좋아하는 일을 평생 하는 것도 행복한데, 미술계에서 ‘자료=김달진’이라고 알아주니 기쁨이 두 배죠.”
김달진미술연구소(www.daljin.com·02-730-6214)의 김달진(52·사진) 소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새 둥지를 틀었다. 60여 평 규모인 이곳은 일종의 ‘사설 미술정보센터’다. 그가 발행하는 미술 전문지 ‘서울 아트 가이드’ 사무실이 한쪽에 있는 것을 제외하면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그가 37년간 모아 온 미술 자료가 서가에 진열돼 있다. 1950년대 ‘신미술’지를 비롯해 폐간된 미술잡지와 단행본, 전시 도록이 가득하다. 특히 미술잡지 8종 2만4995건, 폐간된 잡지 16종 4046건의 기사 색인, 2600여 명의 인명사전 등을 망라한 데이터베이스는 연구소의 자랑거리. 이 자료들은 모두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다.
김 소장은 고교시절 잡지에서 명화를 찢어 모으면서 자료 수집 외길에 들어섰다. 전시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자료를 챙겼다. 그는 “셋방을 살면서 자료 때문에 서러움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자식이나 다름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계에서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통한다. 전시 일정을 비롯해 미술계의 움직임을 꿰고 있으며, 일간지 기고를 통해 미술 관련 발언도 해 왔다. 그는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던 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인정을 받고 이제는 사명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료를 관리하는 비용을 ‘서울 아트 가이드’ 등을 통해 마련하지만 넉넉지는 않다. 5월부터 월 수 금요일 오후 2∼6시 이 연구소를 개방하는 문제를 놓고도 돈을 받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는 “자료는 공공 자산이나 다름없는데, 단돈 100원이라도 받는 게 마음에 걸려 결정을 못 내렸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만학으로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화예술학과를 나왔다. 딸 영나 씨는 만화가로 활동 중이고 아들 정현 씨는 미술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 동아일보 2007.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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