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작 가 : 송성진 (Song, sung-jin)
ㆍ전시제목 : Temperature
ㆍ전시기간 : 2012년 9월 20일(목) ㆍ 9월 28일(금), opening : 9.20.목. 6pm.
ㆍ전시장소 : 갤러리 중앙202 (대구 중구 봉산동 111 봉산문화거리내)
ㆍ관람시간 : 10amㆍ7pm
송성진은 오랫동안, 자연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형성된 주거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왔다. 특히, 공동주택의 형성과 철거에 대한 이슈는 그의 작품에 끊임없는 모티브가 되어 왔으며, 그의 작품은 그 과정에서 겪는 간극들에 대한 서술적 기록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주택들 또는 건물들의 밤의 풍경을 위주로 진행한 것이며 밤의 풍경이라 함은 곧 불빛의 온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 불빛의 온도, 즉 전기의 온도 또한 사람들의 체온과 사람과의 관계 온도이기도 한 삶의 온도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해석을 이미지를 통해 서술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Temperature 온도>
어둠이 잦아들고, 소리가 사라졌다. 고요함을 품은 밤의 불빛은 어딜 가나 닮은꼴인가보다. 허름한 옛 가옥에서 새어나오는 부드러운 불빛은 언제나 그 온기로 차가운 검은 하늘의 내밀함을 밀어낸다. 오륜동에서도, 북경에서도, 대마도에서도…….
송성진의 전시, <Temperature>의 작품들은 한국, 중국, 일본의 오래된 가옥들이 등장하는 밤의 정경을 소재로 한다. 대부분의 작품 속에 나오는 낡은 건축물은 저마다 다른 지역의 독특한 스타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더해주고, 한밤의 불빛은 창살과 지붕, 나무와 산자락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어슴푸레 사물들을 더듬어 보도록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이 호기심 어린 우리의 시선은 곧 아기자기하게 놓인 누추한 세간들로 옮겨지게 되며, 그제야 낮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살림살이들이 하나하나 세밀하게 정감을 자아낸다. 생활의 흔적들은 서민들의, 아니 그보다 못할 수도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것으로 한결같이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오는데, 설령 그것이 이국적 풍경이라 할지라도 여기서는 생경하기보다 친근하게 여겨진다.
왜일까. 사실 송성진의 거주에 관한 관심은 어릴 적 그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한다. 옆집 옥상에 널려있던 국숫발, 연약한 팔다리로 내달리던 골목길, 집과 집의 경계가 없던 산동네. 성인이 되어 경쟁사회에 내던져진 그에게 낡고 허름한 집이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시절에 대한 기억, 영원히 현재를 맴도는 과거의 향기이다. 어떠한 기억 이미지는 우리의 실제 경험과는 상관없이 암묵적으로 스며있는 우리의 향수를 불러내기도 한다. 오랜 삶의 증거들은 우리에게도 그리움과 친숙하게 얽혀 있는 연결고리인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진 속 가로등 불빛은 건물의 외부에서 이방인을 위해 길목을 열어주는 인도자이며, 건물 내부의 불빛은 그리움을 끌어내는 통로이자 또한 사람의 흔적이다. 그리고 이 빛을 따라 엿보는 시선은 바로 관심이거나 동경이라 할 수 있다. 이전의 작업에서도 송성진은 빛으로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의 빛은 그리움의 통로는 아닌 듯하다. 그는 냉소적이거나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며 디지털 사진에 블랙 라이트에 반응하는 형광안료를 칠해 네온이 넘쳐나는 도시의 욕망이나 북적이는 달동네의 삶을 나타내곤 했다. 하지만, 도시의 와글대는 에너지는 <Temperature>의 사진에서 더는 보이지 않는다. 소리가 잠재워진 어둠 뒤에서 우리는 불빛이 있는 환한 저곳, 사람의 온기가 있는 그곳을 바라볼 뿐이다.
그의 작업은 일상의 장면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여 사진에 담아내기보다 이미지 일부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조작을 동반하고, 하물며 인위적인 과정을 의도적으로 감추지 않는다. 나무를 심고, 세간도 늘리며 만들어진 가상의 풍경은 서사적이며 어찌 보면 동화적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꽤 장난스러운 기법으로 이루어졌지만, 결코 유아적인 시각적 결과물을 창출하지는 않는다. 마무리가 덜 된 듯한 작위성은 생생한 환영으로 아려한 마음을 이끌어 내는 데에는 실패할지 몰라도, 우리가 정착하면서 살림살이들이 늘어나고 없어지는 것처럼 오밀조밀한 삶의 잔재미를 전하는 데에는 더없이 적절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허술한 우리의 인생과 닮았기도 하다.
결국, 은밀한 밤의 불빛, 낡고 허름한 옛 가옥, 소소한 살림살이들, 이 모든 것들은 우리의 관심과 눈길을 타인의 공간으로 보내게 하며 사람의 흔적을 그리게 하는 장치들이다. 따라서 전시 제목 온도 temperature는 엄밀히 말해 사람의 온기 warmth가 아닐까. 한때 송성진 작품 대부분이 낯익은 듯하면서도 흔한 것이라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무엇인지 의아해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의 뇌 주름 속에 개켜져 있을법한 익숙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우리의 기억을 자극하면서 가볍고 감각적인 문법으로 소통하며, 그가 늘 붙잡고 놓치지 않으려는 주제인 사람의 온기에 대한 고민과 그의 갈등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 황성림 (미술사, 미술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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