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개요
시퀀스(Sequence)는 충북대 미술과 출신 10인으로 구성된 20대 젊은 작가그룹이다.
이들은 예술작품 안에서 내러티브적인 요소를 추구하며 형식적인 구성을 넘어서 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목소리와 내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의 Sequence는 플롯을 진행시키는 필수적인 단위이며 각각 하나의 장면은 독립성을 갖는 반면에, 이에 기반을 둔 사건적 요소들은 연속적이고 상호 수반적인 관계를 가진다.
시퀀스 작가들은 개별적으로 서로 다른 목소리를 표현하는 작업을 하지만 전시에서는 각자의 개성 있는 작업들이 구성 단위를 이루고 이들의 집합으로 전시 전체가 극적인 내용을 갖추게 된다.
이들의 작품은 회화, 사진, 혼합매체,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각자의 형식과 소재에 집중하면서도 중심 주제인 '인간에 대한 고찰'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퀀스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온톨로지 (ontology)를 탐구하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존재론적 인간 양상을 전달하고자 한다.
시퀀스의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자신에 대한 심층적 고찰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함께 활동하는 시퀀스는 올해 신작 발표를 기점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 작가노트
김채원
석류는 여자의 자궁을 닮았다.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난소에 난자가 빼곡히 차 있는 것과 같이 붉은 석류는 그 과육 안에 씨앗을 감춘다. 그리고 그 씨앗들은 딱딱한 껍질 안에서 빽빽하게 자라난다. 나의 작품 속 석류는 생명이 깃든 알을 품고 있는 어미의 이미지가 아닌, 터져 문드러져 있어 꼭 사람의 속 장기가 밖으로 나온 것 같은, 잔인함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온전한 석류가 아닌 붉게 터져버린 석류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을 잃었다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자신의 젖꼭지를 자르면서 가장 여성다운 부분을 상실시킨다. 여성이 여성성을 포기하는 것, 임신과 모성애의 굴레에서 벗어나 더욱 더 ‘여성다운 여성’이 되겠다는 고집이 이 작품에서 표현된다. 버려진 일부분의 가슴을 초연하게 버리고 모성의 상징을 상실한 여자의 이미지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여자, 여성의 필요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윤미경
‘사람, 섬이 되다’
작품 속 내 몸의 일부들은 하나의 섬을 이루며 넓은 바다에서 부유하고 있다. 피부에서 느껴지는 결은 마치 그 자체로 숨 쉬는 유기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논리적 사고와 합리성이 지배하는 표면적인 의식 세계를 파괴하고 잠재의식의 내밀적인 구조를 드러내어 그 속에 숨겨진 생명력과 본능까지를 해방시킴으로써 ‘총체적 인간(總體的人間, homme total)’을 회복하고 새로운 자유를 선사하고자 한다.
김민채
'Gender Identity & Simulacre'
여체를 더 매혹적으로 드러내주는 도구 ‘코르셋’과, 수면 아래 본질을 알 수 없는 물질인 빙하가 만나, 여성이 즐겨 입는 원피스의 모습으로 재창조되며 실재를 넘어서는 인위물인 ‘시뮬라크르(Simulacre)’를 만든다. 페미닌한 요소와 달리 그 단단한 모습은 남성의 갑옷과 비슷한 형상을 떠올리게도 하며 이 ‘시뮬라시옹(Simulation)’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의미는 하나의 환상이라는 것을 말한다.
조아라
조아라는 자아ego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한다. 자아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만들어내는 점을 털실이라는 매개체로 다룬다. 털실은 다양한 색상과 꼬임의 모양 짜임의 방법 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자아를 이루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네 자신을 알라'는 가르침 이후 많은 이들이 탐구해왔던 자아를 '내 존재는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가'라는 변형된 질문으로 고민하며 작업했다. 그리고 이제 혹자에게 질문하려한다. 당신은 어떠한 것으로 이루어져있는가.
우화진
‘시선에 따른 역할놀이'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눈에 보이는 것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틀 속에 우리 스스로가 맞추어 살아간다. 남들과 맞추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만든 편견 속에 우리 스스로가 들어가 갇혀 살며 우리 스스로 사회적인 기준이라는 틀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편견이라는 틀에 갇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을 그저 수행하고 있는 우리는 한 개인으로서 주체적인 존재가 아니라 주어진 사회 속에서 역할놀이를 하고 있는 그저 보기 좋은 인형일 뿐인 것이다.
이도담
이 작업은 내면 깊이 침잠해 있는 어느 단편적인 감정들로부터 시작 된다. 경색된 관계와 타인을 상처 입힘으로써 느꼈던 죄의식들, 이 모든 문제의 이면에 자리한 단절된 소통. 소통의 단절로부터 오는 헤아릴 수 없는 고독감. 그 내밀한 감정과 의식의 변화를 한 인물을 통해 가시화 시키고 싶었다.
이선우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주인공은 어느 날 거미로 변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다른 형태의 것으로 존재한다. 그로 인해 주인공은 혐오스런 모습으로 인해 외면당하여 쓸쓸히 고립되고 만다.
나는 이야기 속의 거미와 나를 동일 시 하여 공감하게 되었다. 다른 존재와의 소통을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신우
누구나 살면서 한번 쯤 부끄러웠던 적이 있지 않은가? 부끄럼쟁이 인 나를 이야기 했다.
하나하나 다른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나 자신을 이야기 한다.
사진이란 매체 고유의 재현 기록성을 자각하고 이를 강조하는데 있다.
과거를 되새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만큼 '사진'을 찍음으로써 과거의 특정 상황들을 재현하고 되새기게 한다.
박혜린
‘혼종(Hybrid)’
‘혼종’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내가 주목한 것은 재료성(materiality)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나는 크레용의 재료성을 다양하게 실행하고자 시도했고, 이 재료가 만들어내는 고유한 마띠에르(matière)를 집중적으로 탐구하였다.
서로 다른 컬러들이 캔버스에 녹아들면서 잘 섞일 듯 보이다가도 결국엔 쉽게 합쳐지지 않고, 각자의 패턴을 형성하게 되는 마블링현상은 오늘날 노마디즘이나 디아스포라를 통해 인간들이 맞닥뜨린 혼종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오늘날 혼종성의 개념에 대해 지구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의 단순한 혼합물이라는 주장과 지구적인 것과 지역적인 것이 혼합되면서 혼합물의 차원을 넘어서 만들어 내는 새로운 제 3의 문화라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유정식
‘사고의 정지’
기계로 바뀐 인간은 사고하는 법을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은 사고하는 것이란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그렇기에 스스로의 사고를 폐기한다. 정지라는 행위를 통해 사고하는 것의 존재를 영원히 인식할 수 있다.
- 전시장정보
갤러리명(한글_영문) : 갤러리 이마주_Gallery Imazoo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 20길 12 AAN TOWER B1
전화번호 : 02-557-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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