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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노상준은 그의 트래이드마크인 작은 종이 조각품들을 캔버스라는 형식과 결합시킨 신작들로 이번 전시를 구성하였다. 영국 유학시절, 한국으로부터 도착한 소포박스가 익숙한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던 그는 박스종이를 자르고 찢고 조립하고 채색하여 조물조물 작은 조각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단순하게 작가가 좋아하거나, 만들고 싶거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수백가지의 작은 형상들이 탄생하였다. 이 작은 조각들은 그 자체로 개별적인 의미는 갖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작가가 상상하는 풍경이나 상황의 일부분이다. 갤러리 팩토리에서 이준형과 함께 선보인 'In my shoes'란 제목의 이인전에서나 최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동유원지'라는 제목의 개인전에서 작가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은 대도시에 사는 개인의 고립된 상황에 대한 은유였다. 빠른 속도감으로 언제나 변화하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지 못한 개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조감도적인 시점의 풍경을 통해 재창조하였던 것이다. '고립', '소외'와 같은 다소 어둡고 무거운 주제는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시각적 다채로움이나 재기발랄함과 대비되어 아이러니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조금 더 가벼운, 작가 특유의 소년적 감성이 빚어내는 자유로운 상상속 이미지가 펼쳐진다. 주목할만한 새로운 시도이자 변신은 작은 조각물들을 사각형의 캔버스 형식과 결합시킨 것인데, 입체적인 조각의 특성상 보통 전시장 바닥이나 계단, 좌대 위에 놓여지곤 했던 그의 작업들이 이번엔 벽에 설치 된다. 페인팅된 캔버스 위에 일부분 조각이 얹혀지거나 사각틀 위에 종이를 붙이고 채색하여 일종의 배경을 만든 뒤 조각물들을 배치하는 형식이다. 부조 느낌의 이 작품들은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평범함 회화인 듯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조각의 디테일들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서 있는 자리와 보는 각도에 따라 마치 렌티큘러처럼 화면의 구성이 다르게 보이는 시각적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