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중국 개인전 이후 평면뿐 아니라 설치와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장재록 개인전이 오는 11월에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는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고 또한,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하는 의미로 설치와 영상작업에 매진해 왔으며 이는 자신의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 표현이라 설명하고 있다. “Heart (심장)”이라고 쓰여져 있는 거대한 시멘트 큐브를 깨고 그 안에서 자동차의 엔진을 찾아내는 설치 작품은 그 동안 장재록의 평면작품의 대표 주제인 자동차와 맥을 같이한다. 8톤이 넘는 시멘트에 엔진을 넣고 그것을 양생을 한 콘크리트를 작가는 해머 등을 사용해 직접 발굴하듯이 콘크리트 속에서 엔진을 다시 찾아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동력기관의 발명은 지금의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주된 원동력이었다. 쉽게 말해, 현 산업사회의 심장 역할을 해 온 기관이 바로 이 자동화를 위한 동력기관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산업사회의 다양한 풍경들을 천 위에 먹으로 표현하고 있는 장재록이 엔진을 심장으로 시멘트에서 발굴 혹은 발견하는 의미로서의 설치 작품은 그의 표현대로 예술적 상상력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장재록은 철골구조를 지닌 교각을 주제로 한 평면작품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이쪽과 저쪽을 잇는 의미를 지닌 교각으로서 현재와 미래, 과거와 현재 또는 동양과 서양 등 서로 이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요소들을 연결한다. 그 동안 뉴욕의 가장 번화한 타임스퀘어의 밤 풍경을 작업해 왔던 작가는 그 작품을 통해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놓여있는 산업사회의 허무함을 표현해 왔다면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는 철 교각은 산업사회에 대한 작가의 또 다른 해석의 여지를 보여주고 있다. 교각의 발달은 곧 자동차 산업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즉, 자동차를 제조하여 소비하려 할 때, 자동차를 위한 도로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 산업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현대 산업사회를 이끌어 온 동력기관과 그 동력기관을 활용하려는 다양한 부대산업들이 동시에 발전해 왔음에 주목하며 그것을 작가 특유의 감수성으로 표현해 왔다는 것이다. 작가는 엔진과 같은 동력기관이야말로 어쩌면 미래에서 현대를 발굴하거나 시대상을 확인하려 할 때 가장 먼저 찾아야 할 유물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화려함과 허무함이라고 하는 산업사회가 지니고 있는 양면의 감정들을 표현해 왔던 작가는 영상작업을 통해 다시 자연과 인류문명의 대립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인류는 지구라는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를 가지고 삶을 살고 있지만 스스로 동력기관을 통해 인위적인 에너지를 만들고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동력은 그것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연료의 소비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 순환하여 에너지를 생산한다. 오히려 거기엔 그 어떤 소비가 전제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과 재생산이 전제된다. 따라서 지구는, 자연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무동력 발전기라 할 수 있다. 작가는 결국 인위적인 동력을 통해 자연의 무한한 에너지와 순환을 고민해 온 듯 하다.
장재록 작가는 본 전시를 통해 기존에 표현해 온 수묵기법을 한 단계 더 풍부하게 표현하는 섬세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흑백의 또 다른 화려함과 다양한 색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 면 천 위에 수묵으로 작업하는 기존의 재료는 고수하면서 그 색감을 한 층 더 풍부하게 그려냄으로써 흑백이지만 강렬한 색채가 느껴지리만큼 그 디테일에 집중된 작품들이다.
작가의 주요 테마인 자동차 역시 최신의 모델을 표현해 왔던 기존의 틀에서 클래식한 모델들을 표현함으로 인해 화려한 문명의 꽃으로서 자동차에 집중해 왔던 작가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경쟁과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날카로운 산업사회와 그 이면을 최신의 디자인으로 무장된 화려한 자동차에서 찾았다면 클래식한 자동차에서는 보다 인간적이고 정적인 느낌으로 현 사회를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 그 변화된 감수성으로 인해 수묵의 깊이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 면면히 흐르는 역사의 따뜻함과 품격이 느껴지는 듯 하다.
지면 인터뷰
1. 장재록 작가에 자동차란 어떤 의미 인가요?
무엇을 단정 짓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동차는 내 안의 내제되어있는 욕망을 대변해주는 물질이다.
2. 흑백이 아닌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나요?
있었고 시도해보고 연구를 하고 있으나 색으로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블랙과 화이트를 뛰어넘는 색을 보지를 못했다. 표현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그리고 먹에 대한 어메이징한 의미를 말하진 않겠다. (너무 훌륭하다)
3. 기존작업과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질 새로운 작업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평면작업에 치중하였지만, 예전부터 구상해왔던 설치 작업 이라든지 영상 등을 선 보여줌으로써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한국화의 가능성과 나의 예술적 영역 확장을 했다는 것에 차이점이 있다. 평면은 현실과 과거, 설치와 영상은 내가 생각한 멀지 않은 미래를 표현하려고 한다.
4. 이번 전시에서는 평면 작업 뿐 만 아니라 영상, 설치의 개념이 도입되는데 매체 확장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설치 작업은 5년 후에 선보이려 했으나 세계적으로 미술 영역의 확장과 빠르게 변모하는 세상에서 나의 욕망이 참지 못했다.
5. 콘크리트 속의 엔진이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하자면 각박하게 사는 현시대에 갇힌 사람의 심장을 대변 하고, 현시대의 대표적 산물인 엔진을 미래 문화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를 두었다.
6. 장재록 작가가 생각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무채색의 풍경이 펼쳐져 있고 감성마저 프로그래밍화 되어있는 이성적인 삶을 사는 모습일 것이다. 욕망이 통제되어 재미가 없겠지~
7.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 새롭게 재해석 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전통은 이미 나와 있으니 자기 자신을 알고 있다면 그 둘은 이미 결합되어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해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