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 펠릭스에듀 대표 huuuu@naver.com
김환기, 생명의 운율을 노래하다
김환기는 한국의 미에 담긴 시정신을 조형적으로 현대화하기위해 고심했다.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의 <저녁에> 시를 조형적으로 노래한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에서는 면천 위에 무수한 사각형들에 찍힌 원들이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어우러지고 있다. 그 둘의 만남은 백색의 면천 바탕에서 서로를 강제하지 않는 스며듦으로 성취되고 있다. 최소한의 조형적 기호인 사각형과 원으로 상징되는 하늘과 땅은 환한 빛깔, 백색의 바탕면 위에서 서로를 조우하고 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그 혹은 그녀와 일체가 되는 것.”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다.
김환기는 무수한 사각형 속에 담긴, 생애의 한 순간 순간들에 별빛으로 아롱지는 고국 산천의 아름다움을 찍고 또 찍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그 둘은 하나로 연결되었고 은하수와도 같은 빛줄기가 되어 화면을 가로지르게 된다. 고국으로 가는 그리움의 백색 빛줄기! 그 빛은 생명의 운율이 되어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화면에 리듬감을 생성시킨다. 김환기가 그토록 소망했던 노래, 그림을 볼 때 눈물짓게 하는 시같은 아름다움의 노래가 그것이다.
김환기의 점시리즈는 달항아리와 미의식을 같이 한다. 사각형과 원의 어우러짐이 달항아리 표면의 상하 접합이라면, 백색의 빛줄기는 달항아리 표면을 온통 뒤덮고 있는 충만한 백색의 살내음일 것이다. 그 둘은 생명의 운율, 생성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밝음을 지향하는 생명의 노래를 쉼없이 들려주고 있다.
20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