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나를 보다_잊혀진 조각의 원형을 찾아서>展은 조각가 최진호의 제9회 개인전으로, 작업을 시작한 이래 근 20여 년간 천착하고 있는 주제인 ‘한국 고유의 석조각의 원형’을 찾아 연구해온 조각가의 작업여정을 보여주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조각가 최진호는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석조(石彫)’를 자신의 주된 작업의 화두로 삼아 작업해 왔다. 작가의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해치상(해태상)’과 ‘인물 석조각’은 그의 작업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작가는 전국각지에서 채굴되는 ‘한국의 화강석’의 재료적 특성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해서 ‘해치상’과 ‘물확(수반)’연작을 제작하고 있다. 특히, 2009년에 서울시청사에 <청렴의 해치> 조각을 세우기도 하였고, 이후로 전통해치의 외적인 형상을 넘어서 단단한 조각적 구조를 부여한 현대적인 ‘해치상’을 구현하고 있다. 작가만의 독특한 ‘화강석 조각’은 첨단디지털미디어가 대세인 현재의 미술환경에서도 단연 개성 있는 조각가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구축해 나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의 내용은 ‘해치’를 주제로 한 ‘화강석조각’과 ‘철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치>조각은 화강석뿐만 아니라 대리석, 석고, F.R.P등의 보다 확장된 소재와 형식으로 형상화 되었으며, 특히 철판을 이용해 해치의 구조적 특성을 이원화 시킨 작업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해치와 더불어 서로 다른 성질과 색상을 가진 ‘한국 화강석’의 조합이 돋보이는 <물확(수반)>을 통해 작가는 “실내공간에 어울리는 석조각의 제안을 통해 조각미의 가치를 연구하고, 공공의 공감과 소통을 위한 석조각”이라는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리고 철과 화강석의 조합이 특징인 <탑을 찾아서>에는 작품의 외형적 특성뿐만 아니라 최진호가 조각가로서 20여 년 동안 연구해온 모든 요소들이 집약되어 표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탑’의 의미는 말 그대로의 탑이 아닌 ‘한국 고유의 석조각의 원형’을 찾아가는 작가의 작업여정의 상징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원형’을 찾는 것은 곧 ‘나’를 바로 보고 나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최진호의 조각을 통해서 한국석조문화의 특징과 잊혀졌던 한국적 미감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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