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트가이드 4월호 Vol 112호
입원한지 8일째, 아침에 오랜만에 면도를 하며 거울을 보자 심하게 충혈 되어 있던 왼쪽 눈이 많이 풀려있었다. 어줍지만 오른손으로 수저를 들고 식사를 할 수 있었고, 펜을 잡고 글씨를 쓸 수 있었다. “작은 아버지, 왜 연락하지 않으셨어요?” 조카의 전화도 직접 받았다.
금년들어 부쩍 오른쪽 어깨부터 팔이 저리고 시큰거려, 글씨를 쓰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차가운 유리나 쇠붙이에 손이 닿으면 몸서리치게 거부반응도 일어났다. 또한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도 나타났다. 처음에 가까운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고 부황을 떴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자, 큰 병원에서 원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동성심병원 신경외과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목의 척추 안에 종양이 있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라 그런 증상이 생겼다는 설명을 들었다. 진찰의는 어려운 수술이 될 것이라고 전문병원을 추천하며 소견서를 작성해 주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장 김현집 교수님에게서 진단을 받았는데 증상이 심해지면 전신마비가 온다며 바로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하셨다. 주변의 도움으로 예약이 가능한대로 바로 입원하여 3월 16일 예비수술과 17일 본 수술을 받았다.
수술 들어가기 전 아내가 ‘그동안 행복했다.’며 내 손을 잡았다. 그 말에 어쩐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수술이 끝난 후, 하루가 다르게 몸 상태가 좋아졌다. 쉬어서 남에게 들리지도 않던 목소리가 점점 돌아오고 오른손에 힘이 생겨 더 이상 떨림 없이 글씨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질환과 사고....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의 사연과 또 보호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나를 반추해본다. 이제는 일의 양을 줄여야 하겠고,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게 유연한 사고방식으로 더 여유 있게 살아야겠다. 6시간 이상 걸린 대 수술 중에 교회와 가족 모두가 중보기도 해주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동안 걱정해주었던 가족과 지인들, 병상에 있는 동안 수고해준 직원들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드린다.
병원 유리창 밖으로 2차 증축중인 분당서울대병원 뒷산에는 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 김달진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 현재는 퇴원 후 집에서 요양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