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서양화과 판화전공 대학원 출신들로 구성된 판!클럽이 조흥 갤러리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갖는다. <디지털+카메라 전>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젊은 작가들이 간과할 수 없는 디지털 환경과 160여년의 역사를 통해 미술 전반에 걸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온 카메라, 그리고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가는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여러 프로젝트들로 풀어낸 테마전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꿈을 찍어낸다. 이렇듯 전문성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매체의 대중적 보급이 끼친 영향은 미술 전반에 걸쳐 막대하다. 사진에 이어 디지털 복제가 난무하는 지금, 판화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눈에 비춰진 디지털 카메라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디지털+카메라 전>에서는 협동 판화작업인 「디카 전개도」와 「100인의 인터뷰」, 이미지 조작과 소통의 문제를 작가간의 릴레이 작업으로 풀어낸 「MISSION DICA code:now!」, 수많은 이미지들이 모여 이루어진 설치물 「Digital Monument」,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카메라 옵스큐라」, 「이색풍경」 등 다양한 이미지들을 만나게 된다.
< 기획의 글 >
우리는 수많은 이미지들이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진, 영화, 컴퓨터 등 기술적으로 대량 복제된 이미지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며, 생활의 일부이다. 사진이 발명된 19세기 이전의 화가들은 어떠한 대상을 재현하고자할 때 실제 사물을 직접 대하고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진이 발명된 이후 작가들은 직접 체험하지 않은 대상을 이미지로 이용할 수도 있고, 움직이는 대상을 고정 상태로 관찰할 수도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재현이라는 방법적 문제에 얽매이기 보다는 어떤 이미지를 선택할 것인가에 주목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컴퓨터와 반도체, 통신 등 기술적 발전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지털로의 전환이 빨리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최근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들은 인류가 걸어온 긴 역사를 압도하는 듯하다. 전문성이라는 경계를 넘나드는 디지털 매체 보급의 대중화가 끼친 영향은 미술 분야에 있어서도 막대하다. 판화에 있어서 디지털 매체가 주는 영향은, 완벽한 복제 수단으로 등장했던 사진의 영향에 버금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이미 컴퓨터를 이용한 디지털 프린트 작업이 판화의 범주 안으로 들어왔으며, 많은 작가들이 컴퓨터에서 생산된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이미지를 획득하는 수단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하기도 하며, 컴퓨터를 이용해 모니터 상으로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변형, 출력해 보고 그것을 참고하여 작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이렇게 디지털의 이기를 이용하면서, 시간과 노동집약적인 판화작업을 하는 상황이 때로는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판화를 하고 있고, 또 우리는 디지털로 전환되는 환경을 외면할 수도 없다. 이런 우리의 입장을 디지털, 그리고 사진의 속성을 담은 '디지털 카메라’를 조명함으로 확인해 보고자 한다.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의 신속성이나 편리함을 선전하려거나, 반대로 이 문명의 이기에 대한 국수적인 입장을 표명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현 상황을 재인식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의 작업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문화적 동기는 현 시대의 조류에 기인한 것으로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를 변형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하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앞서고 있는데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가 상징하는 다양한 현 문화 현상들을 짚어보고, 현대 사진 이미지의 소통 방식,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들을 함께 풀어보고자 한다. <디지털+카메라 전>에서는 협동 판화작업인 「디카 전개도」와 「100인의 인터뷰」, 이미지 조작과 소통의 문제를 작가간의 릴레이 작업으로 풀어낸 「MISSION DICA code:now!」, 수많은 이미지들이 모여 이루어진 설치물 「Di -gital Monument」,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카메라 옵스큐라」, 「이색풍경」 등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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