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을 위한 삶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꿈을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한 적이 있는가? 아마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꿈을 꾸는 것마저 제대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전문 지식을 얻는 것에 혈안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전혀 다른 직업 세 종류를 가져본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가진 마지막 직업은 전문 지식 단 한 가지도 없이 시작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비전을 이루기 위해 실행에 옮겼다. 바로, 고흐이다.
그의 비전은, 파리에서 어렵게 활동하고 있는 화가들을 아를로 불러 모아 상부상조의 공동생활을 하는 것,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서,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1)
작품 제작에 있어 영감 공유, 재료비 절감 등의 단순한 이유가 공동생활의 이유는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의 비전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고, 2) 목회자로서는 자신의 비전을 이루지 못해, 차선책으로 화가가 되었다. 3) 즉, 공동생활은 가난한 화가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는 다양한 계층 중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대 자루를 나르는 여인들>과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그의 소망이 드러난다.
빈센트 반 고흐, <부대 자루를 나르는 여인들>, 1881, 파란색 종이에 불투명한 수채화 연필 잉크 펜,
47.5 x 63 cm, 크뢸러 뮐러 미술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측 나뭇가지에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담은 오브제가 보이고, 석탄 자루를 들고 가는 여인들의 고단함이 무채색의 그림임에도 드러난다. 또한, 후경에는 탄광촌과 교회의 모습이 보이는데, 반 고흐는 석탄 자루를 이고 가는 여인들 곁에 삽과 그리스도를 그려 넣음으로써 노동과 안식 그리고 고통과 위로를 표현했다.4)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화, 82 x 114 cm, 1885, 반 고흐 미술관.
또, 이 작품에서는 <부대 자루를 나르는 여인들>에서 등장했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표현한 오브제와 다소 어두운 색감, 노동의 고단함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표정 등을 유사하게 사용하여 같은 방식의 위로를, 유일한 빛을 전달하는 등불을 통해 ‘저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오는 빛’의 위로를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5) 이는 ‘오직 그리스도만이 고달픈 당신들의 삶 속에 빛, 위로해 줄 수 있습니다.’라며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후반 작품인 <까마귀 나는 밀밭>, <별이 빛나는 밤> 등의 수많은 작품에서도 그의 비전은 끊임없이 드러난다. 6) 그의 강렬한 브러시 터치, 노란색 위주의 색 사용, 따뜻한 색감 선택 등 그의 시그니처들이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죽음 전까지 비전을 이루기 위해 힘썼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인의 아픔과 환경의 열악함에 빠져 허우적 거릴 시간에,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사용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야 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죽음 직전까지도 비전을 위해 움직인 그. 끝까지 비전과 소명을 품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증명한 것은 아닐까.
1) 정철, 「영혼의 친구 반 고흐」, 인문산책, 2021, p.303
2) 라영환, ⌜반 고흐의 예술과 소명에 관한 연구⌟, 기독교학문연구회, 2019, p.11
3) 라영환, ⌜반 고흐의 예술과 소명에 관한 연구⌟, 기독교학문연구회, 2019, p.2
4) 라영환, ⌜반 고흐의 예술과 소명에 관한 연구⌟, 기독교학문연구회, 2019, p.14
5) 소태영,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영성과 영성 교육적 적용 및 실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2017, p.14
6) 소태영,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 속에 내재되어 있는 종교적 영성과 영성 교육적 적용 및 실천⌟, 한국기독교신학논총, 2017, p.7
이지연 corqjffplj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