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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있어서 연출과 구성은 화이트큐브에서 보여지는 비주얼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와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증폭시키는 장치이자 개념 그 자체다.  최근 다양한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상황과 더불어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어떠한 것을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연출과 구성의 전략을 택한 작가들이 돋보인다. 이들의 ‘설정’이 돋보이는 이유는 최근 현대미술의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 설치와 영상이 난무하고 표현과 재현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지금 기존의 과거를 불러들이고 현재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설정은 화면을 더욱 극적이게 만들고 어디선가 보아왔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이미지로 완성된다.

 

배찬효와 이정웅은 상황을 설정한다. 한쪽은 서양고전 여성초상을 연상시키며, 다른 한쪽은 이야기의 안내자로 저승사자를 불러 들인다. 작가 자신이 분장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극적인 상황은 현재와 결부되어 있으며 이들의 설정은 그것이 실재하는 지금의 문제인식에서 출발한다.  배찬효는 재현된 인물과 상황으로 작가 자체가 작품화되어 차별과 소외에 대한 극단적 상상력을 표출하며 이정웅 역시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연출된 연극적 장면을 통해 실재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의문을 제시한다. 사진과 회화라는 구도에서도 두 작가의 변별성이 느껴지는데, 배찬효는 꼼꼼한 무대연출과 주인공의 남성성이 강조될만한 조명 화장 등 연극적인 장치와 함께 극적인 색대비 효과로 시각적 강렬함을 선사하는 반면 이정웅은 일상의 장면들을 시적인 풍경으로 엮어 라파엘전파를 연상시키는 부드럽고 몽롱한 터치로 그려낸다.


이들 작가들에 탄탄한 연출과 구성이 결합된 상황 설정은 정해진 배열에서 중심이 되는 몇몇 장치를 뒤바꿈으로써 창작된 ‘설정’을 선보인다. 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현대미술의 한 방법론으로서 ‘설정’을 바라보고 그들의 작품을 서로 비교해가며 감상 할 수 있는 기회이다.

 


Existing in Costume 1 _C-Print_76.2x61cm_AP2_2006

 

Existing in Costume Mary Stuart C-Print_153x120cm_ed.1,5_2012

 

 

 

Silently Parade_oil on canvas_ 193.9×390.9cm_2012

 


노를 놓치다-Lost Oar_Oil on canvas_ 145.5×112 cm_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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