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2-07-12 ~ 2012-09-05
02.3289.4399
전 시 명 : 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작 가 명 : 이 윤 하
전시기간 : 2012.07.12 – 09.05 / opening : 2012.07.12 pm6:00
장 르 : 사진
<보도자료>
이윤하_잃어버린 꿈을 찾아서
멸치였다.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부엌 바닥, 그것도 후미진 구석에 내팽개쳐져 있는 처량한 표정의 작은 멸치였다. 퀭한 눈, 바싹 말라비틀어진 왜소한 몸뚱이의 녀석은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의 모습이었다. 중년을 지나 인생의 후반생을 살고 있는 작가에게 주방 바닥에서 맞닥뜨린 멸치는 일상과 세파에 찌든 자신의 자화상처럼 다가왔다.
그동안 손으로 수없이 주무르고 발라내고 다듬어왔던 친근한 멸치지만, 전과는 사뭇 달랐다. 연민의 정 때문일까. 늘 익숙하게 봐왔던 녀석과 속마음을 나누고 나니 그저 그랬던 녀석이 더욱 애처롭고 비장하게 다가왔다. 나서 자란 고향 바다를 떠나 낯선 작가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여정을 거쳤을 녀석은 이제 돌아갈 곳도 없고 이렇다 할 요리에도 포함되지 않은 채 세상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일종의 버려진 처지였다. 슬프고 애처로운 생각에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멸치와 자신의 처지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새삼 삶이, 인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멸치에게, 작가 스스로에게 던져보았다.
멸치를 주어 식탁에 올려놓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지나간 시절과 추억, 잃어버린 소중했던 꿈들이 하나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잊어버렸던 꿈과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놀랄 일이었다. 아직도 꿈은 살아 있었다.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포기하기엔 자신의 삶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아쉬움을 남긴 채 고이 접어두어야만 했던 꿈, 흘러가버린 시절, 잃어버린 시간들을 찾아 길을 나서기로 했다. 먼저 녀석을 디지털카메라로 담아보았다. 컴퓨터 모니터에 올려놓으니 멸치는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로 작가에게 화답했다. 세상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또다른 세상 소식을 들려주었다. 한참을 주고 받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받아주는 친구가 생겼다. 이런저런 형태와 표정의 멸치들을 세상과 기억과 중첩시키며 자신의 꿈이야기를 하나둘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이윤하의 이른바 멸치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의 꿈이야기는 희미한 흑백으로, 때론 선명한 총천연색 무지개빛으로 펼쳐지며 시공을 넘나든다. 배경, 즉 변화무쌍한 세상과는 크게 관계없이 주인공 멸치는 언제나 담백한 모노톤으로 등장하며 시공간을 새로이 구축하는 주요 모티프로 작용한다. 지난 생은 자신이 세상과 삶의 주인공이었다기보다는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부모를 위해 나아가 사회를 위해 조연으로 살았던 무채색의 시간이었다. 특별한 존재감 없이 그저 그런 사람으로, 언제나 괄호 안에 스스로를 묶어 두었던 지난 세월이었다. 자신을 돌아볼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거울 볼 시간이 없었던 지난날이었다. 멸치와의 만남은 마치 거울을 보듯 그런 자신을 깨우치는 운명적 계기였다. 이제 다시 거울 앞에 앉아 스스로를 돌아본다. 사회가, 혹은 작가 스스로 묶어 두었던 괄호를 풀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잊어버린 존재감,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온몸으로 안간힘을 다해 세상으로 나아갔다.
이미 멸치는 이윤하 자신이었다. 어쩌면 사치와도 같은 꿈과 희망을 모두 포기한, 그것이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였던 멸치에게 아직 힘이 남아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안간힘을 다해 바다를 향해, 세상을 향해 존재의 몸짓을 보인다. 지나온 개인적 삶의 여정을 반추한다. 여성으로서 경험했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다중적 삶을 돌아본다. 앞으로의 모습도 조심스레 그려본다. 이러한 그의 여정은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에서 자기를 걷잡고 꿈을 찾고 행복을 이룩하려는 처절한 자기 노력에 다름 아니다. 이윤하는 오늘도 몸과 맘을 들어 길을 나선다. 하늘, 바다, 들판을 돌아본다. 지나간 시간들을 하나둘 베어내어 오늘의 자신을 확인하고 소중하게 지키려는 몸짓이다. 자연 속에 던져진 멸치의 모습은 진정 왜소하고 말라비틀어진 초라한 모습이다. 바다 속 멸치처럼 누구나 본디 아무런 구속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헤엄치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마음을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끝이 없는 방랑의 길을 가야만 하는 현실에 다시한번 정신이 번쩍 든다. 이도저도 아닌, 그 어디에도 분명하게 속하지 못한 주변인과도 같았던 삶. 대체재(代替財) 정도로 인식되어온 작가의 지난 시절, 세상과 소통하기보다는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경주마와도 같았던 자신의 모습은 정신적인 난민의 처지와 다름이 없었다.
그의 작업에는 산, 바다, 하늘, 강과 같은 자연이 매개물로 등장한다. 그것들은 사진의 배경을 이룬다. 직접 그리거나 사진으로 담은 것들이다. 흑백의 이미지거나 천연의 색감으로 등장한다. 그 위에 멸치가 등장한다. 몸 전체를 드러내기도 하고 머리 등 부분을 남겨 놓기도 한다. 살아 있다는 강한 존재 증명이다. 이렇듯 그의 작업에는 자연물이 등장한다. 간혹 인공의 오브제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이들 모두 자연에의 지향을 강조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또한 지극히 사소한 것들로 생활 주변에서 쉽게 가져온 것들이다. 염두에 두거나 치밀하게 계획되어 결합된 과정이라기보다는 출사를 통해 채집해 놓은 이미지를 그때그때 불러내어 결합시킨다. 평소 스케치가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음이다.
그가 담아내는 자연풍경은 일상과 중첩되고 있다. 한지에 먹으로 그린 간결하면서도 심플한 심상(心象)풍경과 지난날의 추억, 혹은 그것을 반추할 수 있는 비슷한 삶의 풍경과 오버랩된다. 추상적이면서 구체적인 배경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이윤하는 떠오르는 단상을 한지에 먹으로 그린다음 멸치를 올려 놓는다. 이리저리 움직여보다가 적당한 표정이 나타나면 셔터를 누른다. 주로 흑백으로 담아낸다. 최근에는 컬러풀한 자연과 사물을 배경으로 멸치를 결합시킨다. 맘이 닿은 풍경을 발견하고 그곳에 자신을, 멸치를 개입시킨다. 주인공격인 마른 멸치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그것은 혐오스럽거나 섬뜩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사진 속 멸치의 질감과 세상의 질감은 세상에 스미려는, 혹은 스미지 못하고 주변을 배회하거나 방황하는 작가의 바람과 머뭇거림을 연출한다. 초기에는 주로 한 마리의 멸치가 외롭게 등장했으나, 최근 들어 두세마리, 혹은 집단적으로 등장하면서 세상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모두 작가의 분신이며 자신의 현재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확장된 다중 이미지로 이해된다.
멸치는 그의 사진 속에서 자전적, 회화적 오브제로 기능한다. 주부, 아내, 어머니 등의 일인다역을 억척녀로서 훌륭하게 처리해내야만하는 보이지 않은 강요로부터 벗어나려는 치열한 몸짓을 보인다. 다양한 배경과 멸치의 만남은 한편의 그려낸 이야기, 소설의 한장면과도 같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이요, 희로애락의 감정을 담고 있는 매우 함축적인 삽화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마치 영화 '트루먼 쇼'에서 보듯 치밀한 각본에 의해 짜깁기된 삶을 거부하고 자신의 일생을 지켜보는 누군가의 전지적 시점의 지배로부터 과감히 벗어나려는 몸짓에 다름 아니다.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생방송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재 진행형임에도 박제화되어가는 현실과 현재적 삶의 편린을 지적하고 거부하려는 적극적인 몸짓이다.
삶에는 희망도 있고 굴곡도 있고 좌절도 있다. 이윤하는 그러한 희로애락의 과정 속에 갇혀 있기 보다는 스스로 벗어나려 노력하기도 하고 또 그 속에 기꺼이 들어가기도 하면서 삶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살아가려 한다. 투박하면서도 간결한 이미지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그의 작업에서 민화적인 요소가 엿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윤하의 작업은 작가의 말대로 '시공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의 이끌림대로 유영하는 (멸치의) 모습을 통하여 꿈을 향해 비상'하고자 하는 변화의 몸짓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잃어버린 꿈과 시간을 찾아 나서는 여로(旅路). 그의 작업은 세상 어딘가에 있을 자신의 피안(彼岸)을 찾아 나서는 긴 호흡이자 기나긴 여정이다. 계획된 시나리오와 억압된 삶속에서 방황하는 멸치에게 자유와 해방의 감정을 부여하는 동시에 스스로도 그 감정을 경험하는 일종의 자기치유이자 자기인식이다. 사진술로 담아낸 내밀한 자기고백이다. 이윤하는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오늘도 길을 나선다. 대물과 대안렌즈를 밀고 당기며 세상과의 현재적, 미래적 소통은 물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냉정히 돌아보고 또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늦깎이 작가 이윤하. 그의 사진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자기 스스로를 만족하고 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의식하지 않을 때 나온다'는 영화 트루먼 쇼의 교훈을 돌아보게 한다.
이윤하 ( LEE YOONHA, 李玧河)
1957 (한국)
1980 경북대학교 졸업
개인전
2010 이윤하사진전, 갤러리나우, 서울
단체전
2012 The wonder II전, 인사아트센타, 서울
2011 꿈 사진전, 정동갤러리, 서울
2011, 서울사진축제 2011 포트폴리오 공모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2011 서울 포토페어 2011, 코엑스, 서울
2010 The wonder전, 경인미술관, 서울
2009 The light of mind, 경인미술관, 서울
2007 제2회 포토리그 회원전, 코엑스, 서울
2006 제1회 포토리그 회원전, 경인미술관, 서울
사진집
2010 멸치의 꿈, 사진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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