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종 | 조형예술학박사 dctimh7@naver.com
GIAF25를 돌아보며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20일까지 제3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 25)이 강릉 전역에서 펼쳐졌다. 행사는 강릉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특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와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한다. 보편적인 질문을 특수한 지역적 맥락을 통해 탐구하는 방식이다. '1회 〈강릉연구〉', ‘2회 〈서유록〉’, '3회 〈에시자, 오시자〉' 와 같은 주제는 지역적 지점에서 출발하여, 글로벌 동시대 미술 속에서 문화적으로 특정한 맥락에 관심 있는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GIAF25의 주제인〈에시자, 오시자〉는 강릉단오굿에서 악사들이 사용하는 구음에서 유래했다.'하늘과 땅의 모든 존재를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관령이라는 지리적 요소가 강릉 사람들의 삶과 문화, 특히 단오제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며, 대관령을 넘어온 모든 존재들 즉, 인간을 넘어 바람, 미생물, 신까지 오래전부터 이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떻게 그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지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키와림, 〈사물들〉 ⓒ GIAF25
장소는 강릉 시내 여러 장소를 활용한다. KTX 강릉역, 옥천동 웨어하우스, 강릉대도호부 관아, 옛 함외과의원, 창포다리, 일곱칸짜리 여관, 작은공연장 단,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등이 포함된다. GIAF의 다중 장소, 도시 통합형 형식은 관람객들이 도시 자체를 탐험하도록 유도하며, 예술을 지역 맥락 및 일상생활과 연결하려는 목표와 일치한다. 기차역, 오래된 병원 건물, 시장(2022년, 2023년) 등 비전통적인 전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예술을 제도적인 공간 밖으로 확장시켜 도시 구조 속에 스며들게 함으로써 지역과의 유기적인 관계 맺음을 시도하는 전략이다. 또한 일곱칸짜리 여관, 옛 함외과의원, 작은공연장 단 등에는 GIAF25 전시장임을 알리는 강릉의 바람을 시각과 소리로 느낄 수 있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눈길을 끈다.
참여 작가는 11명(단체포함)인데 김재현 작가는 페스티벌의 시작점인 KTX강릉역과 단오의 중심이며 페스티벌의 마침점 부분인 창포다리 위에 작품이 설치되었다. 강릉역의〈써클 트래킹〉, 창포다리의〈플로어 맵핑〉이다. 서다솜 작가는 일곱칸짜리 여관에서 도깨비에 주목하고 음식을 나누는 워크숍 작품〈있는 없는〉〈부엌살림〉을 전시했고, 옛 함외과의원에는 대상의 의미와 인식 과정을 탐구하는〈덜 굳은 사물〉〈Duck,Drawn〉의 이해민선 작가와 삶을 구성하는 조각들이 어떻게 맞물리고 균형을 이루는지 탐색하는 키와림(김기훈,김들림) 작가의 작품으로 〈사물들〉〈소나무〉〈깊이와 표면〉을 만나며 작은공연장 단에서는 신체와 무형의 것들, 신무용에서 파생한 산조와 입춤을 모티브로 삼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창적인 춤을 탄생시킨 이양희 작가의 〈이양희 입춤〉〈이양희 산조〉퍼포먼스가 공연,상영되었다.
가장 큰 전시 공간의 강릉대도호부 관아에서는 윤석남 작가의 폐목재와 나무조각들에 페인팅하여 돌봄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작품 〈1,025:사람과 사람없이〉가 1025여마리의 작업 중 367점이 전시되었고 홍이현숙 작가의 두드림으로 희생된 모든 생물을 애도하는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강릉〉과 흐라이르 사르키시안 작가는 영상을 통한 조상의 역사와 유산이 계승되는 듯한 〈Sweet&Sour〉을 선보였다. 단오제에 관련된 소리를 채집하여 관계 맺음을 돕는 안민옥 작가의〈럭키헤르츠_일곱장소의 행운〉도 볼 수 있었다.
신영극장에서는 양조위가 등장하는 장면을 재편집한 작품 등 호추니엔 작가의 옵니버스 작품〈변신술사〉를 상영했고 옥천동 웨어하우스에는 정연두 작가가 〈싱코페이션 #5〉로 강릉 단오제에서 마주한 풍경을 통해, 인간의 염원과 불가항력적 자연이 교차하는 순간을 담아내었다.
특히 강원도(강릉) 기반 작가를 대상으로 한 공모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작가를 발굴하여 참여시켰다. 실험적인 형식을 장려하며,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을 넘어선 동시대 미술, 퍼포먼스, 비디오, 워크숍을 선보였다.

윤석남, 〈1,025사람과 사람없이〉 ⓒ GIAF25
또한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시티 가이드 및 다국어 도슨트 프로그램과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방문객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더 폭넓은 대중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는 지역 사회에서 동시대 미술에 대한 이해와 향유를 넓히는 데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궁극적으로 GIAF와 같은 행사는 강릉과 같은 특정 지역과 글로벌 동시대 미술 세계 간의 문화적 대화를 촉진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GIAF는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강릉 지역의 고유한 문화에 뿌리를 가지는데 이러한 전략은 GIAF를 일반적인 국제 비엔날레와 차별화되며 이를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GIAF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강릉이라는 도시에 집중하지만 GIAF의 목표는 지역 문화 발전, 커뮤니티 참여, 그리고 강릉을 예술을 통해 해석하고 이를 국제적 흐름과 연결하는데 더 초점을 맞춘다.

정연두, 〈싱코페이션 #5〉 ⓒ GIAF25
GIAF는 정부의 예산에 기대는 것이 아닌 재생의학 전문기업 (주)파마리서치가 2018년에 설립한 (재)파마리서치문화재단의 민간 주도형 축제로 일관된 비전을 유지하고 있다. 단오제, 커피도시에 그치지 않고 '강릉=현대미술의 도시'라는 인식을 심어보겠다는 의지로 매년 새로운 시도를 통해 발전하는 모습은 강릉을 넘어 한국문화예술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4회 GIAF는 격년제로 2027년에 개최될 예정이다. 잠재력은 지역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을 진정성 있게 연결하는 고품질의 사려 깊은 기획 전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데 달려 있다. 즉, 강릉이라는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면서도 베니스, 카셀 도쿠멘타 등에 익숙한 국제 미술 관객에게도 유의미하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지역적인 것을 더 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