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0-10-07 ~ 2010-10-19
성지현
02-3474-0013
비주얼아트센터 보다 전시지원공모사업 선정작가 성지현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보다 컨템포러리에서 2010년 10월 7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열립니다. 성지현 작가는 < The surroundings >을 통해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상적 존재에 조작 가능한 수많은 오브제를 자유롭게 접합시켜 새로운 소비물품이라는 외피를 부각시키고자 합니다.
인류의 음식역사 중 패스트푸드는 단연 혁신적인 음식문화를 만들었으며 미국의 문화를 수용하는 타자들에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문화적 브랜드이다. 여기에 패스트푸드와 함께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는 단순히 상품적인 가치를 뛰어 넘어 절대적 고유명사로 인식된다. 어린 시절 보았던 부시맨은 하늘에서 떨어진 빈 코카콜라 병을 통하여 비문명인이 문명을 접촉하게 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을 그린 영화이다. 여기서 부시맨이 신의 계시물로 받아들인 빈 코카콜라 병은 단순히 여행객이 버리고 만 용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코카콜라의 이미지란 빨간색 알루미늄에 하얀색 로고가 새겨진 용기 그 자체 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코카콜라는 갈증과 배부름을 해소하기 위하여 마시는 드링크의 기능이 사라지면 버리고 마는 소비적 산물일 뿐이다.
그러나 성지현의 코카콜라는 액체적 기능을 상실한 용기에 새로운 코카콜라의 시각적 변용을 이루어 낸다. 김춘수의 시처럼 내가 그를 만들어주기 전에는 까맣고 탄산이 들어있는 액체를 위해 만들어진 용기였으나 이제는 반짝이는 외피를 입고 에고를 획득한 존재로 변환된 것이다. 즉, 마시기 위한 의미를 상실한 오리지널에 ‘의미가 있어 보이도록’ 하는 소비적 시각성을 획득한 것이다. 여기에서 오리지널리티는 고유한 형태적 권위만 존재할 뿐 원본의 무게가 탈각되어진 하나의 기능으로 작동된다. 그렇다면 성지현의 코카콜라는 어떠한 가치성을 존재 받게 되었는가. 작가는 현대인의 소비사회에서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소모될 수 있는 사물에 보석처럼 보이는 스톤을 사용하여 욕망의 대상으로 변환시킨다. 그러나 오브제로 사용되는 스톤은 보석이 아닌 보석처럼 보이도록 하는 인조 물품으로 더 없이 획득하고 싶은 소유적 목적물로 위장한다. 성지현은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일상적 존재에 조작 가능한 수많은 오브제를 자유롭게 접합시켜 새로운 소비물품이라는 외피를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지현의 작업이 일상적 소비물인 원본에 수공적 외피를 입혀 원본을 대체하고 있지만 복제의 재현을 통한 아우라의 상실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리기라는 복제를 통한 재현의 반복이 아닌 원본에 가해진 수공적 외피를 통한 의미적 아우라의 획득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는 성지현이 학부와 대학원에서 조각이라는 매체를 학습하면서 그리기를 통한 재현체계를 가진 회화의 영역이 아닌, 실체를 직접 만들어 내는 재현 방식을 공부한 것에서 나오는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매체적 학습 방식은 원본에 집요한 수공적 외피를 사용하여 동시대 작가들과는 다른 작가만의 수공적 재현 방식을 고집하는 방식을 획득하게 하였다. 즉, 성지현이 사용하는 이미지는 워홀이나 팝아트에서 수없이 사용되는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프린트나 대량생산을 충족시키는 매체가 아닌 100% 수작업이라는 매체적 차이점을 이루어 낸다. 결국 성지현이 차용하는 형태적 이미지는 팝아트의 객관적인 소재들인 일상적인 소비산물이지만 예술작품의 대량생산 체계는 전적으로 배척하는 집요한 수공적 붙이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버려지고 말았던 사물은 성지현의 반짝이는 외피에 의해 더 없이 고결한 존재로서 소유적 목적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성지현이 보여주는 반짝이는 아름다움에 현혹되어 새로운 가치적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 그것은 의미적 아우라가 아닌 욕망의 소비물로 전락되고 만다. 누구나 가질 수 있으나 ‘의미 있어 보이도록’ 하여 가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소유물, 그것이 성지현이 만들어 낸 코카콜라의 이중적 이미지이다. 반짝이는 외피를 입은 새로운 코카콜라는 저 꽃의 한 구절인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처럼 새로운 눈짓으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김연희 (예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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