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하기의 재미

해체주의라는 새로운 패션 개념을 도입한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를 설립한 디자이너 마틴 마르지엘라의 전시가 롯데뮤지엄에서 열렸다. 디자이너의 전시는 어떨까 문득 궁금해지던 1월 말, 입시가 끝난 예비 미대생 큰아들까지 대동하고 가족 5명이 오랜만에 함께 <마틴 마르지엘라 전>에 방문했다. 

전시장 입구에는 전시 작업물의 스냅들이 전시되어 있어 궁금증을 더했고, 데오드란트가 프린팅된 상자 같은 전시장 맵을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뽑을 수 있었다. 마틴 마르지엘라전은 사전지식이 없이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는 난해할 수 있는 전시였고, 무조건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봐야 했는데 가족 모두 이어폰을 안 가져오는 낭패를 저질러 우리는 되는대로 전시를 느끼기로 합의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아버지가 바버숍을 운영했기 때문에 어려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였던 게 헤어라고 한다. 얼굴 없이 가르마와 헤어의 컬러만 표현된 채 덩그러니 전시되어 있어서 약간 괴기스러운 느낌이었다. 진짜 머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었는데, 10살 막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머리색깔과 피부가 변해가는 게 구현된 머리 전시를 보고 상상력에 자극을 받는 것 같았다. “이거 점점 늙어가는 걸 표현한 거잖아.”라는 말에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가족들. 

아무래도 가장 이해하기 쉬웠던 작품이 버스 정류장. 털로 뒤덮여 있는 버스 정류장이었는데, 헤어와 연결되는 느낌도 있었고 인식과 편견을 깨는 낯설음이 강하게 느껴져 재미있었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사람들이 오고가는 버스정류장은 머무르지 않고 떠나가는 장소인데, 털로 만들어진 버스 정류장은 어쩐지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차가운 스틸, 철로 이루어진 공간이 소재의 변화로 다른 공간처럼 느껴지는 신선한 자극. 

분절되어 표현된 몸의 형태들도 상상력을 자극했다. 토르소에는 근육과 형태가 남아있었지만, 어떤 부분인지에 대한 힌트가 없었기 때문에 각자의 상상력대로 신체의 부위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은 신체를 연구해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머리(헤어), 근육, 입, 손톱 등 신체의 부분으로 연결되는 전시가 흥미로웠다. 

전시 후반쯤 놓여있던 설치된 사진과 쇼파. 쇼파에 앉으면 이상하게 바깥 풍경을 관람하는 느낌이었고, 작품을 만들었던 몰드, 실리콘으로 작업된 토르소 형태의 장난감 키트, 비연속적으로 벽에 원, 사각형 형태로 표현되었던 그림, 머리카락 방향을 연구했던 흔적을 표현한 설치물 등은 난해했지만 돌아나오면서 생각나는 작품들이었다. 왜 그런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낯설음이 컸던 것 같다. 레드네일즈를 봤을 때도, 빨간색 메니큐어를 칠한 손톱이라고 인식되면서도 몸만큼 큰 신체에 이질적인 느낌을 느꼈는데, 인조적인 색과 크기에 거부감보다는 쓸쓸함이 느껴지는 게 이상한 지점. 

도슨트도 오디오가이드도 없이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처음에 느꼈던 괴기함이 마틴 마르지엘라가 설계한 연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되는 신체의 흐름. 디자이너로서 수없이 보아왔을 몸, 패션과 연결되는 헤어스타일과 신체 일부분. 근육부터 몸의 형태, 털 하나까지 계산해야하는 디자이너의 직업적 철학이 담겨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위적인 것(패션, 염색, 네일아트, 향)과 있는 그대로의 것(몸의 형태)이 결합되어 재창조되는 패션과 그에 따른 트렌드, 현대의 욕망 등이 보였던 전시. 내멋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어서 돌아보고 나니 재미있었던 전시였던 ‘마틴 마르지엘라’ 전.

- 전진

서울아트가이드 후원으로 ‘마틴 마르지엘라’ 전시에 다녀왔다. 티켓 속 데오도란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궁금함으로 가득한 채 도착했다. 전시장 초입에서 마주한 커다란 데오도란트 작품은 우리의 일상제품이지만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인간의 욕구를 보여주고자 한 작품이었다. 해체주의의 거장인 마틴 마르지엘라의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품들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지 더 궁금해졌다.

이발사였던 그의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아 머리카락,털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인조모로 뒤덮힌 버스정류장과 실리콘 구를 감싸는 머리카락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소재와 형태에 변화를 주었다. 버스정류장은 차갑고 딱딱하다고만 느꼈는데 부드럽고 윤기가나는 털로 뒤덥힌 버스정류장은 따뜻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실리콘 두상을 머리카락으로 뒤엎은 이작품은 인간의 생, 시간의 흐름을 나타낸다. 다각도로 둘러보다보면 빛에 의해 쇼케이스에 반사되어 작품이 끝없이 길게 보이는데 이 각도에서 보니 시간의 흐름을 부정하고, 받아들이는 작품의 의도가 잘 느낄 수 있었다. 마틴 마르지엘라의 전시는 마치 미로 같은 전시장 곳곳의 작품 속 은폐해둔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며,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형태의 작품에 대해 기존의 것과 비교해보고, 탐구해 볼 수 있었다.

- 윤안나

마틴 마르지엘라 작가를 해체주의 작가이다 정도만 알고는 있었다. 이번에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친구와 다녀왔는데 도슨트를 듣지 않으면 다소 기괴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슨트를 들으면 작품을 보면 신선하고 마르지엘라의 해체주의적 방식을 작품에 담아낸 것들과 의외로 사회적인 면, 반항적인 면도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하게 공감은 되지 않지만 그때의 천재라고 불리는 디자이너의 생각이 이랬구나를 느낄 수 있었고 다소 신선했던 전시였다. 내가 방문했던 시간대에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장주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