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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갤러리는 2013년 다섯 번째 작가공모를 통해 선정된 김예지, 김일중, 박경작, 이정희, 이현민, 조준호, 하상철 등 7명의 작가를 <The New Faces at Next Door 2013>에서 소개합니다. 옆집갤러리는 2008년 10월 23일에 오픈하여 현재까지 40여회의 기획전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힘써 왔으며 앞으로도 작가, 컬렉터, 미술애호가, 평론가, 기획자 여러분과 공정하고 진지한 담론의 플랫폼이 되려는 처음의 목적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김예지 작가는 과거에 생산된 이미지의 아카이브를 자신의 회화에 끌어들여 이미지의 위계질서에 도전하는 데 관심을 가진다. 동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촌스럽고 조야한, 또는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유년의 이미지에서 노스텔지어와 시대적 지표가 제거됨으로써 과거의 이미지는 무심한 태도를 지향한 회화로 다시 기록된다. “과연 이미지의 역사에서 동시대의 이미지는 과거에 생산된 이미지들보다 진보하였는가”라는 의문에서 김예지의 회화는 시작되었다. 필름카메라로 포착된 이미지와 90년대 교과서에 인쇄된 작위적 포즈의 어린이 사진, 그리고 아날로그 TV화면의 저화소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의 회화는 색채와 붓 자국에서 수채화적인 감성을 보여준다 *김예지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아시아프 등 다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김일중 작가는 귄터 안더스가 설명하는, 가상도 실제도 아닌 제3의 존재층인 “팬텀(phantom)”의 개념을 작품에 반영한다. 미디어가 존재하기 이전에 인간이 바라본 세계는 원본이었으나, 오늘날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의 대부분은 미디어- 말 그대로 중간자를 통해 보는, 가상도 실제도 아닌 표상의 세계이다. 디지털 미디어는 현실의 팬텀을 만들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팬텀으로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제 사람들이 어떤 사건의 사회적 중요성을 ‘그것이 미디어에 나왔느냐, 안 나왔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며, 텔레비전이 현실을 닮는 게 아니라 거꾸로 현실 자체가 텔레비전 속의 가상의 모델에 맞추어 자신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김일중 작가는 미디어에 노출된 이미지를 선택하고 이러한 느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자개 조각을 촘촘히 잘라 모니터나 브라운관에서 나타나는 노이즈나 픽셀로 표현한다. “장식적이고 전통적이며 공예적인 언어인 자개가 디지털 미디어로 적절히 치환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는 미완성된 채로 전달되어 수용자가 완성해야 할 일종의 모자이크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김일중 작가는 안동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였으며, 사이아트 갤러리, 영천예술창작스튜디오, 이브갤러리에서 3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박경작 작가는 “과학적 이성이 지배하는 서구의 근대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물질적 번영과 공허가 공존하는 동시대로부터 다음 시대로 나아갈 지속 가능성의 길이 예술의 근원적 기능인 제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고 여긴다. 즉, 현대가 박탈한 신성과 예술의 아우라 그리고 인간 정신의 존위를 복권시키는 것에 있다는 믿는다. 박경작 작가는 도시와 자연의 풍경을 숭고 미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정신적인 예술을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지며, 감각적 만족을 넘어 상상력을 작동시키고 영혼의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창작해 내는 것이 예술가로서 임무로 여긴다. *박경작 작가는 홍익대학교 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회화과를 수료하였으며, 키미아트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이정희 작가는 보그걸(Vogue Girl), 나일론(NYLON) 등 패션잡지의 화보사진을 참고하여 회화를 재구성한다. 잡지 모델을 선택적으로 원래의 맥락에서 꺼내어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일상적 장면 속으로 침투시킴으로써 이상과 리얼리티를 혼합하고 있다. 작가는 “어려운 수수께끼 없이 젊음을, 패션을” 바라보고 싶어하며 “젊은이들에게만 느껴지는 감성”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한다. 여러 명이 등장하는 군상 작업은 젊음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한 명의 초상화는 젊음 안에 내재한 불안과 고민,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정희 작가는 경원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성남아트센터, 상원미술관, 스페이스오뉴월 등의 다수 단체전에 참가하였다.

이현민 작가는 “작고 순간적이며 무상하지만 왠지 마음 한 켠에 늘 걸리는 것, 또렷하거나 강렬하지 않지만 잊혀지지 않고 맴도는 이미지와 기억들, 아름답다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늘 나를 감탄하게 하는 것들, 슬프거나 쓸쓸하지만 오히려 언제나 나를 위무하는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느슨한 물감의 터치로 환원한다. “이러한 관심을 다룬 그림이, 우리가 삶과 세계의 감각적인 측면을 새롭게 발견하고 인식하는 통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현민 작가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신한갤러리와 진선북카페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조준호 작가는 희화와 풍자, 의인화의 기법으로 인생사의 단상을 회화로 표현한다. 작품에는 광대, 요리사, 정치와 법정을 연상케 하는 인물, 미술, 음악 등의 예술가와 투기꾼의 아이러니, 토끼, 돼지, 얼룩말 등의 심상이 등장한다. 조준호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 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오랜 훈련을 거친 독창적인 회화기법이 평가를 받아, 2010년 정헌메세나협회가 지원하는 청년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에서 5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작품이 주요 미술관 등에 소장되었다.

하상철 작가의 프린트와 영상작업은 비의지적으로 세상에 내던져진 인간이 생(生)의 의지에 내몰리다 다시 비의지의 상태인 죽음으로 회귀하는 과정에 중심을 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하나의 생은 거칠게 말하자면 세 가지의 단계로 구획된다. 비의지 -> 의지(화化) -> 비의지. 이것은 탄생 -> 생의 기간-> 죽음으로 환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오로지 시간의 매정함만이 비의지적 존재의 생을 의지적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생이 근본적으로 직면한 무의미에서 의미화로의 과정에 주목하며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통해 문제에 접근한다. ● 작가의 여러 시리즈 중 세 가지를 언급해본다. 프린트 <Midnight Feast>는 자살, 교통사고, 살인사건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자르고 분할, 재배치한다. 이로써 완전한 공포의 순간인 사건의 찰나가 종료되고, 어떻게 ʻ사건-이후ʼ의 시간이 의미를 발생시키는지 실험한다. <Moonless>는 언어(의미)와 이미지, 그것의 일치/불일치를 통해 드러나는 존재 담보의 불가능성을 담은 영상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이 7번 이사하며 거주했던 공간, 지역을 촬영한 이미지와 ʻ크리스 마르케ʼ의 <태양 없이Sans Soleil>(1982)라는 영화에서 프랑스어 내레이션을 온전히 가져와 결합시킨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프랑스어의 의미를 획득하는 자는 이미 실패한 것이며,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더라도 언어와 이미지의 결합을 획득한 자도 실패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일치의 조우는 어느새 의미를 발생시키며 합치된다. <외계인에 관한 연구>는 ‘세계-공간’ 내에서의 절대적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상작업이다. 비의지의 생(生), 비의지의 사(死)의 인간을, 어떤 연유도 모르는 채 세계로 떨어진 외계인의 은유로서 한 노인(작가의 조부)을 상정하고, 일정 공간에서의 1년 간의 계절 변화와 차갑게 일방향으로 질주하는 절대적 시간의 흐름을 담아내고 있다. *하상철 작가는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연세대학원에서 방송영화를 전공 중이다.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쿤스트할레 등에서 전시를 하였으며, 퍼포먼스 <헤테로토피아 (2010과 2011)>에서 조연출자로, 독립영화 <소금의 맛 (2012)>에서 촬영감독으로 제작에 참여하였다. <옆집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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