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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수단으로 사용된 빛에 대한 고찰

유의림

양극화의 수단으로 사용된 빛에 대한 고찰


Edward Hopper, Early Sunday Morning, 1930

 통상 빛은 우리에게 대상을 가시화시켜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예로부터 빛을 이용한 권력의 시각화의 여러 방법 중 애용되는 것은 강조할 대상에 대한 빛 부여지만, 상반되는 곳엔 회색조로 어둠을 뭉뚱그려 표현해 왔다. 밝음과 어둠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는 점에 주목하니 빛을 활용하여 미국의 시대상을 표현한 미국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떠올랐다. 

 에드워드는 당시 유행하던 유럽의 인상주의 화풍에서 벗어나 보다 강렬한 미국의 햇빛을 통해 양차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미국인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Early Sunday Morning>은 대표적인 기존의 에드워드의 그림처럼 고독한 사람의 모습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상상력이 오히려 자극되어 더욱 큰 공허함을 느끼는 경험을 하였다. 오직 기하학적이고 단일화된 건축물과 몇 개의 사물에 대한 명암 표현이 고독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지역 경제가 죽은 거리, 일요일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지친 모두가 깜깜한 건물 안에 머무르는 상황이 절로 떠오른다. 이는 회색조 짙은 건물들에 둘러쌓여 생기 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겹쳐 보인다. 또한 장기간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다. 이처럼 캔버스 안으로 관람자를 이끌며 공감하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을 대입 또는 치환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안도 다다오, 빛의 교회

 빛과 어둠을 대조시켜 양극화의 수단이 아닌 빛을 절대적인 존재로 사용한 건축가가 있다. 우선 언급하는 건축물이 교회라는 점에서 필자가 말하는 빛은 신이 아닌 자연물이나 대체 불가한 존재라는 점을 언급한다.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는 일본 오사카 부의 이바라키 시에 위치해 있는 건축이다. 신도들의 모금 활동을 통해 모은 비용은 턱없이 부족했지만, 건축가는 신도들의 정성에 반응했고,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여 정신성을 최대한 고양시키기 위한 건축 설계와 시공에 임하게 됐다. 교회의 외관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특징인 노출 콘크리트를 활용한 단순한 박스 모양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건물 대각선으로 콘크리트 벽을 비스듬히 꽂아 넣듯이 구성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빛이 대각선을 가로지르는 벽에 막혀 억제된다. 또한 내부는 화려한 제단이나 기교 섞인 제물이 아닌 기본적인 형태만을 갖춘 장의자와 설교단이 전부이다. 오직 설교단이 위치하는 곳에 한 면 전체를 십자가 창을 내어 빛이 들어오게끔 의도했다. 교회 내외부의 모든 자재와 형태를 최소화시켜 빛을 억제한 공간에서 절대적인 빛, 즉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겸손해지는 존재인가를 알 수 있다. 빛이 철저히 억제된 어둠에서 개인이 가진 고유의 특성은 모두 묻힌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채 내면의 마음의 문을 열어 들여다보고 빛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싣는 공통된 행동을 보인다. 또한 자신에게서 살며시 벗어나 주변을 둘러보려 노력해도 얼핏 윤곽만 보일 뿐,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빛이다. 

 빛은 계속 존재했지만, 시기와 지역에 따라 인간이 어떻게 받아드려서 생각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미술사에 끊임없는 변화를 이끌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는 명확하게 명암을 이용하여 소통 단절, 고독, 인간소외를 통한 당시의 암울한 미국 사회를 알 수 있었다. 사회의 밝음과 어둠을 구분 지으려 하는 ‘차별의 도구’로써 활용됐지만, 안도 다다오는 빛을 양극화의 수단이 아닌 절대적인 밝음을 명확한 기준으로 내세워 그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고 무력해지는 경험을 선사했다. 사회 구성원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에 대한 필요성과 자신 또한 언제든 어둠에 속할 수 있는 존재임을 되뇌면서 사회에 명과 어둠에 대한 관찰을 통한 환기 및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의림 dmlfla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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