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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개념

-AS IF-

만져보고 싶은 조각이다. 왠지 부드럽고 매끈매끈할 것 같다. 하긴, 어떤 조각이고 간에 만져보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회화가 시각적이라면 조각은 촉각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무나 돌, 금속으로 만든 조각보다도 더 만져봐야 알 것 같은 이 고무 조각의 느낌은 정말 유별나다. 이 유연한 재료의 조각은 마치 꿈틀거리면서 움직일 것 같은 품새를 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해저의 생명체인 것처럼, 내장 기관인 것처럼, 동물의 머리인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붙들어 두고 싶어도 고정되지 않는 것, 그 규정불가능성이 최홍구의 조각의 실체다. 어떤 대상의 실체를 ‘규정할 수 없음’으로 규정하는 것은 언뜻 역설적으로 들린다. ‘이것은 무엇’이라고 결정하고자 하는 통상적 기대에의 배반을 그 존재 양태로 삼는 물체는 사물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뒤흔든다. 

유기체적 형태의 고무조각들과 정체불명의 소리들의 군집으로 구축된 공간은 초현실주의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심장과 창자를 보기도 하고, 바다 깊숙한 곳에 생존하는 생명체를 보기도 하고, 전화기와 고무장갑을 보기도 하고, 축 늘어진 무기력한 육체를 보기도 한다. 물론 그곳에는 심장과 창자도, 해저의 생물체도, 전화기와 고무장갑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객들 저마다의 ‘봄’(seeing)은 모두 참되다. 규정되기를 거부하는 물체들은 개개의 관객과 고유하게 만남으로써 일시적으로 ‘무엇’이 된다. 단지 그 혹은 그녀만을 위한 ‘무엇’일지언정. 

▣ 기획의도

종전의 작업에서 최홍구는 고무로 침대와 세면대를 만들었다. 재료의 일상성을 벗어버림으로써 탈속화된 침대와 세면대는 신비로운 동시에 유쾌한 해학의 대상이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최홍구의 근작들은 재료의 일상성뿐만 아니라 정형화된 형태성 또한 벗어 던짐으로써 더욱 탈속적이고 신비로운 대상으로 제시되고 있다. 반추상의 형태를 한 채색된 고무조각들은 그 무엇도 아닌 동시에 무엇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상들이다. 하나 하나의 조각들은 서로 다른 듯 닮은 모습으로 서로를 응시하고 관객을 응시한다. 그것들 전체는 하나의 풍경으로 다가오면서 우리의 잊혀진 기억을 일깨우는 것 같다. 마치 언젠가 꿈에서 만나본 것 같은 모양을 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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