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 경기 수원시 팔달구
분청사기조화인물문병, 15세기 말-16세기 초
“오늘 밤만큼은 저 하늘의 별이 수많은 것과 같이 그대를 생각합니다 … 오늘 밤만은 정말 뜬 눈입니다” 김정환의 『시 사랑 노래 1』에서 말하는 그대를 당신은 소유하였는가? AI가 주는 편리함에 길들여진 인간은 본성적 자유를 상실해가고 있다. 프리드리히 실러는 “자유에 이르는 길은 아름다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AI시대의 우리에게 저 하늘의 별이 수많은 것과 같이 소유하고픈 그대는 “자유”가 아닐까?
15세기 조선의 도공들은 상감청자에 백색분장을 하여 ‘분청사기’를 창안해낸다. <분청사기조화인물문병>에서 보이는 백색 붓질과 태토의 흑색은 흑백의 조화를 이루면서, 우리를 오랜 신화적 시간으로 인도한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아침의 공간, 아사달, 조선(朝鮮)! 하늘의 환웅과 땅의 웅녀가 사랑으로 탄생시킨 단군의 땅. “아침의 감성”은 한국인의 원형적 미의식으로 낮과 밤의 기운이 상생하며 본성적 자유를 생성한다. 흑백의 조화 위에는 단군의 모습인 듯 미완성의 인물상이 새겨져 있다. 20세기 베이컨의 <자화상>에는 재현적 형태에 우연적 요소를 개입시키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내면적 충동으로 그려진 ‘기관없는 신체’로서의 인물상이 그려져 있다. 그의 <자화상>은 인간 존재의 바닥에 잠재하고 있는 원초적 감각을 일깨우는 효과를 준다. 분청사기 도공과 베이컨은 인간 내면에 깊이 잠자고 있는 본성을 흔들어 깨우고자 했던 예술가들이었다.
아사달의 귀환! 우리는 자유를 소유하기 위해 “아침의 감성”을 회복할 일이다. 오늘 밤만은 뜬 눈으로 <분청사기조화인물문병>을 만든 분청사기 도공의 자유를 향유할 일이다. 실러의 말대로 “아름다움은 우리를 자유로 이르게 하는 길”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