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은 올 해를 기점으로 한국화단에서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부산출신 작가들을 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하였다. <김봉태: 축적>展은 그 첫 번째 전시로 현재 국내에서 독보적인 색면 회화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김봉태 화백의 신작을 포함한 근작들을 소개한다.
산뜻한 색상과 명료한 기하학적 형태를 띤 색면 회화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봉태 화백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청소년시절을 보냈다. 유학이 유행하기 전인 1963년에 도미하여 그곳에서 색면 추상을 접했고, 당대의 주류 모더니즘 회화를 섭렵했다. 이를 토대로 미국 체류 중 현실과 비현실, 현실과 상상을 이원론적으로 대비한 <그림자>시리즈를 발표했다. 삼십년 가까이 미국에 체류한 뒤 1992년 귀국길에 오르는 그의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귀국 전부터 시작한 <비시원>시리즈로 드러난다. 이 연작은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중심으로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화면을 구사하면서 그의 존재를 부각시켰다. 1997년부터는 화사한 색조가 전면에 등장하는 <창문>시리즈를 공개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색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새로운 연작에 대한 그의 열정은 2000년대에도 이어져, 2005년에는 상품 포장용 종이상자를 원용한 <춤추는 상자> 시리즈를 발표했다. 세 번의 개인전을 통해 소개된 이 시리즈는 그의 이름을 한국미술계에 각인시켰다. 최근 그는 또 한 번의 새로운 연작에 도전하고 있는데, 2009년 개인전 이후 새로이 시작한 <축적(蓄積)> 연작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색면 회화를 대표하는 <춤추는 박스>와 함께 신작 <축적>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 이후 진행된 김봉태 화백의 미술적 성과를 정리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김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그간의 개인전에 출품되지 않았던 <춤추는 상자> 시리즈도 볼 수 있는 기회여서 그의 작품경향을 한층 더 폭넓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전시는 독보적인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개척해 온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을 만남으로써 한국 추상회화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예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