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인 명지대 미술사학 박사과정, 청소년에게 찾아오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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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을사 백수백복도(乙巳 百壽百福圖)〉
2폭, 2024, 닥지 위에 채색, 110×45cm
《일상의 매혹: 현대민화의 변주곡》(1.8-2.8, 한지가헌)전에서 만난 박주희의 〈을사 백수백복도〉 2폭은 2025 을사(乙巳)년 푸른뱀의 해에 장수(壽)와 복(福)을 기원하며 감상하기에 좋은 현대민화이다.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의 유래는 1610년(광해군 2년)에 남평 현감 조유한(趙維韓, 1588-1613)이 중국인에게 받은 백수도(白壽圖)를 광해군에게 바친 것이 최초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의 백수도는 큰 글씨 안에 다양한 서체의 글씨를 채워 넣는 모양이었고, 후에 ‘복(福)’ 자가 더해지면서 한 글자 또는 두 글자를 번갈아 쓰는 형태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글자 수는 반드시 ‘백’ 개는 아니다. 백수백복도에서 ‘백(百)’은 숫자로서의 100보다는 ‘많다, 꽉차다, 가득해서 족하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장수하고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의미가 있다.
박주희의 〈을사 백수백복도〉 2폭에는 ‘수(壽)’와 ‘복(福)’자가 간결한 직선과 곡선으로 추상화되어 있고, 뱀의 형태성을 중심으로 수탉, 토끼, 개, 두꺼비, 서낭당, 술병과 술잔, 화초, 물고기, 장수열매 등 일상 속 이미지에 그 문자를 삽입하여 병치되어 있다. 그 이미지들은 각각 한 폭은 암갈색의 원형 안에, 다른 한 폭은 푸른색의 원형 안에 담겨져서 화면을 촘촘하게 메운다. 이러한 표현은 전통적인 백수도에서 의미하는 ‘백(百)’ 자의 풍요로움에 대한 현대적 변주로 보여진다. 장수와 복의 이미지를 품은 원형은 한 폭은 초콜렛의 달콤함을 연상시키게 하고, 다른 한 폭은 을사년 뱀의 푸른빛을 떠올리게 하면서 몽환적인 인디안 핑크톤의 바탕색과 어우러져 감상자로 하여금 2025 을사년, 일상의 푸른 매혹에 대한 풍요로운 기대감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