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2013-08-22 ~ 2013-09-22
조선화
유료
031-949 8154
변하지않은 그림의 온도
누구나예술가의 꿈을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예술가가 되지는 않는다. 거기에는절실함이 있어야하고, 숭고함이 그의 영혼 속에 깃들어야하고, 동기가부여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심이 서려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미술 사회에서 떠도는 소위 예술가들이라고 추앙받는 사람들이 모두 이런 의미들처럼 같은 성질일까. 아니면작가들 스스로에게 예술가로 자인하거나 명명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예술가들이 능동적인 의지에 관계없이제도에 편승되거나 권력에 이끌려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예술이 무엇인지 알기도전에 대중들의 기호에 맞춰 자본의 흐름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예우하는 것일까.
여기, 1997년에 삶의 터전을 위해 경기도 여주 농촌으로 옮겨 살다가, 2007년에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한 작가가 있다. 1992년 첫 개인전(1992.4. 29 – 5. 5, 삼정미술관)이후 21년만에 두 번째 개인전을 갖는 조선화다. 조선화는 미완의 작가다. 나이오십 중반에 접어들기까지 그림을 그리고픈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뒤지지 않는 그는 그간의 세월 속에서 미술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작가들의 감각은 어떻게 변해가는 지를 세속과 떨어져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 그래서그 동안 집짓고 농사지으며 애들을 키우는 등의 살림살이에 치중하다 6년 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수한 삶 그 자체다.
그는그림을 오랫동안 놓다 보니 감각과 손놀림이 많이 무디어졌다. 최근까지도 ‘채우고-지우고-다시 채우기’를 두세 번 반복하여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과 절실함은 온도가 내려가지 않아서인지 오래 ‘묵힌땅’의 기운처럼 그려나갈수록 서서히 잠재된 감성의 본능을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21년간의 간극의 세월을 지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개인전에서 보여 진 그림을 비교하자면, 사뭇 다르지만 회화에 접근하는 정서적 감성이나 진지한 태도는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가정이 꾸려지고 환경이 달라진 이유로 그려지는 대상이나 소재가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색채가 화려해졌고 휴머니티가 강하게 묻어난다.
작가는자신이 꾸려온 가정의 안과 밖, 즉 남편과 두 아이, 친척과동네 이웃들, 동물과 곤충, 논과 밭, 산과 들, 나무와 집 등등 서로의 관계에서 일어난 소소한 얘깃거리와사건들로부터 시작하여 생각나는 대로 화면에 옮기고, 자기 울타리를 만들며, 끊임없이 그리고픈 욕망을 갈구한다. 그 욕망의 종착점이 어디인지는모르지만, 생활자체에서 농사짓고 애들 키우는 심정이 그대로 그림에 옮겨지는, 절실함과 정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채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생각의여정이 그림 속 안으로 파고들어 그림 속 영혼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일체감을도모하며, 바라보면 볼수록 시선을 집중시키는 환영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그그림 속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한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재현적 효과가 아닌 수많은 상상을 유발시킨다. 자기만의 자잘한 에피소드의 축적으로 형성되어 몇 편의 소설이나 에세이 못지않다. 그는 스스로 ‘그림을 지독히 못 그리는 화가’라고 했지만, 그것은 가치기준의 문제다. 어느 중견작가가 ‘잘 그린 그림보다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진정 당신이 그러한 가치의 기준이 된다. 왜냐하면, ‘그림’이란가상의 세계보다 ‘삶’이란 현실에서 여느 작가들 못지않게그림을 ‘어떻게’, ‘왜’,‘무엇을’ 그릴 수 있는가를 땅을 일구듯이 행동으로 다가갔음을, 또한 그의 단순한 논리로 ‘이야기,생각, 행동을 모으면 영혼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런태도에서 믿음을 보이기 때문이다.
조선화, 그는 소소함과 겸손함의 태도로 요즘 보기 드문 휴먼을 상기시킨다. 내용이형식을 넘어섰다. 그래서 리얼한 그 자체를 드러내며 최근에 젊은 작가들에게서 나타난 감정표현 및 내러티브가결여된 휴머니즘과 리얼리즘의 부재와 차별된다. 현대문명의 이기와 빠른 속도로 인해 변질된 문화적 차이, 동시대에 살면서 극명한 차이를 본다는 것은 우리들의 정서가 점점 피폐해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거대한 자본이 점점 더 소소한 우리들의 문화와 기억들을 삼켜 잃어가는 현실에서 이 작가가 더 커 보이는 환영은단순히 재미로만 볼 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의미는 작가노트에 쓰여 진 ‘바람이 빵빵한 풍선처럼 작업을 하고픈’것처럼 이상을 꿈꿀 수 있다는메시지로서 우리들에게 변하지 않은 ‘그림의 온도’를 체험하는기회를 가질 것이다.
이관훈(큐레이터,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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