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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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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숙, 정서적 출구로서의 그림



  “나의 작업은 자유 그 자체이다. 계획적이고 늘 최선의 선택, 최고의 결과를 지향하는 완벽에 대한 강박은 화지에서만은 무장 해제된다. 여러 개의 캔버스와 한지, 판화지, 소포 지를 펼쳐 놓고 마음가는대로 색을 선택하고 춤을 추듯이 때로는 격렬하게 때로는 느리게 선을 긋고 형태를 만든다.”(작가노트 중에서) 


  효율성과 무거운 책임이 수반되는 사회에선 자아가 위축되거나 억제되기 쉽다. 그러나 김선숙은 주위의 시선이나 규율의 속박에서 벗어나 그림 속에서 만큼은 마음껏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외로움과 쓸쓸함, 불편함과 스트레스 등을 쏟아내도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그림이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주고 용납하는 것이 좋아 더욱 그림에 빠져드는지 모르겠다. 마음 가는 대로 색을 선택하거나 조형의 리듬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곧 자기만의 상상세계를 표시하며 일종의 정서적 출구로서 그림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자유스런 표현은 작가가 재료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는 화면에 여러 종이를 붙여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삼합 지나 소포지, 포장지, 다이어리, 색종이, 스티커 등을 도입하기도 하고 그에 어울리게 연필이나 볼펜, 매직, 크레용, 사인펜, 잉크, 오일바 등으로 이미지를 올리기도 한다. 여러 재료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그때그때의 느낌과 생각들을 스스럼없이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그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유희충동이랄 수 있다. 그의 그림이 장 뒤뷔페의 아트 브뤼트(art brut)를 연상시키는 것은 기성의 관습과 이성의 편견을 거부하려는 제스처로 읽히며  내면의 충동과 정서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진다. 거칠고 잘 다듬어지지 않는 형식으로 잠재된 인간내면을 정 조준하는 것이다. 

  작품에는 손과 눈, 귀와 같은 신체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집과 계단과 같은 이미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신체가 자아의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가장 직접적인 기관이라면, 집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이자 보금자리로 풀이할 수 있다. 그만큼 작가에게 있어서는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말이 된다.  구체적으로 작가가 말하듯이 그는 “작가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식한 가정, 가족, 사회 속에서의 끊임없는 관계와 선택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소하는 여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여성작가라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되는, 작업과 가사의 갈등이 작업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흥미롭게도 근작에선 천진성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올해에 제작한 여러 점의 작품을 보면 점점 더 단순해지고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얘기인즉 조형체계를 건너뛰고 상징성을 띤 이미지들을 직접 투하하고 있다는 말이다. 화면을 장식하는 모종의 기호가 이를 말해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필선으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드로잉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집을 그릴 때도 집 위에 집을 얹혀놓는 식으로 동일패턴을 반복하는 방식을 취한다. 자신의 세계를 액면 그대로 전달하는 순박한 아이들처럼, 김선숙의 작품은 바로 그런 천진성을 띠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의 작품은 기존의 미술 흐름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다. 다분히 고독하고 쓸쓸하며 그러면서도 행복과 평화를 갈구하는 측면을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작가 내면의  심리를 감추지 않고 여성작가로서 지닌 고충을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형식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 고민하듯이 작가는 욕망과 환경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 내면의 갈등을 보는 것이 그다지 편한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통해 긴박한 삶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짜릿함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나 우리는 자주 수렁에 빠지고 거기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고투하는지……. 

  작가는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어떤 것을 표현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는 몰입의 순간으로, 무의식의 결과물을 의식하면서 심리와 감정 상태를 확인 한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 회화란 내가 누구인지 자기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이요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통로이다. 다시 말해 표현이란 감정분출을 통해 현실과 욕구의 충동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자기를 추스르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그가 붓을 드는 있는 이유이자 존재의미를 확인하는 순간이 된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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