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K에서는 '고향을 떠난 잉어'라는 테마를 가지고 2년여 동안 작업한 신작을 선보이는 작가 김일화의 개인전을 2012년 11월 1일(목)—2012년 11월 14일(수)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전통민화 속 잉어를 재해석한 신작 20점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이다.
김일화 작가는 화조도, 꽃 시리즈, 숲 시리즈 등울 통해 민화의 시각적 모티브를 독창적인 회화적 시각으로 재구성해 왔다. 작가는 갤러리K 전시를 통해 '유어도', '어락도' 등 민화에서 존재하던 잉어를 현대적인 시공간에 새롭게 풀어놓는다. 전통 민화 속의 잉어들은 사람들과 분리된 자연 속에 머무르고 있는 반면, 김일화 의 신작 속에서 잉어들은 사람들이 머무르는 공간 속에 호기심어린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민화속 잉어를 새롭게 풀어놓기 위한 공간을 머리 속 상상으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 서울 아현동, 모래내, 충남 장항, 강원 동해시 등 재개발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한 곳들을 직접 관찰하고 사진으로 담은 후, 그 구체적 공간을 재가공했다.
잉어가 자연에서 사람들이 사는 공간 속으로 이동하면서, 풍경화나 초상화 등 전통적인 그림의 양식들이 독창적인 풍속화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잉어가 세찬 바람을 버티는 빌딩 옆에 몸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배를 내밀고 맞서는 순간, 잉어는 도시풍경화의 주인공이 된다.
잉어가 사람이 벗어놓은 옷 속에서 고개를 내미는 찰나, 잉어는 어느새 초상화의 주인공이 된다.
화조도, 숲 시리즈 등 전작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꽃과 숲을 만들어 내던 특유한 곡선과 색채는 독특한 풍속화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의 물고기들은 사람의 모습을 닮고자 꿈꾸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치장하는 옷들 곁에 머무르길 즐긴다.
걸쳐놓은 옷자락 뒤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내거나,
벗어놓은 옷 속에서 고개를 내밀어 세상을 둘러보는 호기심 어린 아이들이다.
나의 물고기들은 사람들의 온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는 집들 사이를 휘젓고 다닌다.
때론 바람을 맞으며 당당히 서있기도 하고 사막과도 같은 물살 위를 유유히 헤엄친다.
물고기들이 투명한 비늘을 반짝이며 유쾌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오래 전부터 그림을 사랑한 한 화가와
그림 속을 휘달리는 수십 년 묵은 선들이 금방 길어낸 색들과 부딪쳐 말갛게 걸러진다.
그림 속의 사실적인 형상들은 맘대로 집어 던지지만, 그 형상들이 가진 무게는 시간을 버틸 힘을 얻게 하고 싶다. '
-작업노트 中-
전시되는 그림은 총 20여 점으로,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작가 김일화의 잉어도는 현대 도시의 모습을 잉어의 시각으로 신선하게 들여다 보게 하는 좋은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