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발맞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 『르 코르뷔지에의 사유』 ,열화당, 2017
흔히 건축은 ‘각종 자제로 권위자를 위한 거대한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런 개념에 반대하고, 변혁을 시도하려 했던 인물이 있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는 낭만을 쫓을 수 있는 화가로 거듭나려던 그의 인생에서 주변 환경과 사회,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는 경험을 하였고, “위대한 시대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주창하였다. 캔버스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회화가 매력적이었지만, 양차대전을 겪은 인간과 건축 앞에서는 그의 예술적인 기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는 제약이 있었다. 더하여 그는 “모든 것은 사라지고 사유만이 남는다.”라는 말을 남겼다. 앞서 말했듯 건축가는 단순히 철골, 콘크리트 등 건축 재료를 수학적으로 계산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건축가의 신념 곧 사유는 언젠가 교체될 건축 자제, 언젠가 무너지고 공터로 남게 될 건물터를 관통하여 현대에도 남게 되었다. 이는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라는 당시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킨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전까지 건축이란 권력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크기와 장식에 따라 시각과 공간으로 압도되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었지만, 그의 발언으로 인해 집은 주거공간의 기능만 하는 도구로 전락되어 버렸다. 권력을 배제하고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의 주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권력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이를 보급한 인물이었다.
그의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현대에 이르러서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주거 형태가 보편화되었다. 그가 사회에 보탬이 되기 위해 공공을 위한 이타적인 생각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되뇐 결과 모두에게 주거 공간을 선사하였다. 이쯤에서 ‘건축가는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대의 변화 앞에서 건축에 대한 생각을 통해 치열하게 투쟁하고 쟁취했고, 꾸준히 변화를 시도한 그는 우리의 삶 속에서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시대에 발맞춰 시류를 형성하고, 보편화시켰다는 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건축해나가는 현대인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녹아들려 하고, 기꺼이 사회에 필요한 구성원이 되기 위해,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나아가 앞서나가 흐름의 선두자리를 만들고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사회와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를 통해 사회의 필요가 되고자 했고, 도움이 되고자 했던 그의 열망에 무심코 지나가는 것에 대한 재발견의 결과를 건축에 녹여낸 르 코르뷔지에의 삶의 궤적에 대해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